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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정 Jun 21. 2020

풍경화 감상하는 법 (2)

1일 1글 시즌4 [episode 84]

풍경화 어떻게 감상할까?


우리는 앞서 펠드먼과 하르트만의 이론을 토대로 인물화를 감상하는 방법을 연습해보았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그림을 감상하는데 정해진 규칙이나 방법은 없습니다. 이 글은 그림 앞에 선 감상 초보자가 겪는 막연함을 없앨 수 있는 여러 개의 방법 중 하나를 함께 연습해봄으로 이후에 자신만의 감상 방법을 찾아낼 수 있도록 돕는 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그림의 조형적 요소를 토대로 감상하는 방법에 대해 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는 나도 모르게 ‘좋다’라는 느낌을 갖게 하는 그림들을 종종 만납니다. 그 그림에 대한 사전 지식이나 화가에 대한 선호 없이 느끼는 그런 감정들은 그림 자체가 가지고 있는 조형적 요소가 관람자에게 감정적 영향을 끼쳤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그림이 가지고 있는 구도나 색상 일수도 있고, 점, 선, 면이 모인 형태, 혹은 평면 위에 만들어진 질감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 이런 모든 것들의 복잡한 연관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좋다’라는 감정은 상당히 주관적인 것이어서 그림에서 그 원인을 찾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보편적으로 ‘좋아 보이는 것’이 갖는 공통 요소들은 있습니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 미술시간에 배웠던 ‘삼각형 구도’는 가장 안정적인 형태의 구도라는 것을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두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기본적으로 그림의 구도는 관람자로 하여금 안정감을 주기도 하고 불안감을 주기도 합니다. 원근감과 집중감, 움직임이나 방향감도 기본 구도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수평구도는 넓이를 느끼게 하며 안정감을 주고 수직선 구도는 엄숙하고 정연한 느낌을 줍니다. 그리고 대각선 구도는 원근감과 집중감을 줍니다.


 그림의 구도는 변화, 통일, 균형의 세 가지 요소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화면을 조직하였는가에 따라 좋은 구도가 되기도 하고 나쁜 구도가 되기도 합니다. 너무 변화가 많으면 산만하고 통일된 부분이 너무 많으면 답답해집니다. 변화와 통일이 균형을 이룬 구도가 좋은 구도입니다. 


좋아 보이는 그림에는 흐름과 정지가 조화되어 있습니다. 복잡함과 단순함의 조화, 밝음과 어두움의 조화, 큰 물체와 작은 물체의 조화에서 흐름과 정지가 생겨납니다. 밀레가 그린 <양치는 소녀>는 흐름과 정지가 잘 조화된 작품입니다. 비슷한 크기로 반복되는 양 떼는 수평선 구도로, 그 양들의 2/3 지점에 서있는 소녀는 독립된 개체이며 수직선 구도로 그려져 있습니다. 그림의 상단은 밝은 하늘이 하단은 어두운 색감의 들판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 그림 안에서 우리는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복잡함에서 단순함으로, 밝음에서 어두움으로, 큰 물체에서 작은 물체로의 흐름과 정지가 조화되어 있음을 눈이 감지하고 두뇌가 인지한 것입니다. 


양치는 소녀, 장 프랑소와 밀레, 1863, 캔버스에 유채, 81 x 101 cm, 오르세 미술관


이번에는 머릿속으로 그림을 변화시켜 보겠습니다. 이 그림에서 양들의 숫자가 2배 정도 늘어난다면 어떨까요? 양들이 향하고 있는 방향이 통일되어 있지 않다면 어떨까요? 그림의 상단 하늘이 훨씬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구도였다면 어땠을까요? 반대로 아래 들판이 면적이 훨씬 더 넓었다면 어땠을까요? 소녀가 그림의 중앙에 서 있었다면, 소녀의 시선이 하늘을 향했다면 어땠을까요? 소녀의 치마가 붉은색이었다면, 소녀의 머릿수건이 파란색이었다면 어땠을까요? 저 멀리 양치기 개가 없었다면 그림의 분위기는 달라졌을까요? 이렇게 질문을 하면서 이 그림을 감상한다면 이 그림이 내게 왜 좋아 보였는지(아니면 왜 좋지 않게 보였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될 겁니다.                                                                             


풍경화를 감상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질문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이 질문들을 활용해 마지막에 소개하는 윌리엄 터너의 작품 <전함 테메레르의 마지막 항해>를 감상해보세요. 


-전체적 구도는 어떤 유형인가? (그림 위에 가상의 선을 그어보세요) 

-변화와 통일을 활용하여 효과적으로 화면을 조직하였나?(변화가 많으면 산만하고 통일이 지나치면 답답합니다)

-대비와 강조가 잘 사용되었는가?(작품의 주제를 어떻게 강조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입니다)

-화면에서 움직임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방향감, 집중감, 거리감, 운동감, 시선의 흐름이 드러나는가?)

-그림 속에 정지와 흐름이 잘 조화되고 있는가?

-새로움을 창조하기 위한 화가의 고뇌와 갈등이 읽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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