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단계 : 면접의 원칙
흔히 드라마에서 나오는 컴퓨터 쟁이(?)들은 개발자 같은 차림새(농담으로 줄무늬 남방을 입으면 개발력이 솟구친다고들 하기도 한다.)에 검은색 바탕(왜 꼭 쉘로 하는 걸까?)에 쉴 새 없이 다다닥 키보드를 치면, 멋진 주연들을 위해 모니터에 정보들을 훅훅(?) 띄워주는 멋진 오덕들이다.
지금은 그런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마다 그러곤 한다.
"저런 건 구현은 가능해도 법적으로 구현하면 안 돼", "저건 말이 안 돼"
물론 내가 다 모르는 부분이라 그럴 때도 있겠지만,
내가 겪어본 it 바닥에서는 폼나는 기능들을 구현하기에는 국가, 법, 회사, 조직 들의 어마어마한 간섭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개발자가 구현하고 싶은 것을 투자받아 구현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고 본다.
그러면 개발자란 무얼 하는 사람들 일까의 에피소드를 앞으로 몇 가지 써보려고 한다.
개발자가 되어 일하는 단계는 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면접 - 신입(열정 넘치던 시기) - 대리(슬럼프 및 엄청난 업무)
- 결혼 적령기의 고민기 - 과장(일, 일, 일 그리고 또 일) - 차장 (어느 정도의 권한, 막중한 책임) - 부장 혹은 임원
제일 처음 면접에 대해 얘기해 보려고 한다.
나는 흡사 이 과정이 연애를 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이력서나 소개서에 표현하는 능력은 떨어지고(다른 말로 스펙도 떨어지고 ㅜ.ㅜ),
나는 잘할 자신 있으니, 나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나의 개발자로서의 첫 면접은 2004년 아르바이트할 때였다.
KTx 내부 시스템은 오픈했는데 버그가 워낙 많아,
버그 문의를 받을 사람이 모자라 사람을 구하고 있었고,
강사 생활을 접고 방황 2일 차이던 나는
다시 대구로 내려갈 수는 없으니 아르바이트라도 하면서 다른 일자리를 찾아보자고 지원했다.
면접은 그 당시 개발사 부사장님과 해당 업무 리더 격인 분과 2:1 면접이었다.
면접 질문.
쿼리 짤 줄 아세요?
엑셀 다룰 줄 아세요?
기억나는 건 이 두 가지고 나머지는 정말 시시한 것들이어서 생각도 안 난다...ㅜ.ㅜ
그런데 합격이란 전화가 온 거보면
업무가 엄청 하찮거나, 엄청 빡세거나, 엄청 잘 보였구나란 생각도 다 쓸데없었다
그들은 그냥 바쁜 거였다. ㅎㅎㅎㅎㅎ
출근하고 대충 오픈 시스템 매뉴얼 하나 받고(버그로 인해 설명해 줄 인력도 모자람)
나의 주 업무는...... 전화받고 버그 일어나는 상황을 접수받아 전달하던 것이 주였다...
그래서 훗날, 회사 입사 후 사장님이 매번 자랑삼아 그러셨다.
전화받던 애가 프로그래머가 됐다고......
전화받는 일이 주인 줄 알려주지 않았으면서...
아무튼 그렇게 기이하게 끼워진 첫 단주가 나의 첫 면접이었다.
그 후, 여러 일들이 있고 3개월 후 입사제의를 받은 후,
이사님의 꼬드김으로 회사 본사 구경 가자시고 커피 한잔 주신 후
회의실에 가두더니.. 몇 분 후 들어온 5 사람....
내가 일하게 될 부서의 분들이란다.
본부장, 팀장, 팀원들...
그런데 질문은...
술 잘 마신다면서요? 남자 친구 있어요?... ㅜ.ㅜ
이렇게 보면 그 회사가 굉장히 이상한 회사 같지만
지금 그 회사를 찾아보면 중소기업 중 입사하고픈 회사 5손가락 안에 꼽히는 회사이다.
그 시절 일하던 사람들이 워낙 20대, 30대 초반의 사람들이 주를 이뤘고,
스펙보다는 열정을 보던 회사였고,
내가 워낙 독특하게 입사하던 케이스여서 그랬던 듯하다.
나의 면접은 그렇게 두 번이었고...
정말 웃긴 경험이었다.
물론 내가 팀장으로 개발자를 뽑기 시작할 때와 현재 그 회사의 면접은 많이 달라졌다.
회사가 오래되어가고 커져가며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좀 더 복잡하고, 나름의 기준이 있다.
나의 기준은 이렇다
첫 번째, 학과의 관련성 여부
비전공자들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기본적인 지식(키워드)이라도
풍문으로 들은 사람과 아닌 사람의 차이가 좀 커서 관련 학과 출신을 우대했다.
두 번째, 경력일 경우 프리랜서나 회사를 년 단위로 옮긴 사람은 배제한다.
기본적으로 인내심과 충성심이 없는 경우라 생각한다.
한 회사에 오래 다니다 보면, 가족 같아지기도 하면서 인생의 중대 소사를 함께 하기 때문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배려와 희생이 회사와 개인에게 각각 필요한 시기가 있다.
그리고 일에 대한 완성도 결국 책임감의 문제이기 때문에 나의 두 번째 기준은 그랬다.
세 번째, 업무 관련성을 본다.
개발이 웹 개발, 서버 개발 이렇게 크게도 나누어지지만
관련 업무를 해 본 사람과 안 해 본 사람의 이해도가 크기 때문에
업무 관련성이 높은 사람이 일을 함께 하기 수월하다.
네 번째, 인성 및 태도
너무 자신 없고 겸손하기만 한 사람은 일을 빨리 포기하는 경향이 있어 좋지 않다.
너무 자신만만한 사람(독단, 독선적)은 협업을 할 때, 협의 없이 큰 사고를 친 경우가 많아 반겨하지 않는다.
오덕(?)의 기운이 충만한 사람이 좋았다.
내가 제일 인상 깊었던 면접에서 자기소개 멘트가 "엉덩이가 무거운 남자 XXX입니다"였다.
개발자가 아무리 업무를 잘 처리해도 기본적인 공부와 문제 해결이 필요한 직군이기 때문에
해결 전까지 포기하지 않는 끈기가 필요한 법이다.
그래서 한 가지의 끝을 볼 만큼 끈질기게 노력해서 결과를 본 적이 있는 사람이거나,
오랜 시간 어느 한 문제를 해결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을 높이 평가했다.
2016년 5월 말로 퇴사를 하고,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지금,
나도 구직자로서 3차례의 면접을 봤다.
이때 내가 일을 선택하는 기준은 그렇다.
1. 하고 싶은 업무인가.
하고 싶은 업무였다면, 도전정신이 큰 나는 돈이나 일정은 별로 중요하진 않아서 가장 큰 요건으로 본다
2. 급하게 사람을 뽑는 곳인가
하고 싶은 맘이 그다지 크지는 않은데 급하게 사람을 뽑는다면 사양한다.
그만큼 관리란 게 되지 않는 조직이라는 걸 관리라는 걸 해본 후 느껴봤기 때문이다
3. 돈이라도 많이 주는가.
이건 좀 얘기가 길다.
예전에 대기업 자회사로 이직을 할 때의 일이다.
경력직 연봉 협상 후 입사하였는데,
6개월쯤 지나고 신입으로 들어왔던 내 직속 아래 직원이 우연찮게 연봉을 말해주며
"내가 속한 기업에 충성을 다할 필요가 없는 거구나" 란 생각이 들었다.
그 당시에 차세대 시스템 구축으로 새벽 4시 퇴근, 8시 30분 출근이 매일 반복되고 있었는데,
일을 배우기만 하던 신입들은 과장이던 나와 불과 연봉 차이가 몇 백 나지 않았던 것이다.
조직 구조도 차세대 시스템 구축을 위한 TF 조직이어서, 팀장은 없고 직속상관이 상무님이었다.
나는 파트 리더를 맡고 있어서 매일 상무님 보고를 하던 지라 무척 가까운 존재였다
그러던 어느 날,
"상무님, 저 연봉 올려주세요. 아니면 퇴사할래요"라고 말하자 놀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 돈 때문에 일하는 사람 아니잖아.."라고..
그래서 내가 대답했다.
"네, 돈 때문에 일하는 사람 아니어서 이 회사의 가치를 보고 들어왔는데,
제가 원하는 교육도 저만 못 듣고,
행사도 저는 참석 못하고,
제가 보고 배울 리더도 없고,
돈 때문이라도 버티겠는데,
이 회사는 경력직을 너무 하찮게 대하네요.
각 직급별 연봉 가이드라인이 있을 텐데
제가 돈에 대해 별 생각이 없다고 신입과 몇백 차이 안나는 연봉을 제시하고
그게 최선이라고 입사시켰는데..
제가 회사를 위해 희생해야 할 필요가 있나요..
그래서 돈이라도 주시면 돈 때문이라도 있어보려고요"
지금 생각해도 간이 크던 시절이었고,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넘쳐흐르던 때라
정말 진심을 말했던 것 같다.
그렇게 난, 그 회사 최초의 입사 1년도 안되어 연봉 인상을 한 케이스가 되었고,
결국 돈 때문에 버티던 건 별로 약발이 먹히지 않아 1년 후 퇴사를 했다.
이때를 기점으로 연봉에 대해 말하는 걸 꺼려하지 않게 되었다.
나 역시 예전에는 일만 열심히 하면 알아서 평가해 주고
연봉을 알아서 올려주지 않으면 서운해서 울던 날도 있었다
관리자가 되고 보니 워낙 바쁘고 사람을 대하는 일이 많다 보니,
생각하는 만큼 아래 직원들의 감정을 알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결국, 연봉이란 건 내가 일한만큼의 대가이기에,
내가 잘했다고 생각하면 칭찬 말고 돈으로 주세요.. 가
그 이후의 내 신조가 되었다.
처음부터 연봉 얘기를 하면 돈만 밝히는 사람일 수 있지만,
내 가치에 대한 협상을 할 줄 알면 연봉협상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돈 얘기를 하며 옆의 길로 빠졌는데,,
나의 면접과 관련된 원칙과 연봉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그리고 개발자로 면접을 보려면,
기본적인 이론 공부는 꼭 하고 가길 바란다.
만약 그걸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조직이라면 개발이 잘되고 있을까 생각해보면 된다.
결국 내가 기본을 모르면 기본을 모르는 곳에서 일하게 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