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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정 May 23. 2019

행복하기 위해 버려야 할 것

며칠 전 한 경제지에 실린 글이 나의 뒤통수를 때렸다. 인생이 행복해지려면 8가지만 버리면 된다는 내용이었는데, 미국의 재무설계사 스테판 M. 폴란의 책을 요약한 글이란다.


'버려야 축복'인 여덟 가지란 '나이 걱정, 과거에 대한 후회, 비교, 자격지심, 개인주의 , 미루기, 강박증, 막연한 기대감' 


각 항목의 세부내용을 읽으며 과연 지금의 내가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가 따져보았다. 

늘 보아왔던 류의 가벼운 글이었지만 조금은 냉정한 기준으로 나를 평가해보았다. 


행복을 위해 내가 버려야 할 것은 여덟 개 중 무려 여덟 개! 당황스러웠다. 


조금 느슨한 잣대로 다시 평가를 했다. 이번엔 자격지심을 제외한 일곱 개의 항목이 내가 버려야 할 것들이었다. 


'아! 내가 지금 행복하지 못한 이유가 이것이었나?'


여덟 개의 항목을 자세히 읽어보았다. 


1. 나이 걱정
젊은 사람과 경쟁해 이기려고 하거나 젊은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하다 보면 나이가 걱정거리가 된다. 나이 걱정을 하지 않으려면 인생은 산에 올랐다 내려가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단다. 힘들게 올랐으니 이제 여유를 갖고 기쁜 마음으로 내려올 줄도 알아야 한다.

 젊은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하는 일은 너무나 당연한 것. 스스로 몸과 마음 모두 예전 같지 않구나 라고 느끼게 되는 순간 인생의 비애를 느낀다. 게다가 힘들게 올랐으니 여유를 갖고 내려오기엔 그 정상에서 아무것도 해 놓은 것이 없다는 현타가 너무 강렬하기에 정상에서 내려와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운 것이다.


2. 과거에 대한 후회
과거는 돌이키거나 수정할 수 없다. 할 수 없는 일에 집착하는 것은 어리석다.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에 집중하기만 해도 인생은 바뀐다." 

내가 무척 애를 쓰고 있는 부분인데, 참 어렵다. 내가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내가 왜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내가 왜? 왜? 왜? 이 질문은 나를 가장 괴롭히는 질문이기도 하다. '지금에 집중하기'가 내 삶의 모토가 되었지만 여전히 아쉬움은 사라지질 않는다.


3. 비교 함정
지위가 더 높고 가진 돈이 더 많고 더 건강하고 외모도 잘난 사람을 보면 자기 처지를 비관하다가 신체적으로, 경제적으로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보면 위안을 얻는다. 이렇듯 끊임없는 비교를 통한 서열화는 우리 인생을 흔들리게 만들고 불안하게 한다.... 비교가 아닌 다양성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인생은 한결 따뜻해진다. 사람마다 이 세상에서 각기 주어진 역할과 소명이 다르다고 생각하면...

비관은 금물, 위안은 동기부여 라고 생각했고 그 두가지를 통해 내 위치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것이 결국은 서열화였다. 길다란 줄의 중간 어딘가에 내가 서있다는 위안. 비교가 아닌 다양성의 관점으로 보라는 충고는 내게 꽤 유효했다. 


4. 자격지심
비교함정의 결과는 두 가지로 나타난다. 자신을 비하하는 자격지심과 자기가 잘났다는 교만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자격지심과 교만을 왔다 갔다 한다. 

교만도 자격지심의 반대편 극단이었구나. 그렇다면 나는 이 항목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사주와 명리학을 공부한 이모는 나의 사주를 볼 때마다 딱 한가지 만을 이야기하곤 했었는데 '교만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나처럼 겸손한 사람이 어딨다구?라며 이모의 말을 한 귀로 흘려들었는데, 나의 교만은 특정한 사람을 향한것이 아니라 바로 삶 자체를 향한 것이었다. 삶을 그저 만만하게 생각해 무턱대고 들이댔던 나의 교만을 반성할 수 있었던것은 나의 나이 사십이 훌쩍 넘어선 시점이었다. 


5. 개인주의
남의 사생활에 관여하지 않고 내 사생활도 침해받지 않으려는 성향. 문제는 개인주의 성향이 심해지면 자신에게 무슨 문제가 생겨도 혼자 해결하려 할 뿐 주위에 도움을 구하지 않고 주위에 어려운 사람이 있어도 무관심해질 수 있다는 점

나는 내가 개인주의자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문유석판사의 '개인주의자 선언'을 읽고나선 스스로를 합리적인 개인주의자라고 생각했었다. 나는 나의 문제를 타인과 공유하고 싶지 않다.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의 어려움이나 실패등을 내보이지 않는다. 그 이유는 내 스스로를 부족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 않아서다. 이런 심리적 상태는 앞서 이야기한 교만과 비교함정과 같은 맥락에 있는 것이었다. 

어떻게 나의 부족한 부분, 실패, 어려움을 타인에게 이야기 하지? 절대 들키고 싶지 않은 것들인데....


6. 미루기 하고 싶은 일은 가능할 때 빨리 하는것이 미련을 남기지 않는다.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면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하면 미련은 남지 않고 경험이 남기 때문이다. 

내 인생을 통틀어 해결해야할 가장 큰 문제가 바로 '미루기'다. 완벽주의 성향이 미루기를 자초한다는데, 이 말의 의미는 미루는 사람이 완벽해서가 아니라 완벽주의를 지향하기 때문이라는 것. 다시말해 완벽하지 않으면서 완벽한 사람으로 보이기 위한 노력하는 것. 늘 나는 완벽한 결과를 만들기 위해 머릿속으로 온갖 준비와 생각을 하면서 시작을 늦춘다. 시작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더 완벽한 결과를 위해 그러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한다. 결국 물리적인 시간의 부족으로 허술한 결과물을 만들거나 극단적인 몰입을 통해 일을 마루리하고 번아웃.

평생을 되풀이한 다짐은 "이번엔 좀 여유있게 시작하고 D-day전에 끝내보자" 

 

7. 강박증 무엇인가에 얽매여 그 무엇인가가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 불안해지는 것.무엇인가에 집착하는 순간 우리는 그 무엇인가에 노예가 된다. 마음에 좀 들지 않아도, 내 뜻대로 잘 안돼도, 있는 현실에서 최선을 찾는 태도가 행복한 인생의 조건이다. 

하루에 글을 한 편씩 쓰겠다는 다짐이 97일째 실현되고 있다. 그런데 그것이 일종의 강박이 되었다. 한편으론 내가 대견하면서도 꼭 그런 강박을 통해 스스로를 인정해야 하는 사실이 애틋하다. 그동안 스스로를 인정하고 대견해 할만한 일들을 만들지 못했기에 기껏 100일간 매일 글을 쓰겠다는 스스로와의 약속에 나를 꿰어 넣고 페이스북에 연동을 해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 놓은 것. 


8.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근거 없이 미래를 낙관하는 태도는 무책임하다. 

문제가 생겼을 당시의 사고방식으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내 삶의 문제를 발견하였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사고해야 한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내 삶은 분명히 나아질거야라고 생각한다. 왜? 나니까! 주변에 빈번하게 만나게되는 무책임한 사람들을 비난하기 전에 스스로의 무책임에 대해 돌아보아야 한다.



오늘은 징하게 셀프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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