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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정 Jun 25. 2020

장르화 감상하기

1일 1글 시즌4 [episode  89]

앞선 글에서 우리는 역사화, 인물화, 풍경화, 정물화를 감상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여기서 질문하나 드리겠습니다. 아래의 그림은 지금까지 설명한 장르 중 어디에 속할까요?  

                                               

아버지의 저주, 장 밥스티유 그뢰즈, 1778년 경, 캔버스에 유채, 130* 162cm, 루브르박물관



그림에는 여덟명의 사람이 등장합니다.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두 팔을 들고 격노하고 있는 왼쪽의 남자와 오른쪽에 눈을 치켜뜨고 오른팔을 들고 있는 남성입니다. 왼쪽의 남성은 아버지로, 오른쪽의 남성은 아들로 보입니다. 격노하고 있는 아버지의 표정을 보니 아들이 무언가 폭탄 선언을 한 모양입니다. 아마도 오른쪽 문 앞에 서있는 남성을 따라 나설 모양입니다. 아들은 온 가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군대에 입대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허리춤에 칼을 찬 남자가 아들을 데리고 가려고 문앞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들을 향해 극심한 분노를 보이고 있는 아버지와 그를 말리는 딸의 표정을 보십시오.  곧 울음이 터질것 같습니다. 아들의 어깨를 붙잡고 제발 아버지의 말을 좀 듣거라 라며 만류하는 어머니는 또 어떻습니까? 오빠를 향해 두손을 모아 애걸하는 여동생과 영문도 모른채 형의 옷깃을 붙잡은 막내까지 지금 이 집안의 상황이 아주 심각해 보입니다. 


이렇게 보니 이 그림은 종교적 주제를 그린것도 아니고, 숭고한 역사적 사건을 그린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인물이나 풍경, 정물을 그린 것도 아닙니다. 가만히 보니 어딘가에서 경험해 본 상황같지 않습니까? 우리의 일상에서 일어났을 법한 이야기, 즉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생활이나 풍속, 사회상등을 담아 내는 이런 주제의 그림을 장르화 또는 풍속화라고 부릅니다. 오늘날 장르(Genre)라는 단어는 문예 양식의 갈래라는 의미로 이해되지만 미술사에서는 그 시대의 세정과 풍습을 그린 그림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17세기에 들어서며 프랑스에서는 회화의 주제를 구분하여 장르별로 서열을 나누었다고 말씀드렸었지요? 장르를 구분한 이유는 역사화라는 장르를 추켜세우기 위함이었습니다. 역사화를 제외한 그림을 통칭하여 장르화로 구분하다가 초상화나 풍경화, 정물화등이 각자의 특수성을 드러내며 구분되기 시작했고, 그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그림들이 장르화로 남게 됩니다. 바로 위의 그림처럼 일상적인 생활 모습을 통해 도덕적인 교훈이나 풍자와 해학을 담은 그림들이 장르화(풍속화)에 속하게 됩니다.  


위의 그림은 장 밥티스트 그뢰즈(Jean baptist Greuze, 1725~1805)가 그린 장르화로 그뢰즈는 프랑스 아카데미에서 최초의 장르화가로 인정받았습니다. 그뢰즈 또한 역사화가가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던 중 그의 장르화가 인기를 얻게 되면서 명성을 얻게 됩니다.  평범한 시민들의 삶속에서 길어올린 도덕적 교훈을 전달하기 위해 그뢰즈는 숭고한 역사화에 나오는 인물들과 같이 과장된 포즈로 인물들을 그렸습니다. 그의 그림이 던지는 교조적인 설교에도 관람객들은 눈물을 흘리며 감동했습니다. 그 이유는 마침 중산층에게 사회적으로 도덕성이 요구되는 시기였고 상류층과 지식인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로코코 미술양식에 대한 반발심때문이기도 했습니다. 그뢰즈가 "덕의 화가, 타락한 도덕의 구원자"라고 불린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아버지의 저주>는 18세기 중반 프랑스의 시대적 상황을 드러내고 있는 작품입니다. 

그는 그림을 통해 어떤 교훈을 주려고 했을까요? 이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또 다른 그림 한 점을 감상해보시죠. 




돌아온 아들의 발치엔 목발이 떨어져 있습니다. 부상을 당한 모양입니다. 아버지는 침상에 누워 있습니다. 딸과 아들들의 모습을 보니 아버지는 사망한 모양입니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무어라고 말하고 있는걸까요? 아들의 모습에서 참을 수 없는 후회를 읽을 수 있습니다. 당시의 사람들은 이 그림을 통해 무엇을 느꼈을까요? 지금의 관점으론 진부해 보이기는 하지만 삶이 가져야하는 기본적인 도덕성과 평범한 미덕을 숭고의 미로 승화시킨 그의 그림이 그 시대의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엔 충분했었던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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