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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브니어 Dave Near Mar 27. 2017

사냥 (1)

스스로 서고자하는 소박한 바람과 사랑하는 이들에 대한 책임있는 행동

집을 나서며 하루 먹거리를 사냥하러 가는 이들의 심정을 생각해본다. 종종 일자리를 잃고 가족에게 말도 못하고, 마치 셜록홈즈 시리즈의 '비뚤어진 입술의 사나이' 에피소드처럼, 멀쩡하게 출근하여 낮에는 걸인 행세를 하고 집에 다시 옷을 갈아입고 들어가는 그런 심정을 말이다. 돈은 좀 벌겠지만 그 마음과 영혼은 이미 누더기가 되어간다. 비루한 처지와 구겨진 자존심을 보며 다른 삶을 꿈꾸지만 주머니에 몇푼 쥐고 이미 영혼은 탈탈 털리고 만다. 싫은 걸 해야 하고 꿈은 멀어져 간다. 어깨가 무겁고 입도 무거워진다. 마음을 터놓을 사람은 없고 때마다 다른 가면을 쓰며 살아간다.


신의 은총과 자비가 없다면 우린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저마다 제 환경에서 환대와 넉넉함을 갖지 못한다면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있는 힘조차 잃은 이들에게 어떻게 회복은 찾아올까. 누군가가 다가올까. 어떤 일이 기적처럼 일어날까. 먹잇감을 등에 쥐고 돌아가지 못할 땐 어떻게 해야할까. 일용할 양식을 얻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는 걸 거짓 부요와 위장한 풍부가 넘치는 각박한 이 세상은 더 분명히 알려준다. 한가지 작은 희망이 있다. 스스로 서고자 하는 소박한 바람과 사랑하는 이들에 대한 책임있는 행동은 우릴 다른 삶으로 인도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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