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평소 존경하는 분인 박시영 디자이너 님의 인터뷰를 인용해왔습니다.
EK 영화를 좋아해서 시작한 일은 아니었나요? 임순례 감독의 <세 친구>를 보고 방황을 멈추었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SY 좋아하긴 하죠. <세 친구> <파이란> <와이키키 브라더스> 같은, 내 젊은 시절의 경험과 매치되는 현실적이면서도 축축한 영화를 선호해요. 그런데 꼭 영화를 좋아해서 이 일을 한 건 아니에요. 굳이 말하자면 시나 소설을 더 좋아하죠. 솔직히 일이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이었다거나 ‘너무 하고 싶어서’ 한다는 건 좀 오버 아니에요? 이건 직업이자 생계 수단이고 또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이기도 해요. 거기다 디자이너라는 직업은 약간의 가오도 있고 폼 잡기도 좋잖아요.(웃음)
EK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SY 과거에 나를 방해하고 괴롭히던 것들이 지금의 좌절의 원인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자기 연민이 문제였지. 사실 그동안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공포가 있었어요. 타이포는 포스터 디자인할 때 가장 빨리 만들고 또 제일 오래 만들어요. 근데 매번 너무 어려워서 미칠 것 같아요. 그런데 올해 들어 마음이 좀 편해졌어요. 사실 그동안 몰래몰래 더치 디자인 스타일도 따라 해보고 폰트 개발도 해보고 그랬거든요.(웃음) 그냥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새로운 게 툭툭 나오더라고요. <문라이트> 포스터에 야광 인쇄를 시도한 것처럼 이전에는 하지 않았던 발상을 하게 됐어요. 일을 시작한 지 10년쯤 되니까 이제 편집과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자신감과 여유가 좀 생긴 것 같아요.
EK 요즘 무슨 생각해요? 보통 일을 하면 3년, 5년, 10년 주기가 있다고 하죠. 커리어에서 뭐가 필요한지, 앞으로 이 일을 계속해야 할지 같은 생각을 하는 주기가 그렇게 오기도 해요.
SY 디자이너로서 변명하지 말자는 생각을 해요. 그동안 거짓말과 변명으로 점철된 삶을 산 것 같아요.(웃음) 사실 디자인 비전공이라는 이력으로 덕 본 것도 많아요. 열등감이나 약점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용하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어요. 일반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더 주목받은 거니까요. 스스로 비전공자라는 사실을 이용해서 온갖 핑계와 변명거리를 만들었거든요. ‘배우지 않았으니까 내 식대로 할 거다’라거나 ‘어설퍼도 나는 잘 모르니까 그냥 넘어가자’ 생각한 적도 있었어요. 나는 디자이너지만 동시에 ‘쌈마이’라 생각하고 중요한 순간에 쓱 빠지기도 했고요. 사실 영화 포스터 디자인을 1년에 평균 10편 정도 했다고 하면 10년 동안 100편을 한 건데, 자기 복제도 많이 했죠.
출처
https://mdesign.designhouse.co.kr/article/article_view/101/765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