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은경 Sep 30. 2016

결심하다, 다시 아프리카로 떠나기로

어느 날 갑자기 직장을 잃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아주 먼 곳을 향하기로

어느 날 갑자기 직장을 잃었다.


긴 이야기를 짧게 해보자면 해고나 퇴사가 아니라, 그냥, 회사 자체가 사라졌다.


잃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일자리를 내어주고 돈과 시간을 얻었다.

그동안 그토록 갖고 싶어 했던 것들이 두 손안에 있었다.


무작정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가능하면 먼 곳으로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곳으로.

내가 나인 줄 모르는 곳으로.


궁금하던 바르셀로나에 가서 한 달 정도 살아볼까

제주도에 내려가 여러 달을 지내볼까

그리고, 내가 입버릇처럼 달고 살던 아프리카에 다시 갈까


아프리카 대륙은 내게 익숙했다. 고작 두 나라를 가보았을 뿐이지만 늘 나는 무작정 그곳을 내 마음의 고향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스물한 살. 내가 선택한 나의 첫 해외유랑지. 내가 살고 있는 지구가 얼마나 넓은지, 또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그리고 그 안의 나는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깨닫게 해주었던 3주간의 여행.

힘들었던 날엔 자주 떠올렸던 별이 빼곡한 나미비아의 밤하늘. 그렇게 지난 십 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내가 흔들릴 때마다 나를 꼭 붙잡아주었던 추억이 무엇이었는지 깨닫게 되자 더 이상 고민할 것이 없었다.


그래 가는 거야! 아프리카로!


고민은 끝나자, 실행은 더욱 빨라졌다.

여행지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다음번 아프리카 대륙에 닿게 되면 그곳은 꼭, 케냐와 탄자니아여야 한다고 늘 생각해왔기 때문에. 가장 사랑하는 동물이 자유로이 뛰어노는 모습을 보고, 인도양에서 돌고래와 함께 수영도 하고, 영감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시 앞으로의 10년, 아니 평생을 살아갈 에너지를 얻어와야지. 그렇게 다짐했다.


많이 비워내고, 많이 채워오기를.

다시 돌아왔을 땐 보다 단단한 내가 되어있기를.


네 또래가 아닌 사람과 친구가 되어봐 
너와 같은 모국어를 쓰지 않는 사람들과 어울려봐 
너와 같은 사회 계급이 아닌 사람을 알아가 봐 
그게 세상을 보는 방식이야
그리고 널 성장하게 할 거야

Become friends with people who aren’t your age.
Hang out with people whose first language isn’t the same as yours.
Get to know someone who doesn’t come from your social class.
This is how you see the world.
This is how you grow


내가 예약한 투어 프로그램의 안내문의 첫 장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세상을 보고, 더 자라기 위해서, 나는 다시 떠나기로 했다. 내가 사랑하는 나라, 아프리카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