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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다원 Oct 01. 2017

3. 1억5천년의 역사, 나미브사막을 밟다.

'11개국 친구들과 떠난 20일간의 아프리카 횡단기 세번째 이야기'

DAY-4

6시에 아침을 먹기 위해서 4시 30분에는 일어나

준비를 해야 했다. 눈을 뜨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아프리카는 왜 이렇게 추운 것인가였다. 

그리곤 밤새 추위에 떤 몸을 반쯤 일으킨 다음

씻을까 말까 한참을 고민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림슨이 갈길이 멀다고 오늘따라 굉장히

굉장히 둘렀다. 식사를 마치자마자 숨 돌릴 새 없이

정리하고 계획한 시간에 출발했다.


미국에서 온 크리스틴(앞), 네덜란드에서 온 라오(옆)

네덜란드인 라오와 함께 오늘 긴 여정을 나란히

앉아 함께 한다. 라오의 이름은 내가 외국

친구들에게 ‘Ji’라고 소개하듯 우리가 편하게

부를 수 있는 있도록 배려한 이름이다.

네덜란드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하고 방학을

맞아 6주 동안 아프리카와 이탈리아를 여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라오는 다리가 정말 길어서

같이 사진을 찍을 때마다 큰 키 차이 때문에

의도치 않게 상대방을 난쟁이로 만들어 버린다.


동물이 나타났을 때 우리의 모습

한참을 달리다가 차가 속도를 줄이기 시작하면

반사적으로 주위를 살펴보게 된다. 근처에

야생동물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이른 시간에

달리다 보니 길 위에서 평소보다 많은 동물들과

마주쳤다. 림슨이 말하길 한여름에 트럭킹을

하는 것보다 조금 춥지만 겨울에 하는 게 동물들을

더 많이 볼 수 있다고 한다. 너무 더우면 동물들도

움직이는 게 힘들기 때문이다. 차를 세우자 풀을

뜯어먹던 지브라 무리가 우리를 한참 응시하더니

달아났다.


주유를 하기 위해 주유소에 들어갔다. 화장실과

편의점에서 15분 정도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나는 편의점에서 나미비아 유심을 구매했다.

캠프 사이트에서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으나

돈을 받고 일정 시간만큼만 사용할 수 있는데

속도가 너무 느린 곳이 많아서 긴급상황을

대비해 최소한의 연락은 유지해야 할 것 같아

일행들 몇 명과 함께 유심을 교체했다.


*심카드만 10랜드(850원),

160MB 바우처 50랜드(4,500원)에 

구매했다.  사용해보니 연락만 주고받는 정도로

사용하면 5~7일 정도는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이다.


페데와 카테 그리고 크리스틴에게 한글교실을 열어

자신의 이름을 한글로 쓸 수 있도록 알려주었다.

워낙 한글에 관심이 많아서 평소 한국 친구들이

이야기할 때 들었던 한글 단어들을 따라 할 정도로

관심이 많아서 굉장히 재미있어했다.

자음과 모음 옆에 영어 발음과 함께 정리해서

스스로 종이에 써보도록 했다. 그런데 알려주는

입장에서도 자음과 모음 그리고 받침의 역할에

대하여  설명하다 보니 우리 한글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한 번은 모국어가 있어서 참으로 좋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긴 시간 서로 다른

문화 속에 살던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하다 보면

때론 다른 점에 마주하게 된다.

또한 뜨거운 날씨와 열악한 환경은 우릴 지치게 

할 때가 있었다. 사소하지만 한글로 한국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함께 공감하고 위로해주면서 마음에

쌓아두지 않게 될뿐더러 불편한 마음을 빨리

떨쳐내고 여행에 집중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다. 문득 영국과

미국 친구들은 영어로 밖에 이야기할 수 없어

불편하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피쉬 리버 캐니언에 내려와 트래킹을 했다.

세서림 캠프사이트(*Sesriem Campsite)

도착했다. 이전의 캠프사이트들과는 달리 엄청 큰

규모여서 여행자들 또한 굉장히 많았다.

듄45라는 모래언덕에서 일출과 일몰을 보기 위해

베이스캠프로 머물기에 가장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텐트를 치지 않고 곧바로 *Fish Rive Caniyon

으로 향했다. 어제는 위쪽에서 캐니언을

바라보았다면 이곳에서는 캐니언 내부로 들어가

가볍게 산책하듯 트랙킹을 할 수 있었다.


숙소로 돌아와 짐을 정리하는데 나무 타는 냄새와

고기 익는 냄새가 허기진 배를 강하게 자극했다.

양고기와 소시지 바비큐가 오늘의 저녁 메뉴다.

캄캄해서 잘 보이지도 않는데 림슨은 손전등도

없이 고기를 구웠다. 안 익을까 걱정되어 손전등을

몇 번 비춰보았는데 역시나 겉만 바싹하게 타고

있었다. 지켜보던 외국 친구들이 ’Perfact!’를 

외쳤다. 이게 완벽하다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김없이 아름답다.

별들 사이로 운무 비슷한 게 살짝 끼면서 은하수

같은 느낌마저 연출했다. 누군가 아프리카에

밤하늘을 보기 위해 온다고 해도 절대 과언이

아닐 듯하다. 림슨이 내일 일정을 설명한다.

내일 듄45에서 일출을 보려면 4시에 일어나

출발해야 한다고 한다. 텐트는 놔두었다가

오전 일정을 마치고 돌아와서 정리하기로 했다.


DAY-5
듄45에서 바라본 나미브사막의 전경

오늘 오전에 방문할 *듄45와 *데드블레이

나미브 사막의 일부다. 1억 5000년 전 형성된

나미브 사막은 세계 유일의 해안 사막으로

나미비아 국가 이름 또한 여기서 유래했다고

할 정도로 의미와 역사가 깊은 곳이다.

TV로 보는 것조차도 가슴 뛰었던 이곳을

실제로 보게 된다니 여행자로서 가슴이 뛰지

않을 수가 없다.


새벽부터 가파른 모래언덕을 오르는 건 쉽지

않았다. 바닥을 밟을 때마다 발이 모래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를 반복해 체력이 급격하게

소진되었다. 운동화에는 모래로 금세 가득 차

발을 더 무겁게 만들어 중간부터는 맨발로 올랐다.

앞사람이 밟고 지나간 곳을 따라 밟는 꼼수를

부려보아도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새벽부터 많은 여행자들이 일출을 보기위해 사구를 오른다.

새벽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모래언덕을 올라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중간지점쯤에 도달했을 때

이미 동이 트기 시작했다. 아슬아슬하게 해가

완전히 올라오기 전에 일출을 보기 좋은 능선에

도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언덕 너머로 강렬하고

노란 태양이 빠르게 솟아올랐다. 강렬한 태양이

서서히 세상을 밝히는 모습을 말없이 숨죽여

바라보았다.

*(Tip : 도착하면 조금 서둘러서 선두에서

등정하시기를 추천합니다. 발목이 높이 올라온

등산화나 차라리 맨발 추천)


듄45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림슨과 파지가

준비해 놓은 아침을 먹고 데드블레이로 향했다.

우리 트럭은 안쪽까지 들어갈 수가 없어서 4륜 구동

안내차량으로 이동했다. 우리는 빅대디라는 거대한

사구에 다녀올 팀과 데드블레이만 구경할 팀으로

나누었다. 


빅대디를 오르기 위해선 물과 정신력이 필수다.

여기까지 와서 데드블레이만 보면

아쉬울 것 같아 빅대디 등정을 결정했다.

다시 한번 신발을 벗고 모래 사구를 오를 준비를

마쳤다. 황금빛 능선은 정상에 닿을 듯 말 듯 거리

가늠이 어려웠다. 


나미브사막의 크고작은 사구들의 모습

빅대디는 말 그대로 사구 중 가장 높고 크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3시간 동안 강렬한

태양과 다리를 붙잡는 모래와의 사투 끝에

빅대디는 넓은 가슴을 내주었다.

빅대디 정상에서 한참을 구경한 후 데드블레이

쪽으로 사구를 가로질러 뛰어내려 가기로 했다.

모래가 무릎까지 지탱해 주어서 넘어지지 않고

신나게 뛰어 내려갔다.


빅대디에서 데드블레이 방향으로 신나게 뛰어내려갔다.

데드블레이는 높은 사구로 사방이 둘러 쌓여

있었다. 이곳이 원래는 물길이었는데 바람이

쌓아 올린 사구가 물길을 하나씩 가로막으면서

모든 것이 말라 버렸다. 그리고 그위에 꼿꼿하게

허리를 세우고 있는 나무들은 무려 900년이

넘었다고 한다.


캠프사이트에서 바라보던 물웅덩이에 모인 얼룩말들.

오후에는 숙박할 캠프사이트까지 이동하는

일정뿐이기 때문에 휴게소에 잠시 멈춰 선 것

말고는 대부분의 시간을 트럭에서 보냈다. 

5시쯤 캠프사이트*(Desert Shelter Cha-re)

에 도착했다. 해가 지고 Bar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캠프사이트에서 만들어 놓은 물 웅덩이에

물 마시는 지브라를 보기 위해서다. 밤이 깊어지자

지브라 여러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가

조금만 움직여도 겁을 먹고 저 멀리 달아났다가

다시 오기를 반복했다. 지브라와 밤하늘을 번갈아

가며 감상하고 있자니 아프리카의 매력 2가지를

한 번에 만끽할 수 있다니 행복했다.

시원한 바람이 솔솔 잠이 오게 했다. 어느 때보다

운동량이 많아서 일까 침낭이 유난히 내 방처럼

편안한 날이었다.



*세계여행중 (17.3.31~)

*네이버뉴스 여행기 연재 (9.22일 종료)

  *유럽 세계여행기 바로가기  

*아프리카 5600km 횡단 완료

*18번째 국가 태국 치앙마이에서

  2달살기중 (~11.16)

* 인스타그램 세계여행 계정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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