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수정 Jun 06. 2020

불쾌함이 두려움으로 바뀌는 순간에

1일1글 시즌4 [episode 69]

약속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2호선을 다  한가한 열차안은 에어컨 가동으로 시원하고 또 한산했다.

빈자리가 많아 출입 문 옆 기둥 자리에 앉았다.

뒤이어 열차에 오른 50대 여자분이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짧은 커트머리에 진한 눈화장, 상하의 모두 블랙 레이어드룩. 흡사 과거 헤비메탈 그룹의 멤버같은 외모의 중년여성.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곤 비어있는 많은 자리 중 내 옆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그때부터 중얼중얼 이야기를 하는데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통화중인가 싶어 슬쩍 옆을 보았더니 이어폰따윈 없다. 갑자기 섬뜻한 기분이 들었다.

쉬지않고 중얼거리는 말의 반 정도는 내가 이해할 만큼 정확하고 강한 어조다. 영화배우 이름이 자주 나왔고 중간 중간 비속어가 섞여있다. 그 에너지가 강해 나는 그만 움찔했다.  일어나 옆 칸으로 갈까? 만약 따라와 왜 도망가냐고 따지면 어떡하지? 이런저런 생각이들다 엊그제 서울역에서 어깨를 부딪힌 이유로 한 여성의 광대뼈가 골절될만큼 폭력을 가한 남자가 떠올랐다. 이틀인가 만에 붙잡힌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욱 하는 마음에 여성을 때렸고 미안하다고 했다. 하!!!! 이런 개나리 십장생이 있나. 미안합니다 하면 부서진 광대뼈가 다시 붙나? 부서진 마음과 정신은 어떻게 보상하나? 생각이 이렇게 흐르자 나의 불쾌함은 두려움으로 변했다. 결국 난 다음 정거장에서 내렸고 다음 열차를 타야했다. 열차 안내 전광판에 다음 열차는 코빼기도 안 보이고... 괜히 내렸나 싶다가도 요즘 같은 세상엔 조심이 상책이라  생각한다.


세상이 참...

매거진의 이전글 인간들이여! 냐아옹~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