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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정 Jun 16. 2020

결국 재능이란 건...

1일 1글 시즌4 [episode 79]

                                                                     

이규현의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 100"이란 책에는 거래 가격이 알려진 미술 작품의 가격 순위 1위부터 100까지가 소개되어 있다. 전 일간지 미술담당기자이자 현재 전시기획과 아트마케팅 전문가인 저자는 그의 책에 실린 100위까지의 작품이 왜 그렇게 비싼지, 그 예술사적 가치와 이유를 재미있게 설명하며, 가격의 순위가 그림의 가치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가격으로 순위를 매긴 것은 예술작품을 조금 더 흥미롭게 살펴보기 위한 기준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이 책에 실린 그림들은 박물관이나 국가가 소유한 작품들을 제외하고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가장 가치 있고 중요한 작품들로, 1위를 차지한 폴 세잔의 '카드놀이하는 사람들'은  거래 가격 2억 5000만 달러(약 2600억 원), 100위의 프란츠 클라인의 '무제'는 우리 돈으로 420억 원이다. 연봉 1억을 받는 사람이 한 푼도 쓰지 않고 420년을 모아야 살 수 있는 그림이다. 1위인 세잔의 그림을 사려면 2600년을 모아야 한다. 물론 현재 1위의 세잔의 그림을 소유하고 있는 그리스의 선박 재벌 게오르게 엠비 리코스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폴 세잔 특별전'을 열며 이 작품을 꼭 전시하고 싶어 했으나 작품을 결국은 대여해주지 않았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그 그림을 흑백 사진으로 대처해야 했다고 하니, 당신이 아무리 그 그림을 사고 싶어도 절대 살 수 없을 것이다. 다행이다.  


이 책에 작품이 실린 예술가는 총 41명이다. 피카소가 열다섯 점으로 가장 많은 작품을 올렸고 앤디 워홀 10점, 프랜시스 베이컨 9점, 반 고흐 7점, 마크 로스코가 6점으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우리는 이들처럼 위대한 예술가의 작품과 그 가격을 보고 경탄을 금치 못한다. 그중에는 운이 좋아 살아생전 유명해진 화가도 있었고, 생전엔 내내 불우하게 살다가 죽고 난 후에 유명해진 화가들도 있다. 우리가 위대한 예술가들의 삶에서 보아야 할 것은 그들 작품의 가격도, 그들의 기이하고 드라마틱한 삶도 아니다. 


고전 비평가이자 작가인 채운은 그녀의 책 '호모 아르텍스'에서 "위대한 예술가는 그들이 남긴 작품 때문이 아니라 그 작품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때문에 위대하다. 그들 역시 우리와 똑같이 고민하고 실패하고 절망하지만, 중요한 건 그다음이다. 그 순간에 그들이 어떻게 삶을 긍정하는지, 어떻게 장애물을 뛰어넘는지를 배우자. 그들이 어떻게 세상을 만나고, 어떻게 세상을 느끼고, 어떻게 세상에게 말을 건네는지를 배우자."라고 했다. 그들을 위대하게 만든 것은 천재적인 예술성이나 예술가에게 특별히 부여되는 광기가 아니라 모든 인간이 삶에서 만나게 되는 고민, 실패, 절망 등 사소하리만큼 당연한 이런 상황들 앞에서 자신을 이끄는 방법의 차이였던 것이다. 난관이 닥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정의한 원칙대로 나갈 수 있는 힘, 자신이 세운 기준을 지속하는 힘 그것이 바로 재능이다.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 사는 26년에 걸쳐 완성되었고, 박경리 선생은 토지를 완성하는데 25년을 인생을 바쳤다. 


위대한 예술작품은 특별한 예술가에게 부여된 천재성으로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아주 사소한 삶의 태도에서도 비롯된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면, 우리는 모두 위대한 개인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버티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훌륭한 인생을 빚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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