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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다원 Sep 29. 2017

1.남아프리카, 트럭 타고 5600km

 '11개국 친구들과 떠난 20일간의 아프리카 횡단기 첫번째 이야기'

DAY-1


나의 첫 'SEAT MATE' 남아공사람인 씨아봉가와 함께

오전 7시까지 노메드(NOMAD) 회사에 도착해야

하기 때문에 5시 30분쯤 일어났다. 어쩐 일인지

잠이 오지 않아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며칠 전 숙소 복도에서 우연하게 만난 한국 분도

나와 트럭킹 일정이 같아 6시에 로비에서 만나

체크아웃을 하기로 했었다. 먼저 체크아웃을 하고

있던 중 외국인 2명이 거대한 가방을 들고

내려왔다.  이 시간에 출발하는 게 흔하지 않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말을 걸어 보았다.


“혹시 너희도 트럭킹 가니?”
“맞아! 너희도?”


그것이 트럭킹 중 가장 친해지게 되었던

이탈리아인 카테리나와 페데리카와의 첫

만남이었다. 서로 인사를 주고받던 중 호스텔

직원이 손님이 4명이나 이른 아침에 출발하자

조식을 먹을 수 없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간단한 빵과 커피를 준비해 주었다.


트럭내부 짐을 보관할 수 있는 사물함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마친 후 노매드 회사에

도착했다. 회사 앞에는 큰 트럭 2대가 나란히

요란한소리를 내며 여행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접수를 하기 전 트럭에 가방을 트럭에 먼저

실어야 하는데 반드시 캠핑 투어의 트럭인지

반드시 확인을 하고 실어야 한다. 예약할 당시

도대체 65리터짜리 가방이 어떻게 사물함에

들어간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던

터라 사물함의 실체가 너무나도 궁금했었다.

트럭에 올라서자 우측 벽면이 전부 

사물함이었는데 마치 목욕탕 신발 보관함처럼

생겼다. 깊이는 *65리터 대형배낭이 딱 들어갈

정도의 깊이였다. 폭이 넓지 않아 가방 외부에

달려있던 침낭은 제거해야만 사물함에 넣을

수가 있었다. 하드케이스의 가방을 가져오지

말라고 했던 말이 이해가 갔다. 크기가 크고

딱딱한 케리어는 사물함에 들어가지가 않아

복도에 눕혀 놔야 하는데 여행 내내 하드케이스

케리어는 모두의 골칫덩어리였고 불편함 그

자체였다. (어딜 가나 말 안 듣는 사람은 꼭 있다.)


트럭킹 출발전 예약여부 확인과 접수하는 모습

숙박투어 여행자들은 1층에서 접수를 하고

캠핑 투어 여행자들은 2층에서 접수가 진행되는데

여권번호와 여행자보험 번호, 그리고 위급한 상황이

생겼을 시 연락 가능 한 번호 등을 남기면

접수 완료다. 1층 로비에서 한국인들과 만나

인사를 나눴다. 나를 포함해서 총 5명의 한국인이

함께 여행을 하게 되었는데  사실 같은 기간에

아프리카를 함께 여행하게 된 것 자체가 흔하지

않아서 우리 모두 설마 한국인이 있겠어?라고

생각했었다.  여행기간 동안 한국인의 존재는

그 무엇보다 나에게 너무나도 큰 힘이 되었고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림슨(가이드)이 출발전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오전 8시쯤 여행자 전원 트럭에 탑승을 완료했다.

그리고 우리의 가이드 겸 요리사 림슨과

드라이버인 파지와 인사를 나누며 간단하게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되었다. 여행 중 경험하게

될 수도 있는 각종 위험과 주의사항 등에 대하여

설명을 했다.


“오랜 시간 이동하면 화장실은 어떻게 해야 해?” 


설명을 마치자 누군가 질문했다. 

그러자 가이드가 대답했다.


“우리에겐 부시부시가 있잖아” 


그 말은 즉 길 위에 있는 나무, 풀숲, 바위 등 어떤

것이라도 신체 일부를 가릴 수만 있다면 그곳이

화장실이란 뜻이다.


“Welcome to Africa”

 

우렁찬 트럭 엔진 소리와 함께 드디어 아프리카

트럭킹이 시작되었다. 트럭 안은 마치 봄소풍을

떠나는 신난 아이들처럼 시끌시끌했다.

옆자리의 친구와 인사를 나누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멀리 테이블 마운틴이 보이는 바다에 멈춰 잠시

사진 찍는 시간을 가진 후 근처 쇼핑몰에 도착했다.

림슨과 파지는 며칠간 우리가 먹을 음식 재료를

구매하고 여행자들은 침낭이나 외투, 물등 필요한

물품을 구매할 수 있는 시간이다. 아프리카는

굉장히 더울 것이라는 착각에 침낭을 가져오지

않은 사람들이 꽤 있었다.  출발 전 안내 시간에

마시는 물은 작은 것 여러 개를 구매하는 것보다는

5L의 큰 물을 사서 작은 물통에 수시로 덜어서

먹는 걸 추천한다고 했다. (쇼핑몰 내 아웃도어 

매장 *CAPE UNION에서 침낭을 구매할 수 있다)


20일간 긴여정을 함께한 친구들과 함께

트럭 앞에서 가이드를 기다리며 여행자들끼리

자기소개를 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 팀의

구성원을 확인해보니 

브라질 5명, 포르투갈 2명, 미국 2명,

독일 3명, 네덜란드 1명, 영국 1명,

이탈리아 2명, 남아공 1명, 한국 5명,

그리고 가이드 2명을 포함해 24명으로

총 9개국의 나라 사람들이 모여 이번

여정의 한 팀이 되었다.

(중반부에 합류한 친구들이 있어 최종적으론

11개국이 되었다.)

와인농장에서 현지에서 만든 와인을 시음했다.

공식적인 첫 번째 프로그램인 ‘Wine Tasting’

진행하는 포도농장에 도착했다. 트럭킹 예약 시

구매했던 기본 액티비티에 포함되어 남아공

현지에서 만든 와인 4종류를 맛보고 구매할 수

있는 시간이다. 굳이 다 마실 필요는 없었지만

R200랜드(17,000원)를 지불했기 때문에

의무감을 갖고 ‘주전부리’ 하나 없이

와인 4잔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굳이 방문할

필요가 있나 싶은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일행들 중에 와인을 구매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1시간쯤 달려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공터에

트럭이 멈춰 섰다. 트럭 이곳저곳 열리더니

순식간에 조리대가 완성되고 음식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트럭에서의 첫끼이다 보니 느리지만

심슨이 알려주는 데로 여행자들은 식사 준비를

함께 도왔다. 식사는 긴 테이블에 뷔페식으로

준비되고 각자 접시에 먹을 만큼 담아서 식사를

하면 된다. 아침식사는 이른 시간에 출발하고

점심식사는 길 위에서 먹기 때문에 대부분 간편한 

샐러드와 빵 과일 위주로 준비된다.

저녁도 트럭에서 조리하긴 하지만 캠프 사이트에는

식사를 준비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조금 더 퀄리티가 있는 음식을 먹는다.

(낮에는 늘 배가고파서 군것질을 많이 했다)


나와 한국인들이 식사 후 가장 충격받았던 건 바로

설거지 때문이었다. 우선 큰 바구니 2개에 물을

담아 한쪽에는 퐁퐁을 풀어 거품을 낸다.

접시를 퐁퐁 물에 담가 수세미로 닦아 낸 후 물만

담긴 통에 담갔다 꺼냈다. 설마 했지만 그게

끝이었다.  처음 한 두명은 깨끗한 물에 설거지를

할 수 있겠지만 깨끗한 물에 닦은 접시를 다음에

내가 쓸 거라고 장담할 수 없다. 한국이었다면

어머니의 등짝 스메싱을 피하지 못했을게 분명하다.

20일 동안 50 끼니 이상을 먹어야 할 텐데 최대한

빨리 포기하고 마음을 내려놓는 게 내 심신에

이롭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오후 5시가 조금 넘어서 남아공령에 있는 

Marcuskraal Campsite에 도착했다.

림슨이 트럭에서 텐트 장비들을 꺼내어

설치 요령을 설명해주었다.

(트럭의 수납공간은 실로 대단했다.)

텐트는 성인 남자 2명이서 사용해도 공간이 많이

남을 만큼 여유로웠다. 한국인 남자가 나를

포함해서 3명이었는데 4일 차 이후부터는

한 텐트에서 세 명이서 같이 잤다.


캠프 사이트는 대부분 작은 Bar와 수영장을 갖추고

있고 화장실과 샤워실, 텐트를 설치할 수 있는

캠핑공간과 숙소 투어 여행자를 위한 숙소로

이루어져 있다. 아프리카니까 화장실과 샤워실은

포기해야겠다는 예상과 달리 여행자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너무나 깔끔하게 잘 관리되어 있었다.

캠프 사이트는 개인이 운영하고 관리하는데 확실히

트럭킹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다 보니

아프리카를 찾는 관광객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여서

깨끗하지 않거나 관리가 소홀하면 대형 여행

업체로부터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 덕분에 트럭킹

여행자들은 수준 이하의 캠프 사이트에서 숙박하는

일은 거의 없다.


트럭킹 첫날밤 아늑했던 캠프사이트의 야경

텐트 설치 후 저녁식사 전까지 자유시간이다.

이 시간엔 대부분 샤워를 하고 어두워지기 전에

잘 준비를 해놓고 약속이라도 한 듯 Bar에 모여서

맥주 한잔 마시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눈다.

2일 차 까지는 나미비아 국경 근처로 이동하는

일정이어서 외국인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며 서로

알아가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식사가 끝나자 밖은 이미 어둠이 내려앉았다.

수많은 별들이 하늘을 뒤덮었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생각해보았지만

‘황홀’이란 표현으로도 부족했다. 카메라를

꺼내 들었지만 아름다움을 온전히 다 담을 수가

없었다. 처음 본 아프리카 하늘을 기억에

담기 위해 한참을 말없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세계여행중 (17.3.31~)

*네이버뉴스 여행기 연재 (9.22일 종료)

  *유럽 세계여행기 바로가기  

*아프리카 5600km 횡단 완료

*18번째 국가 태국 치앙마이에서

  2달살기중 (~11.16)

* 인스타그램 세계여행 계정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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