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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정 Jun 16. 2018

스페인의 '김 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재능이란 지속하는 힘이다.

Hey Bro! Are you ready? 

OK! Let's go~


"김!  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치치카포 사리사리센타 워리워리 세브리깡 무두셀라 구름이 허리케인에 담벼락 담벼락에 서생원 서생원에 고양이 고양이엔 바둑이 바둑이는 돌돌이..."


위의 글을 읽으며 리듬 좀 타셨다면 격동의 70년대를 즐겼을 터! 반갑다! 숭그리당당 숭당당~

                      

1970년대 구봉서, 배삼룡 명콤비가 낳은 희대의 유행어 '김수한무'

5대 독자가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바라며 장수의 상징들을 모두 넣어 만든 이름은 무려 72자
친구들과 가끔 만나 옛날이야기를 하다 보면 김 수한무의 이름에 치치카포가 먼저인지 워리워리가 먼저인지 늘 헤깔려 몇 번을 리듬에 맞춰 같이 외쳐보곤 한다. 


오늘은 저 멀리 유럽에서, '김 수한무'보다 100여 년이나 더 일찍 태어난 "스페인의 김수한무"이야기다.


1881년 스페인의 말라가에서 태어난 이 아이는  "OOO 디에고 호세 프란시스코 데 파울라 후안 네포무세노 마리아 데 로스 레메디오스 크리스피니아노 데 라  산티시마 트리니다드 루이즈 이 OOO"라는 긴 이름을 갖게 되는데 (OOOOO diego jose francisco  de paula juan Nepomuceno  Maria de los Remedios Crispiniano de la Santisima Trinidad Ruiz y  OOOOOOO) 그가 태어난 스페인 말라가의 풍습대로 여러 이름을 이어 붙여 많은 재주를 얻으라는 축복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는 주변의 염원처럼 많은 재주가 아닌 딱 하나의 재주만을 가지고 태어났다. 


이름이 너무 긴 탓에 맨 앞의 OOO와 맨 뒤의 OOO 만 붙여서 부르는 이 사람은 누굴까? 


바로 파블로 피카소!


'파블로 디에고 호세 프란시스코 데 파울라 후안 네포무세노 마리아 데 로스 레메디오스 크리스피니아노 데 라 산티시마 트리니다드 루이즈 이 피카소'가 그의 풀 네임이다. 


언젠가 소셜 미디어상에서 한참 유행하던 재미있는 테스트 "신이 나를 만들 때"에 내 이름을 넣어보니 순수함+귀찮음+똘기의 조합이 나왔다. 그럼 이번엔 신이 피카소를 만드는 장면을 상상해볼까? 아마도 '미술 재능'을 두 번이나 왕창 쏟아 넣고 한 번은 '인기(특히 이성에게)'를 쏟아 넣지 않았을까? 나한테도 '인기'좀 넣어주시지...




많은 사람들이 피카소를 천재라고 말한다. 그러나 또 한편으론 피카소의 그림을 보고 "나도 이렇게는 그리겠다"라고 말한다. 사실 남들이 훌륭하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게 사실 아닐까?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아버지가 미술교사였지만 학교에 적응하는데 실패한 피카소는 제대로 미술 된 교육을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10대 중반에 이미 그림을 그리기 위한 기본적인 기술은 완벽하게 익힌 상태였다. 아래의 그림은 피카소가 15세 때 그린 그림들이다. 이쯤 돼야 사람들은 "우와~"한다. 




마치 사진을 보듯 정확한 데생과 안정된 구도, 각 물체의 질감과 밀도의 사실적 표현, 흔히 우리가 잘 그린 그림이라고 말하는 사실적인 묘사를 피카소는 이미 10대에 마스터 한것이다.


그러나 내가 피카소를 천재라고 생각하는 조금 다른데 있다. 

19살에 고향인 스페인의 말라가를 떠나 파리로 온 피카소는 불어를 할 줄 몰랐고, 발전하고 있는 파리에 적응하지 못했다. 가난하고 외로운 피카소는 자살을 결심하기도 했다. 첫 전시회를 치르고 상황은 조금 나아지나 싶더니 파리에서 동고동락하던 절친이 자살하자 더 큰 충격에 휩싸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때마다 피카소는 끊임없이 그림을 그렸다. 


재능! 그림을 잘 그리는 재능보다 더 큰 재능은 그것을 지속하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상황이 와도 그림 그리기를 멈추지 않는 것. 피카소뿐 아니라 역사의 긴 시간을 통과해 우리에게 알려진 대부분의 화가들은 그들의 재능-지속하는 힘-을 십분 살린 사람들이다. 


피카소가 죽은 후 창고에서 발견된 작품은 그림 1,876점, 판화 18,095점, 조각 1,355점, 도자기 2,880점, 데생 7,089, 수첩에 그린 데생 4,659점, 석판화 6,123점, 기타 3,188점 등 어마어마한 양이었다고 한다.

(이 수치는 어떤 책에서 소개한 내용을 메모해 놓았었는데 확실한 출처를 확인하지 못했다. 그러나 피카소의 일대기를 그린 내셔널지오그래피에서 피카소가 살아생전 50,000점 이상의 작품을 만들었다고 하니 엄청난 양의 작업을 한 것은 확실하다.)


가끔 지인들이 내게 묻는다. "우리 애가 그림 그리는걸 좋아하는데, 재능이 있는지 한번 봐줄래요?"

사실 난 잘 모르겠다. 그러나 그냥 하지 말라고 해도 하고, 졸릴 때도 하고, 혼나도 하고, 바빠도 하고, 시험기간에도 하고, 쉴 때도 하고, 그렇다면 재능이 있다고 봐도 될듯하다. 재능은 그것을 지속하는 힘이니까. (물론 컴퓨터 게임은 제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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