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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다원 Sep 30. 2017

2.살떨리는 아프리카, 시작된 오프로드

'11개국 친구들과 떠난 20일간의 아프리카 횡단기 두번째 이야기'

DAY-2

트럭킹 첫날밤의 추위는 상상이상이었다.

어젯밤 잠들기 전 상체에는 히트택, 집업 후드,

바람막이, 점퍼를 입고 하체에는 타이즈와

산악 양말 그리고 바지를 입었다. 목토시와

비니를 쓰고 핫팩 1개를 터트려 추위에 대비했다.

결과는 정말 얼어 죽을뻔했다. 새벽부터 급격히

온도가 떨어졌다. 찬기운이 살을 파고들어 온몸을

바들바들 떨게 만들었다. 아침에 일어나기 위해

몸을 움직이자 뼈마디가 아파왔다. 아프리카에서

이런 추위를 느끼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일찍 일어나 씻고 출발하려던 나의 야무진 계획은

추위 앞에 무릎을 꿇고야 말았다.

(트럭킹 참여 기간 8월8일~28일)


6시 30분에 출발해야 하기 때문에 5시부터 일어나

준비했지만 첫날 아침이라서 그런지 노하우가

없어 시간이 빠듯했다. 짐을 트럭에 싣고 텐트를

정리한 후 림슨이 준비해둔 아침을 먹었다.

다들 예상 못한 추위를 온몸으로 맞이하여 멍한

표정으로 아침을 먹고 있었다.


아프리카의 하늘은 늘 파랗다.

2일 차 트럭킹이 시작되었다. 트럭에 24개의

좌석이 있는데 매일 자리를 옮겨가며 앉기

때문에 생각보다 경쟁이 치열했다.

오늘 내 옆에 앉은 친구는 독일에서 온

프랭키라는 친구다. (프랭크는 남자 이름

이어서 발음에 늘 주의해야 한다.)

레게 머리가 인상적인 그녀가 독일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레게머리를 하고

교권에 몸담고 있는 사람을 살면서 처음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남아공 케이프타운 작은

미용실에서 머리를 했는데 아주 저렴하고

당분간 머리를 깜지 않아도 되니 트럭킹에

최적화된 머리라며 기뻐했다.


출발한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발가락이 아직도

차가웠다. 휴게소에서 잠깐 쉬어갈 때 핫초코

한잔을 마셨더니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았다.

트럭을 타고 이동하는 중에 휴게소를 자주

들리는 편이다. 아프리카는 대부분 주유소에

편의점과 화장실까지 겸비하여 주유를 하는 동안

간단한 간식거리를 구매하거나 ATM기에서

현금을 인출할 수 있다. 아침, 점심을

빵과 샐러드류의 메뉴로 해결하기 때문에

편의점에서 육포나 과자 등 간식거리들을 사서

이동하는 동안 자주 먹었다.


휴게소를 두어 번 들린 것 이외에는 계속 이동해

나미비아 국경 바로 앞 캠프 사이트에

*(Fiddlers Creek Camp site) 도착했다. 

오늘 하루 500Km를 이동하여 도착한 이곳에는

남아공과 나미비아 국경을 사이로

*Orange River가 흐르고 있다.

드라켄즈 버그 산맥에서 시작하여 알렉산더

만 부근에서 대서양으로 유입되는데 이강의

길이만 2100km쯤 된다.


림슨이 저녁식사 시간을 공지한 후 우리는 텐트를

설치하기 위해 흩어졌다. 어제보다 훨씬 수월하게

샤워를 하고 잠 잘 준비를 마쳤다.


그릴 위에 돼지고기가 맛있게 익어가고 있다.

모닥불 주위에 캠핑의자를 둥그렇게 설치한 후

식사를 시작했다. 식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될 즘

자연스럽게 자기소개 시간이 시작되었다.

림슨이 말하길 아프리카에서는 집안에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불 앞에 둘러앉아 나누는 문화가

아프리카에서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모닥불에 그릴을 설치하고 고기를 굽고 있다.
“나는 한국에서 온 ‘Ji’ 라고해 세계여행을
5개월째 하고 있고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는
5년간 군 복무를 했어”


이전에는 'Daniel'이라는 영어 이름을 썼었는데

이번 세계여행에서는 외국인 친구들에게 굳이

나의 이름을 영어로 바꿔 소개하는 것보다 한글

이름을 사용하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발음하기 쉽지 않으면 나를 부르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배려해서

‘Ji’라고 소개한다.


24명의 자기소개 시간을 마치고 맥주를 하나씩

들고 삼삼오오 모닥불 주위에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나는 어제와 오늘 이탈리아 친구들인

카테리나와 페데리카랑 이탈리아 제스처 수업을

받고 있다. 이야기할 때 유난히 손을 많이

사용하는 그들의 문화를 배워보고 싶었다.

생각보다 제스처의 종류가 굉장히 많았다.

내일은 완벽히 암기했는지 제스처 시험까지

쳐야 하지만 즐거웠다. 완벽히 외운 후에는

한글을 알려주기로 약속했다.


불이 약해지고 마지막이었던 장작도 거의 다 타고

얼마 남지 않자 하나 둘 텐트로 돌아갔다.

남은 몇몇은 어젯밤의 추위가 생각나 마지막까지

불에 온몸을 의지했다.


DAY-3

새벽에 2~3번 잠에서 깨는 것은 기본이다.

너무 추워서 뒤척이다 다시 잠들기를 번복했다.

핫팩을 2개나 터뜨렸지만 크게 달라질 게 없었다.

5시 30분부터 눈을 떠 씻고 짐을 정리했다.

오늘 오전에는 Orange River에서 카누를 탄다.

선택 액티비티여서 희망하는 사람만 요금을

지불하고 참여하면 된다. 8시가 되자 카누를

실은 또 다른 트럭을 타고 출발했다.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은 캠프 사이트에 남아 여유로운

오전 시간을 보냈다.


트럭으로 15분간 이동하여 조금 떨어진 곳에서

2시간가량 카누잉을 해서 숙소 앞 선착장까지

도착하는 일정이다. 생에 첫 카누잉을 아프리카

오렌지강에서 하게 되어 설렘보단 조금 두려웠다.

절대 물에 빠지고 싶지 않았다. 노를 젓다 보니

요령이 없어서 일까 15분 채 지나지 않아 허리와

어깨가 아파왔다. 물살이 조금도 없어 오로지

팔 힘으로만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2명이서

하나의 보트를 타는데 둘의 합도 꽤 중요했다.

일행으로부터 떨어지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를 저으니 자연경관이 눈에 들어올 일이 없었다.

두 시간 동안 기억에 남는 건 노란 패들뿐이었다. 


*(카누 투어 금액은 250랜드/25,000원,

US달러로도 계산이 가능하다. 달러로 계산 시

환율을 좋게 쳐줄 리가 없어 손해를 많이 보기

때문에 케이프타운이나 1~2일차 휴게소

ATM에서 현금을 미리 찾아두는 게 좋다.)


3일차에는 남아공에서 나미비아 국경을 통과한다.

캠프 사이트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나미비아

입국신고서를 미리 작성한 후 출발했다.

나미비아는 남아공보다 1시간이 늦기 때문에

손목시계의 시간을 다시 조정했다.

나미비아는 나미비아 달러를 사용하지만

남아공의 랜드도 화폐의 가치가 같아

공용으로 사용되어 두 나라의 화폐를 섞어서

지불이 가능하고 잔돈 또한 섞어서 받게 된다.


남아공의 출국심사를 간단하게 끝낸 후

나미비아 입국심사대로 향했다. 굳은 표정의

흑인이 짧고 간결한 어투로 이야기해 불친절하게

느껴졌다. 우리 일행 중 남아공 국적의

시아(Siya)라는 친구가 있는데 원래 직업이

여행사 직원이라서 다른 일을 목적으로 입국하는

것으로 의심하여 준비해 간 서류가 확실한데도

심사관들이 이유 없이 시간을 끌었다. 


시작된 나미비아 비포장 도로

시간이 지체된 만큼 트럭이 속도를 냈다.

림슨은 출발하기 전 나미비아부터는 비포장

길의 시작이기 때문에 놀라지 말고

Natural Massage를 즐겨보라고 했다.

창문이 전부 닫혀있는데도 트럭 바닥에서

흙먼지가 뿌옇게 될 정도로 올라왔다.

스카프나 목토시를 눈밑까지 추켜올려

최대한 흙먼지를 피해보려 노력했지만

크게 효과는 없었다.


예상보다 훨씬 늦은 시간에

*피쉬리버 캐니언에(Fish River Canyon)

도착했다. 피쉬리버 캐니언은 세계에서 2번째,

아프리카에선 제일 큰 협곡이다. 햇빛이 비춰

협곡이 제일 잘 보이는 시간이 오후 2~3시쯤인데

우리는 5시에 도착해서 협곡 안은 이미 어두워져

완벽한 모습을 볼 순 없었다. 2km 정도를 산책

삼아 걷는 동안 림슨은 저녁을 준비했다.

6시가 되기를 기다렸다는 듯 사방이 캄캄해

지면서 하늘에 별들이 빛을 내기 시작했다.

식사 준비시간이 조금 길어졌지만 하늘에 펼쳐진

‘별밭’을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협곡사이를 완벽히 보지 못해 아쉬웠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캠프 사이트로 내려와 언제나

그렇듯 텐트를 설치하고 샤워를 했다. 흙먼지를

가장 많이 들이킨 날이기 때문에  샤워가 너무

간절했다. 짐 정리를 마치고 Bar에서 일행들과

별을 안주삼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맞은편에 앉아있던 크리스가 영국 특유의

억양으로 굉장히 젠틀하게 말을 걸어왔다.


“Ji, 군대에서 있었던 시간이 너에게 도움이 되었어?”
“응, 나에게 굉장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해”


크리스는 영국에서 어린아이들에게 운동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라고 한다. 다양한 구기종목을

통해 아이들에게 기본적인 체력과 몸의 균형을

키워주는 일이라고 한다. 

아름다운 밤 별빛이 쏟아지는 하늘 아래서

친구들과 기분 좋은 대화를 나누고 있으니 문득

아프리카에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여행중 (17.3.31~)

*네이버뉴스 여행기 연재 (9.22일 종료)

  *유럽 세계여행기 바로가기  

*아프리카 5600km 횡단 완료

*18번째 국가 태국 치앙마이에서

  2달살기중 (~11.16)

* 인스타그램 세계여행 계정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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