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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정 May 02. 2019

이런 나는 못된 건가?

가끔은 내가 너무 민감한가 싶다가도...

발등이 간지러워 나도 모르게 긁다가 상처가 났다. 살짝 벗겨진 살갗이 쓰리고 아팠다. 연고를 바를까 하다가 발등이라 소독도 할 겸 포비돈을 발라야겠다고 생각했다. 밤 10시가 다되어 들른 약국엔 나이가 아흔 살도 더 되어 보이시는 할아버지 약사님이 계셨다. 소리가 잘 안 들리시는지 몇 번을 다시 물으시곤 약을 꺼내 주신다. 약값은 천 원이다. 현찰이 없다. 직불카드를 냈더니 카드가 안된단다. 카드 결제기가 바로 내 앞에 있는데... 천 원이라 안 되는 거라고 말하는데 순간 화가 난다. 요즘 천 원이라고 카드 안 되는 데가 어딨어요? 편의점엔 500원도 카드결제가 되는데... 여전히 자기네는 안된단다. 간신히 지갑 안에 오백 원짜리 동전 2개가 있어서 약값을 지불하고 나왔다. 상냥하게 인사하는 것을 잊지는 않았다. 어르신이니까... 그렇지만 그 약국에 다시는 안 간다.

이런 나는 못된 건가?


주말을 친정집이 있는 문산에서 보내고 월요일 아침 서울로 출근을 한다. 경의선이 출발하는 곳이 문산역이니 서울까지 나오는 한 시간 남짓한 시간을 앉아올 수 있다. 빈 지하철에 타게 되면 누구나 선호하는 자리는 7개의 좌석중 양 끝자리. 그 두 자리에 사람이 앉고 나면 한 칸씩 건넌 자리에 다음에 승차한 사람들이 앉게 되고 이 빠진 옥수수 마냥 듬성 듬성한 경의선의 좌석은 네 다섯 정거장이 지나면 승객으로 꽉 들어찬다. 나도 처음엔 일곱 개 좌석의 양 끝자리에 앉곤 했었는데, 지금은 아니다. 가운데 자리 혹은 그 양옆 자리에 앉는다. 이유는 단 하나. 출근하는 사람들로 꽉 찬 지하철에 가끔 어르신들이 타는데 그분들은 많은 사람을 비집고 이동하지 못하시니 출입문 양쪽의 봉을 잡고 서계시는 경우가 많다. 한 시간을 이동해야 하는 출근길에 자칫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옆에 계시면 참 난감해진다. 그래서 아예 가운데 자리에 앉는다. 불편하고 난감한 순간을 원천 봉쇄하기 위함이다. 

이런 나는 못된 건가?


강의 준비를 위해 국회 도서관에 자주 간다. 자료도 많고 열람실 환경도 좋고, 무엇보다 구내식당의 음식이 좋다. 강의가 없는 날은 도서관에서 10시간 정도를 보낸다. 점심, 저녁을 다 해결하고 오늘같이 햇빛이 좋은 날엔 점식 식사 후에 산책도 한다. 일하기엔 사무실보다 더 나은 분위기다. 그런데 도서관도 사람이 모이는 곳이다 보니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30대 중반의 남자. 감기에 걸렸는지 비염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정말 1분 간격으로 코를 삼킨다. 코를 삼킨다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코를 훌쩍이는 것을 넘어 코와 목이 연결된 부위에 가래(으윽)를 끌어올리는 행위라고 할까? 아무튼 이 거슬리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반복하고 있었다. 다가가서 "제발 코를 풀고 오던지 나가던지 하세요!"라고 말하고 싶은 욕구가 끊임없이 올라왔지만 주변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은 듯해 나도 참을 수밖에 없었다. 소리에 민감한 나는 그런 사람들(코 골며 자는 사람, 이어폰 소리가 너무 커서 주변에 까지 다 들리는 사람, 핸드폰 진동으로 해 놓지 않은 사람, 카톡 푸시 알람 소리가 수시로 나는데도 절대 무음으로 안 바꾸는 사람 등)을 볼 때면 정말이지 아주 많이 화가 난다. 

이런 나는 못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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