중간고사를 마친 아들이 늦은 밤 치킨을 시켜달란다.
나는 오늘의 글을 쓰기 위해 노트북을 켜 놓고 앉았고, 그 앞에 막 배달되어온 따끈한 치킨을 먹고 있는 아들이 있다.
콜라를 따라 주기 위해 집어 든 컵은 이 년 전 아들과 함께 다녀온 독일 여행에서 가져온 것이다. 열흘간의 여행 중 첫날 들른 맥도널드에서 사은품으로 준 코카콜라 클래식 유리컵 두 개, 어쩔 수 없이 여행 내내 들고 다녔던 그 컵은 지금 이 시간 우리를 이 년 전의 어느 날로 데리고 간다. 컵을 반납할 것이냐, 여행 내내 들고 다닐 것이냐를 고민했었지.
"아들, 기억나? 우리 이 컵 안 버리길 잘했어, 그치? 콜라 따라서 먹기에 딱 적당한 크기인 것 같아. 잡기도 편하고"
콜라를 가득 따라 아들 앞에 놓아주고 다시 노트북 자판에 손을 얹는다. 깜박깜박... 커서가 눈을 깜박이며 나를 응시한다. 무슨 말을 쓸까요?
"동동아, 지난번 니가 한 말을 주제로 글을 썼었는데, 그 글 조회수가 꽤 높았어, 왜 니가 갈치가 고등어보다 좋다고 했던 말 기억나?"
"아... 생각나 엄마, 그때 우리 아파트 7층에 살던 때였잖아?"
"맞아, 너 중학생이었었지, 그런데... 울 아들이 벌써 고3이라니..."
그나저나 오늘은 무슨 글을 쓰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듯한 소재가 없어 고민스럽다. 머리를 감싸 안고 한숨을 쉬고 있는 나를 보던 아들은 어느새 치킨을 다 먹고 발라낸 뼈를 추려 휴지통으로 가져간다.
"아이고, 우리 아들 다 컸네, 뒷정리도 할 줄 알고..."
"엄마, 옛날에 살던 동네에 치킨집 생각나? 거기 파닭이 맛있었는데... 그때 왜 어떤 아저씨가 와서 혼자서 맥주랑 치킨 드시다가 우리한테 계속 말 붙이고 그랬잖아"
"맞아, 기억나, 그래서 나중에 아빠가 죄송하지만 그만 하시라고 그랬었지..."
삼십 분 남짓 아들과 치킨을 사이에 두고 나누었던 이야기들은 모두 기억으로부터 소환한 것들이었다.
어쩜 사람이라는 존재는 온통 기억으로 만들어져 있는 것은 아닐까? 서로의 기억 속에서 함께 있고, 시간이 흘러 그 기억을 함께 끄집어내며 행복해하는 관계. 그것이 사랑.
"사랑한다는 말 대신에 달이 아름답다고 말했다" 어떤 드라마의 대사처럼 우리는 어쩜 사랑한다는 말 대신 "그거 기억나?"라고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거 기억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