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는 행복만큼 불행도 필수적인 것이다.

책 [모순]을 읽고,

by 윤달청

1.

유치해질 순간은 얼마든지 많았지만 그럴 때마다 번번이 내가 그것을 용납치 않았다. 감상적이고 유치하게 살지 않겠다는 자세는 약간 과장되게 말한다면 내가 지닌 굳건한 세계관이었다. 내게 친구가 거의 없는 것도 사실은 다 그 때문이었다. 나는 감상과 유치함에 대해 언제나 과감하게 적대적이었으니까.


2.

그러나 열다섯 살이 넘은 후로는 그렇게 착한 마음이 생기는 날이 참 드물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철이 들면 더욱 착하게 굴어야 할 텐데, 나는 그렇지가 못했다. 나이가 들면서 가만히 주위를 살펴보니, 내가 아는 착한 애들은 모두 바보였다. 그 당시 나는 단지 바보가 되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


3.

하지 않아도 될 말들을 부득불 해가면서 살아갈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아껴서 좋은 것은 돈만이 아니었다. 어쩌면 돈보다 더 아껴야 할 것은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말들이었다.


4.

내가 누군가에게 정색을 하고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인지 그것조차 나는 알 수가 없다. 아마도 내겐 사랑에 꼭 필요한 맹목이란 것이 없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막 맹목적이지 못한 사랑이 하나 시작되려 하고 있다. 그러나 탐색은 여전히 계속될 것이며, 선택은 마지막 순간까지 어려울 것이다. 그것이 맹목적이지 못한 사랑의 대가일 것이므로.


5.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솔직함만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 솔직함은 때로 흉기로 변해 자신에게로 되돌아오는 부메랑일 수도 있는 것이었다.


6.

인생이란 때때로 우리로 하여금 기꺼이 악을 선택하게 만들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모순과 손잡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주리는 정말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7.

나는 타인들 앞에서 ‘나’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내가 나를 장악할 수 없어 스스로를 방치해 버리는 순간을 맛보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나는 결단코 ‘나’를 장악하며 한 생애를 살아야 할 사람이었다. 아버지는 못 했지만, 나는 해내야만 하는 것이었다.


8.

그것을 알고 있는 내가 또 그렇게 싫었다. 순진하지 않은 나, 몽롱해지지 않는 나, 이마는 뜨거워도 머릿속은 한없이 명료하기만 한 내가 정말 싫었다.


9.

세상의 숨겨진 진실들을 배울 기회가 전혀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이렇게 말해도 좋다면, 몹시 불행한 일이었다.


10.

삶의 어떤 교훈도 내 속에서 체험된 후가 아니면 절대 마음으로 들을 수 없다. 뜨거운 줄 알면서도 뜨거운 불 앞으로 다가가는 이 모순, 이 모순 때문에 내 삶은 발전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우이독경, 사람들은 모두 소의 귀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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