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에는 입시 지옥을 지나오면서 지루함과 지옥의 끝을 기다리는 기다림을 견뎌내었고
20대에는 인생에 대해 고민하면서 느낀 막막함과 내 현실에 대한 좌절감을 견뎌내었고
30대에는 가족에 대한 책임감과 회사에 대한 책임감으로 힘듦을 견뎌내고 있는데
40대에 다가선 요즘은 고독함을 견뎌내고 있는 중이다.
예전에는 주변을 둘러보면 나와 같은 환경에서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10대 시절에는 친구들이 같은 것을 공부하고 같은 게임을 하였고 같은 이야기를 공유했고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갔다. 20대에도 10대 시절만큼은 아니지만 취업이나 대학원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친구들이 옆에 있어 세월이 지나감에 따라 힘들었지만 외로움이 덜어졌고 큰 힘이 되었다. 그렇게 30대가 되어 회사에 있으면서 점점 나와 같은 곳을 바라보는 친구들이 옆에 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걸 느끼기 시작한 순간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나는 혼자 있는 게 편했고 오히려 사람들과 같이 있는 것이 더 불편한 적도 많았으니까.
하지만 30대 중반을 지나오면서 결혼을 한 친구들과 안 한 친구들, 그리고 회사에 있는 사람들보다 회사 밖에서 자신의 일들을 꾸려나가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들을 보면서 내가 바라보고 있고 앞으로 지나갈 길은 정말 적은 숫자의 사람들만이 같이 가는 것이고 그런 생각 때문에 외롭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최근 회사에서 같이 일하던 선배들이 전부 나가고 같이 일하던 보직장 2명이 나감과 동시에 내가 보직을 맡게 되면서 외로움을 넘어 고독함을 느끼게 되었다.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치 산을 오르듯이 옆에서 같이 같은 목표를 향해 등반하는 사람들이 사라질 것이라는 것을. 하지만 이렇게 37이라는 이른 나이에 그 문제는 불현듯 다가와 내 목을 조르고 있고 나는 이미 갖고 있던 책임감에 더해 더 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같이 오르면 오를 수 있을 것 같은 산도 이제는 나 혼자이기에 오르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랄까. 대단한 것을 이룩한 사람들은 이런 느낌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갔지만 나의 목표는 단순히 내 앞의 일을 잘 처리할 뿐이지 대단한 것을 이룩할 생각이 없다. 대단한 것을 이룩하기에 들어가는 내 시간과 나의 노력과 스트레스가 아깝다는 생각도 들고 내가 노력해서 성취가 보장된다면 하겠지만 성취가 보장되지 않기에 나는 대단한 것을 하기보다 내 가족을 지키고 내 가족을 잘 살게 하기 위한 정도의 것만 이루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제 내 위에 책임져주고 커버 쳐주는 사람이 없기에 결국은 내가 다 극복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많은 부담이 되지만 결국은 겪을 일이었고 조금 앞당겨졌지만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이전 보직장 포함 3명이서 하던 일을 내가 다 해야 하기에 많은 부담이 된다.
이제 고독함을 견뎌내야 할 시기가 왔다.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그나마 잘하는 것은 견뎌내고 참아내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꽤 긴 숙제를 받은 것 같다. 10대, 20대, 30대 모두 끝이 보였지만 앞으로의 고독함은 지금까지 겪었던 감정들보다 더 깊고 긴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에 나 홀로 들어가 출구를 향해 걸어가는 것으로 느껴진다. 함께 걸어갈 사람들이 있다면 전혀 부담이 되지 않았을 테지만 이제는 내 주변에 사람들이 없어 기대할 수 없다.
이미 떠난 2명의 보직장의 사례를 보면서 먼저 탈출하는 사람이 승자라고 하는 걸 이제는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은 고독함을 느끼지 않아도 되고 나중에 탈출하는 사람이 느끼는 부담감과 욕받이 경험을 느끼지 않아도 되니까. 모두가 떠난 뒤 내가 마지막으로 떠난다면 나만 욕먹을 것이고 나만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는 부담에 더욱더 힘들어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