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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정 Apr 29. 2019

일주일에 이틀만 행복할 순 없잖아

                                 

2년간 열심히 캠핑을 다닌 적이 있었다. 한국에 캠핑 붐이 일기 시작할 때쯤이었을 거다.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가족 취미로 괜찮아 보였다. 게다가 나 또한 빡빡한 일상, 많은 사람들, 건조한 도시를 떠난다는 것에 대해 매력을 느꼈다.


내가 어릴 적 경험한 캠핑은 자그마한 텐트 하나에 버너와 코펠을 들고 강가에 가서 돌멩이가 등에 배기도록 텐트 안에서 자고, 아빠가 낚시한 물고기로 어죽을 만들어 먹었던 소박한 일들이었다. 그러나 요즘의 캠핑은 거의 집 한 채를 옮기는 것에 맞먹는다. 캠핑장에 도착하면 집(텐트)을 짓는데 반나절이 걸리고, 돌아오는 날은 집(텐트)을 허물고 차에 싣는데 반나절이 걸린다. 일반 승용차에는 그 장비를 다 싣기도 어려워 우스갯소리로 장비만 차에 싣고 사람은 택시를 타고 돌아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주중의 5일 동안은 내내 캠핑장을 예약하고, 캠핑을 위한 먹거리를 사고, 아이스박스에 넣을 보냉재를 얼리고, 금요일 저녁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난 열심히 일했으니 떠날 거야! 난 쉴 자격이 있다고, 보란 듯이 잘 놀다 올 거야!



그리고 금요일 밤엔 쫓기듯 차를 몰고 서울을 벗어나곤 했다. 아니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도망가는 것에 가까웠다. 나의 모든 생활이 존재하는 이곳에는 아무런 행복도 없기에 이곳을 벗어나야만 행복할 수 있다는 공식이 마음에 구축되어 있었다.


그러니 일요일 오후에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집으로 돌아와 장비와 짐들을 정리하는 일보다도 일상으로 돌아왔다는 마음이 나를 더 힘들게 했던 것 같다.


그러기를 2년, 어느 날 문득 이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 중 이틀을 위해 닷새를 견뎌야 하는 삶, 그 이틀마저도 온전히 행복하다고 느껴지지 않던 어느 날 내 머리를 스쳐가는 것이 있었다.



'삶이 내게 원하는 것은 이게 아닐지도 몰라, 어쩜 우린 내가 있는 곳, 나의 일상, 나의 일, 그리고 나 자신에게서 무언가를 찾지 않으면 안 돼. 아무리 인생이 고행이라 할지라도 일주일에 겨우 이틀만 행복하게 계획되어 있지는 않을 거야. 그 닷새 속에서 행복을 찾지 않는다면 그건 의미가 없어'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존 슈메이커는 행복의 유혹에서 "만일 당신이 행복이 무엇인지 쉽게 정의할 수 없다면, 그건 이유가 있다. 행복은 작은 것, 순간적으로 스쳐가고 마는 소소한 것 안에 조용히 얼굴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렇다 행복의 속성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있고, 오랫동안 지속되는 감정이 아니라 찰나에 느끼는 감정이며, 개인의 민감성에 따라 행복의 강도가 커질 수도 혹은 아무것도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행복하려고 마음먹은 만큼 행복하다'라는 링컨의 말은 삶의 고뇌와 통찰 속에서 만들어진 말일 것이다. 수없이 많은 불행과 좌절에 굴복하지 않았던 그의 말이기에 나는 온전히 동의한다.



행복하려고 마음먹었다면 그다음이 중요하다. 행복은 작은 것, 순간적으로 스쳐가고 마는 소소한 것 안에 조용히 얼굴을 숨기고 있다고 했으니, 이제는 우리의 시선을 작은 것, 소소한 것들을 향해 두고 그 안에 숨겨진 행복의 얼굴을 찾아내야 한다. 어쩜 이것이 소풍이라는 이 삶에서 찾아야 할 보물 찾기가 아닐까?




행복은 작은 것, 순간적으로 스쳐가고 마는 소소한 것 안에 조용히 얼굴을 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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