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잊혀져 가는 것들

서서히 사라져가는 아름다운 기억들...

by 그아이의사춘기


"잊혀지는 것에 대한 슬픔은 어느 슬픔과 비교될 수 있을까?"


# 2025년 11월 2일(일)

오랜만에 어머니 면회를 가기위해 새벽부터 일어났다.

날씨가 추워지니 요양원에 계신 모친 생각이 계속나 안되겠다 싶어 하루전에 면회 신청을 하고 부랴부랴 준비를 한다.

SRT는 매진이고 꼼짝없이 왕복6시간을 운전해서 다녀와야 했는데, 고맙게도 와이프가 같이 가준다고 한다.


'팔순이 훌쩍 넘은 노인을 내가 앞으로 몇 번이나 면회를 갈 수 있을까..'

시동을 걸면서 속으로 생각해본다.


잠깐 과거이야기를 해보자면 아버지는 6년전 간암으로 돌아가셨다.

나는 4형제의 막내이고 내 위로는 누나만 3명이데 모두 결혼을 하고 객지로 흩어졌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홀로지내셨는데, 어느 날 부터 훌쩍훌쩍 혼술을 하기 시작했다.

그게 아마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대략 2년 정도가 지난 시점인 듯 하다.

소주1.png

본가에 들를때마다 집안에 빈 술병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상한 음식이 여기저기서 보였다.

끼니 대신에 '술'로 하루를 버틴듯 싶었다.

주말이면 몇가지 반찬을 해서 가도 음식이 그대로 있거나 밖에 나와 상한채로 방치되어 있었다.


'이 상태면 노인네가 죽을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안되겠다 싶어 알콜치료전문병원에 입원을 시켰고 3개월을 잘 버티고 퇴원하셨다.

한 달이 채 안되어 다시 술을 드시기 시작했다.

퇴원을 앞두고 집에 홈캠을 설치해서 수시로 영상을 확인했는데, 볼 때 마다 술을 드시고 계셨다.

나도 일을 하는지라 24시간을 옆에서 케어를 할 수가 없었다.


그때가 겨울이었는데 술이 떨어져 동네 슈퍼에서 술을 사서 집으로 오시던 중 도로가에 쓰러진 어머니를 지나가는 행인이 경찰에 신고하여 112가 출동한 적도 있었다.

그시기와 맞물려 홈캠을 보고 있으면 어머니는 누구와 대화를 하는듯한 모습이 자주 보였다.

아무도 없는 집에 허공을 보면서 대화를 하는듯한 모습이 보였고, 시도 때도 없이 나에게 전화를 하여 집에 누가 와있으니 얼른 쫓아내라라는 말을 자주했다.

밤낮 구분이 어려웠고 소변도 실수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결국 어머니는 그렇게 누나가 있는 지역으로 요양원에 입원했다.

할머니11.png

그리고 벌써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런 어머니를 오늘 아들이 면회를 간다.

어머니는 알츠하이머이고, 뇌혈관 부종이 있는데 노인이라 수술을 할 수 없다.

부위가 위험하여 수술도중 돌아가실수도 있다는 전문의 소견으로 경과가 더 악화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래도 지금까지 잘 버텨주셨다.


"엄마 잘 지냈어? 자주 와야되는데 미안하네..."

"우리 아들 얼굴 좀 보자"

"...."


대화가 어렵다.

어머니는 갈수록 청력이 악화되어 가까이서 하는 소리도 식별이 어려웠다.

그냥 연신 고개만 끄덕이셨다.

나이가 50이 되도 엄마라고 부른다.

습관이 그렇게 들었다.

낯간지러워서 '어머니'라고는 못 부르겠다.


그래도 아직은 자식들,손주들 이름과 나이는 다 알고 계셨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이 소중한것들이 다 잊혀질까...?'

'그러고 나면 이제 이별의 시간인가...'

마음속으로 생각해본다.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겁다.

잊혀지지 말아야 할 것들이 내 의지와 무관하게 멀어져가는것은 참으로 슬픈 것 같다.

새끼도 속을 썪이는데 이것까지 마음이 아프다...

좋은 일이 없다.. 그래도 참다 보면 좋은날이 오겠지..

곱씹어 본다.



계속



#아내의 다섯번째 그림

- 트라우마 치료중 가오리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그 의미는 물어보지 않았다.

가오리.jpg 가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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