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과 공부

by 인솜니 lamiremi

내가 학생일 때, 그러니까 중고등학생이었는지 대학생이었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아무튼 방학이라는 게 있던 때의 일이다. 나는 방학동안 나날이 충실히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일기장에 도장을 찍어 표시를 하기로 했다.


물론 만약 지금 같았으면 인터넷의 팬시몰을 뒤져 뭔가 이쁜 도장이 없을까 찾아보겠지만, 그때는 그런게 없던 시절어서 나는 작은 지우개를 깎아서 직접 '운'자를 만들었다. 그리고 아마도 싸인펜 잉크를 콩콩콩콩 묻혀서 오늘 운동했다, 하고 신이 나서 찍었을 것이다. 그리고는 이제 '공'자도 만들어야겠네 하는 생각을 하다가 보니, 아니 이럴수가, '운'자를 뒤집으니까 '공'자가 되는 것이다. 너무 신나고 재미난 경험이었다.


지금 와서 그 일을 생각해보면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우리의 사회통념에 따르면 공부와 운동은 전혀 다르다. 나도 어려서부터 내가 공부는 잘 하고 운동은 못 한다고 생각했다. 공부는 맨날 상장을 받아왔지만, 운동은 운동회에서 8명이 달리기를 하면 언제나 8등 아니면 7등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른이 넘어 이 체력으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무술을 수련하기 시작하자 건강해지고 체력도 좋아졌다. 몸이 달라지면서 비관적인 마음도 많이 달라져서 낙관에 차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다. 게다가 운동 하나를 배우고 나니까 둘 셋을 새로 배우는 것도 많이 쉬워졌다.


정말 놀라웠다. 나는 어려서부터 공부에 그러니까 머리 쓰는 일에 좀더 소질이 있었지만 운동 역시 계발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내가 공부도 해보고 운동도 해 본 바, 그리고 공부하는 법, 훈련하는 법에 대한 여러 책들을 보며 연구해본 바, 공부나 운동이나 잘 하는 요령이 의외로 꽤 비슷하다. 기초체력이 중요하며 매일매일 꾸준히 하는 좋은 습관을 붙이는게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매일 같은 시간에 하는 버릇을 키우는 게 제일 좋다. 그 시간이 되면 저절로 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니까 훨씬 수월해진다. 관성은 저항을 줄이는 가장 큰 힘이다.


수첩에 적는 것도 나날이 훈련에 재미를 붙이는 좋은 방법이다. 매일매일의 성과가 보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쌓이는 성장 혹은 발전이 눈에 보이므로 좋다. 그리고 원래 안 하던 일을 하고, 힘껏 발전하려면 노력에 대한 칭찬을 받는게 제일 좋은데, 문제는 다 큰 어른이 그렇게 해줄 사람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므로 스스로 해주는 셀프칭찬의 일종으로서 좋은 방법이다.


나는 실은 위의 두 방법이 어쩌면 그냥 좋다 정도가 아니라 발전하고 성장하기 위해선 필수적인 것 같다. 내가 아이였을 때는 엄마가 매일 일깨줘주고 잘 했다고 칭찬해주었지만, 다 자란 내가 나를 키울 때는 칭찬해줄 사람이 따로 없으니 나 스스로 칭찬해줘야 하는 것이다. 수첩에 적는 것은 아주 간단한 칭찬과 인정이다. 그리고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는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을 적립하는 일이다.


같은 시간에 하는 습관 역시 성공을 위한 첫번째 조건이다. 우리는 낭만주의 시대의 잔재인 천재의 환상 혹은 한 순간의 깨달음에 사람이 바뀌고 인생이 바뀌는 드라마틱한 변화에 대한 로망이 있다. 그래서 ‘내가 삘을 받았을 때’, ‘느낌이 올 때’ 열심히 올인하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을 기다린다.


그러나 ‘그냥 기다린다’라는 것이 잘못된 것이다. 내가 마중나가지 않는 한 절대로 그분은 오시지 않는다. 매일매일 꾸준히, 좋아도 하고 싫어도 하고 성실히 하기 위해선 그 시간이 되면 한다는 원칙을 ‘지나칠 정도로’ 잘 지켜야 한다.


‘지나칠 정도’라는건, 매일의 상황에 따라서는 일을 미루거나 못 하거나 하는게 차라리 나을 때가 반드시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은 원칙을 어겨서 더 나았는데, 내일도 그렇게 되면, 모레가 되고 나서는 더이상 원칙을 지키는 것이 어려워지고, 결국엔 이도저도 아니게 망그러지는 일이 필연적으로 생겨나게 된다. 이 정도까지 해야되나, 싶을 정도로 좀 강하게 정해 놓는 편이 낫다. 물론 너무 강한 원칙을 만들어놓아서 유연성이 전혀 없으면 또다른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래서 ‘적절함’을 찾아야 한다.


나에게 적절히 맞는 원칙을 찾아야 하고,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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