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떤 마음으로 올까”

by 모마

출근길 지하철에 몸을 실으면, 저는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얼굴을 떠올리기 시작합니다. 다른 직장인들은 오늘 회의나 일정표를 생각하겠지만, 저는 “오늘 그 아이는 어떤 마음으로 올까”라는 질문부터 떠오릅니다. 어떤 아이는 주말 동안 생긴 작은 사건을 들고 올 것이고, 어떤 아이는 이유 없는 우울함을 가지고 올지도 모릅니다. 아이들의 마음은 날씨처럼 변덕스럽고, 가끔은 스스로조차 설명하지 못하는 감정들로 가득하기 때문에 저는 그 흐름을 미리 상상해 보곤 합니다.


지하철 창밖이 빠르게 지나가도 제 상상은 늘 느린 속도로 움직입니다. 발표하겠다고 손들며 반짝이던 아이, 어제는 유난히 무표정했던 아이, 쉬는 시간에 자꾸 제 옆을 맴돌던 아이. 그 표정들 속에는 말로 하지 않은 감정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출근길은 아이들의 마음을 읽기 위한 예열 같은 시간입니다. “오늘은 좀 밝아졌을까?”, “혹시 어제보다 더 지친 표정을 하고 오지 않을까?”, “오늘은 어떤 질문을 던질까?” 그런 생각들이 저를 수업 준비의 마음으로 데려다 줍니다.


특히 어떤 날은 이 상상이 책임감이 아니라 애틋함으로 바뀝니다. 사소한 일에도 상처받는 나이, 작은 말 한마디에도 기뻐하는 나이. 아이들의 마음은 크지 않지만 깊고, 빠르게 흘러가지만 오래 남습니다. 그래서 저는 출근길마다 마음속에서 ‘자리 하나’를 만들어 둡니다. 오늘 누군가가 자신의 마음을 조심스레 올려놓아도 괜찮도록, 제가 그 마음을 안전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지하철에서 내려 교실로 걸어가는 동안, 저는 마지막으로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오늘은 어떤 마음으로 그 마음들을 맞이할까?” 선생님이라는 역할보다 한 사람으로서 더 부드럽게, 더 느리게, 더 넓게. 그렇게 준비된 마음으로 문고리를 잡는 순간, 저는 하루를 시작할 준비가 끝났다는 걸 느낍니다. 출근길의 이 조용한 상상은 결국 아이들과 연결되는 가장 따뜻한 예행연습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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