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세번째 면회

아들의 세번째 면회

by 그아이의사춘기

언젠가 아내는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한적이 있다.

"어머니,아들,본인 세명이 물에 빠졌을때 단 한명만 구할수 있다면 당신은 누구를 구할거야?"

나는 별다른 주저함이 없이 아들을 구한다고 했다.


"왜, 아들을 먼저 구하는거야?"

"응, 가장 오래 살 사람이니깐..."

"나는 안구해?"

"당신은 이혼하면 남이잖아..."


나는 T의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 이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 소중한 아이는 지금 나와 잠시 떨어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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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회

어제는 아들의 세번째 면회를 다녀왔다.

재판 속행을 3일 앞둔 마지막 면회...

출근전에 먼저 일어나 망고를 썰고,포도를 담고,귤주스를 만들어 차곡차곡 담았다.

그래도 오늘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기분이 좋다.

다행히 심사원은 같은 지역에 있어 장거리 운전은 하지 않아도 되었고, 면회는 일주일에 딱 한번 30분이 가능하다.

음식물 반입에 대한 규정은 까다롭지 않아서 비교적 자유롭게 음식을 준비할 수 있다.


면회를 오는 부모님이 나를 포함하여 대략 6팀정도 되는것 같다.

중소기업 구내식당정도 되는 크기의 면회실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아들을 기다린다.

아이들 출입구 문이 잠시후 열리는데 나는 항상 여기에서 마음이 너무 안좋다.

똑같은 옷을 입은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 줄을 맞추어 '배꼽손'을 하고 고개를 숙인채 면회실로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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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말 없이 꼭 껴안아 주었다.

아들은 다소 덤덤한 표정이다.

날씨가 추워지니 입술은 트고 얼굴은 까칠해보였다.

고작 30분이지만 나에게는 이 시간이 너무나도 소중하다.


"날씨도 추워졌는데 온수는 나오니?"

"응, 따뜻한 물은 잘 나와"

"샤워는 일주일에 몇번이나 할 수 있니?"

"여름에는 하루에 한번, 지금은 일주일에 3번 할 수 있어"


"재판 속행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집에 올수도 있고, 못올수도 있으니 너무 큰 기대는 갖지말자. 아빠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집에 가고 싶어...."

"아빠가 목요일에 재판 시간 맞춰서 갈게. 엄마는 오지 말라고 했어"

"알겠어..."


소년보호처분은 총10개의 단계로 구분된다.

1호~5호까지는 사회내 처분, 6호~10호 까지는 시설처분이다.

결과는 내일 알 수 있다.


미워도 내새끼이고 싫어도 내새끼이다.

반성의 시간을 가지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을때 나는 이 아이를 올바르게 보살피고 성장시켜야 할 의무가 있는 부모이다.


아침 출근길에 아이가 다녔던 학교를 지나친다.

또래의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삼삼오오 웃고 장난치며 등교하는 모습에 아들을 오버랩시켜본다.

많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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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중학교 1학년때는 수업일수 3일을 남겨놓고 겨우 2학년에 올라갔다.

학교 교문앞에 내려주면 정문을 통과하여 옆담장을 훌쩍넘어 학교를 빠져나갔고, 건물 안까지 같이 들여보내면 교실로 들어간척하다 반대편 입구로 빠져나가 학교를 벗어났다.

차를 태워 학교가는 길에 신호가 막히면 차로를 구분하지 않고 문을 열고 도망가기를 반복했다.


#. 엄마와 아빠의 흔적

아들은 나와 아내의 결혼예물도 갖다 팔아버렸다.

반지,목걸이와 엄마의 가방까지 돈되는 것은 다 팔아버렸다.

물론 지금은 손가락에 맞지도 않겠지만, 이제 그 아름다운 결혼 징표는 없는 것이다.

말로 하자면 끝이 없다.


그래도 나는 혼자 중얼거려본다.

'살아있어줘서 감사하다고...'


자식에게 너무 큰 욕심을 부리지 마세요.

법의 테두리 내에서 잘 생활하고 잘 먹고,잘 자고, 학교 잘 다니면 그것이 그 아이의 신분에 충실한 것입니다.

그런 소소한 평범함이 저에게는 없습니다만, 그래도 잘 생활하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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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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