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바라게만 돼요
사랑에 대한 여러 생각들이 있는데 그 중 감추려해도 솔직히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사랑은 하면 할 수록 상대에게 더 바라게 된다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더 바라기보다는 나의 것을 내어주고 상대의 필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것이지만, 분명히 상대를 더 붙잡아주고 더 많은 것을 기대하고 바라면서 관계가 깊어지는 단계가 있다. 사랑은 자주 이기적이다. 그러나 그것을 과연 비난할 수 있을까.
이 곡 <더 바라게만 돼요>는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지는 못한 상태이지만 한 명이 상대를 생각하는 애뜻한 마음을 감히 상상하면서 쓴 곡이다. 세월이 지나도 그와 그녀는 사랑의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나 너의 눈빛에 담겨진 날 사랑하는 마음 다 알 수 없어도
그 사랑 느낄 수 있어서 날 사랑하는 마음 더 바라게만 돼요
아름다운 너와 모든 것을 함께 하고 싶은 나의 마음 아나요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우리 사랑의 노래를 부를 수 있다면
다시 오지 않을 이 순간을 함께 남기고픈 나의 마음 아나요
시간이 지나도 아름다운 우리 사랑의 노래를 부를 수 있다면
- 더 바라게만 돼요, <데이브니어>
언제나 녹음을 할 때 MIDI로 피아노를 쳐서 음을 수정하고, 정확한 템포를 정해서 그 템포에 딱딱 맞게 작업을 했는데 (대부분의 대중가요는 피아노나 스트링 녹음조차도 기존 드럼,베이스 등의 리듬섹션 연주나 클릭을 들으면서 정확한 박자에 맞춰서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는 클릭없이 느낌만으로 피아노를 연주했다. 총 3개의 테이크를 받았는데 그 중 첫번째 연주를 기본으로 작업을 했다.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피아노를 연주했기에 실제 노래 녹음을 얹을 때는 생각보다 호흡이 모자랐다. 노래 연습을 평소에 하지 않았기에 그랬고 생각보다 더 여유있는 템포로 피아노 녹음이 되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이 템포가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왜 오리지널 멜로디를 만들지 않고 기존 곡을 차용했을까 궁금한 분들이 있을 것 같다. 나도 이전에는 그런 상상은 잘 못했다. 무조건 내가 쓴 곡을 더 우선시했기 때문에 그런 상상을 하기는 어려웠는데 클래식 팟캐스트를 제작하고 진행하다보니 좋은 곡들을 정말 많이 듣게 되고, 기존의 좋은 클래식 음악이 녹아있는 팝송도 많이 만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그런 시도를 하고 싶었다.
들어보신 분들은 이미 아시겠지만, 그 중 택한 첫번째 곡이 바로 베토벤 비창 소나타 2악장의 첫 멜로디이다. 너무나 유명한 곡이고 Midnight Blue 같은 선례가 있기 때문에 처음엔 막막했지만, 다행히 어렵지 않게 내 스타일로 만들 수 있었다. 캐논처럼 하향하는 화성의 흐름을 잘 붙이면 대중에게도 익숙한 화음으로 들릴 수도 있을테고, 기존에 내가 좋아하는 진행이기도 해서 어렵지 않게 기존 멜로디에 보이싱을 했다. 처음에 작업을 할 때부터 피아노 4중주 반주를 염두에 두었지만 첫발표 때는 시간과 예산 상 피아노에 보컬만 살짝 얹는 것을 선택했다.
음원은 워너뮤직에서 발매했고 해프닝이 있었는데, 바로 <더 바라게만 돼요>라는 제목을 첫 발표 때 <더 바라게만 되요>라고 표기한 채 발매된 것이었다. 앨범 커버도, 음원등록도 모두 오타가 나는 과정에서 그 누구도 그것을 체크하지 못했다. 출시 일정을 당기면서 너무나 조급하게 일을 처리하면서 발생한 사고였다. 주말에 발표하는 통에 수정도 주초가 되야 가능했는데 음원사이트들에는 데이브니어의 구차한 사과와 '되요'를 지적하는 팬들의 글들을 볼 수 있다.
이 곡에서 '다시 오지 않을 이 순간을 함께'라는 부분에 들어가기 전 루바토 부분을 가장 좋아한다. 부를 때나 만들 때나 사랑의 파도가 넘실대는 것을 나는 '보았다'.
참고로,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가 궁금한 분들은 꼭 들어보시길 바란다.
https://music.bugs.co.kr/radio/musiccast/episode/11664
https://music.bugs.co.kr/radio/musiccast/episode/11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