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 나 이거 뭐 좀 할게."
같이 길을 걷던 친구가 잊고 있던 중요한 무언가를 떠올린 듯 발걸음을 급히 멈추며 휴대폰을 들었다. 그래서 어떤 중요한 일인가 싶어 궁금한 마음에 물어봤다.
"뭐 하는 건데?"
그랬더니 친구는 요즘 이게 사람들에게 인기라며 내게 휴대폰 화면을 보여줬다. 화면에는 빛의 삼원색인 빨강, 초록, 파랑... 그 외에 노랑, 보라, 하양 등 다양한 색상을 한 조그만 요정 같은 것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맹하게 생긴 두 눈과 텔레토비 같이 생긴 겉모습, 누르면 고무 장난감처럼 삐꾹삐꾹 소리를 낼 것 같은 아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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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게 인기라는 거지?"
처음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오묘하게 생긴 이 아이들의 어떤 점이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일까?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첫인상은 '못생겼어!'(positive)였다.)
그러나 자꾸만 친구가 하고 있는 피크민 속 세상이 궁금했고, 계속 들여다보고 싶었다. 그 맹-한 피크민의 두 눈을 처음 마주했을 때부터 이미 나는 홀렸던 걸지도 모른다.
친구의 권유로 어제 어플을 깔고 처음 플레이해 본 사람으로서 아직 자세히 아는 건 없다. 대신 간단한 감상평 정도는 가능할 듯해 적어보고자 한다.
닌텐도 게임 중 <동물의 숲> 시리즈를 매우 애정하는 사람으로서 <피크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요즘, 동물의 숲을 처음 시작할 때와 비슷한 기분을 느끼고 있다. 몽글몽글한 배경음악과, 알 수 없는 귀여운 소리를 내는 피크민들, 친절한 UX 라이팅, 버튼을 누를 때마다 나오는 효과음과 기기 진동 등.
직접 피크민에게 이름을 지어줄 수 있으며, '정수'라는 걸 건네줄 수 있다. 그럼 피크민은 그걸 먹고 꽃을 피운다. 그 꽃을 모아서 심기를 누르면, 걸어 다니는 나의 발자취에 따라 꽃을 심을 수 있다. 얼마나 매력적인가!
심지어 '탐험'이라는 기능이 있어서 피크민을 지정해 탐험을 보내면 모종이나 과일 같은 걸 이 조그만 애들이 들고 온다. 탐험을 떠나는 모습과 돌아오는 모습을 전부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는데, 뭐라고 자기들끼리 으쌰으쌰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모습들이 정말 귀엽다.
이렇게 귀여운 피크민들은 모종을 심은 다음 요구하는 특정 걸음수를 채웠을 때 태어난다. 밖에 나가 노는 것보다 집에서 쉬는 걸 더 좋아하는 나도 이 게임을 시작하자 당장 바깥으로 나가고 싶어졌다. 우울증이나 무기력감으로 인해 쉽게 외출할 의욕이 나지 않는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은 투박해 보일지 몰라도 큼직큼직한 글자들은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좋은 가독성을 갖추고 있다. 모쪼록 뒤늦게 유행에 편승한 나도 피크민 블룸의 매력을 당분간 계속 느낄 것 같아 이번 글을 작성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