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전, 스타벅스로 향하는 길에 갑자기 문득 든 생각.
나는 올해 상반기에는 크기가 어떻든 단단하게 구르는 공이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굴러가며 나만의 흔적을 남기고 싶다. 이를 테면 내가 걸어간 길들에 빵가루 처럼 온라인 상 흔적을 여기저기 남겨두어야겠다는 생각이다.
기록이라는 것의 목적을 잘 모른채로 아무 의도나 스스로의 관점 없이 쌓아오기만 했다.
서로 연결되지 않고 다른 쓰임새로 쓰이지 않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데이터, 기록, 흔적은 시간이 지날 수록 연결고리가 흐려져 기억 속에서 점점 사라져버린다. 당시에 그 기록을 할 때 느꼈던 감정과 인사이트, 얻은 감동 같은 것들이 그 자체로만 머무른다면 수많은 앞으로의 기록들과 과거의 기록 중에 하나로 희미해져간다.
의도를 가지고 기록을 한다는 것은 나를 발견하는 긴 여정에서 내가 추구하는 삶의 특정 영역에서 나만의 데이터를 단단하게 구축해나가는 것이다. 데이터와 정보, 사실 들은 다른 것들과 연결되었을 때 비로소 쓰임새가 생긴다. 의미가 눈에 당장 보이지 않더라도, 나의 경험, 수많은 선택들 사이에서 연결지점들을 발견해나갈 때 내가 나아가야할 방향, 내가 추구하는 삶이 보이기 시작하지 않을까?
성실히 쌓아온 기록들은 그 연결지점들을 찾기 위한 중요한 단서가 되기 때문에 일단은 무엇이든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 기록들을 나중에 찾아보기 편하게 내가 하던 고민과 생각의 주제나 테마를 알아보기 쉽게 자신만의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좋다.
기록들 사이에 연결지점이 또렷해지고 단단해질수록 내가 앞으로 해야하는 일들이 더 명확해지며
내가 가진 자원, 행동해야 하는 것들이 서로 더 밀접히 연결되어 응집되고 서로 시너지가 일어나며
삶에 밀도가 생길 것이다. 밀도 있는 삶은 잘 굴러간다. 초점이 명확하고, 사소한 것에 정신이 쉽게 분산되지 않는다.
가다가 멈추고 가다가 멈추지 않고 계속 굴러간다.
또 좋은 것들이 그 삶에 달라붙어 함께 굴러가며 공은 점점 커질 수도 있다.
일단은 큰 공이 되기 위해서는 내실부터 다져야하고 작은 영역에서부터 타협하지 않고 느슨해질만한 구석들을 조여서 나와 함께 굴러갈 것은 남겨두고 불필요한 그 모든 것은 떨쳐버려야 한다.
그렇게 가벼워진 상태에서, 어떤 방향으로 일단 굴러보기 시작해야한다. 그 길이 막혀있다면 다른 길로 자연스럽게 굴러가게 될 것이다. 무언가에 너무 큰 기대를 하지도 않고, 애쓰지 않고, 지금 내가 단단해져가는 것 그 자체를 보상으로 여기며, 구를 수 있다는 것 자체에 즐거워하며 신나게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튕겨내지고, 내던져지는 것이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작은 공이라도 되려고 내가 가진 최소한의 자원을 뭉치지 않고 물렁한 액체 그 상태로 둔다면, 여기저기 원치 않은 곳으로 흐르고 그렇게 정체되다가 말라버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는 것을 조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