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일아, 놀자!”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후다닥 일어나 눈꼽재기창으로 밖을 내다보았다. 애들이 마당에서 있었다. 문고리를 잡고 창호 문을 밀었다. 손가락 두 개가 창호지를 뚫고 나갔다. 얼른 손가락을 오므렸다. 눈꼽재기창과 문고리 사이에 구멍이 두 개 생겼다. 눈꼽재기창은 겨울에 열 손실을 줄이기 위해 방안에서 밖을 볼 수 있도록 문이나 창 안에 만든 아주 작은 창이다. 살짝 뒤를 돌아보았다. 아버지는 아랫목에서 한문으로 된 책을 계속 읽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한 달 반이 지나자, 한가위 준비를 하였다. 아버지는 창호 문을 새로 바르겠다고 했다. 아버지는 문을 연 채로 창호 문을 위로 들어 올렸다. 돌쩌귀 암수가 분리되면서 창호 문이 빠졌다. 돌쩌귀는 문짝을 문설주에 달아 여닫는 데 쓰는 두 개의 쇠붙이다. 암수 둘로 되어 있는데, 암짝은 문설주에, 수짝은 문짝에 박아 맞추어 꽂는다.
아버지는 빼낸 문에다 물을 묻혀 창호지에 물을 먹였다.
“아버지, 뭐 하려고 창호지에 물을 먹여요. 한꺼번에 뜯어버리면 될 텐데.”
아버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풀로 붙였던 부분이 잘 떨어지라고 그라제.”
시간이 지나자 한지가 잘 떨어졌다. 나는 붓과 풀을 챙겨 아버지에게 건넸다. 아버지는 붓에 풀을 묻힌 후 창호지에 여러 번 풀을 발랐다. 척척했던 한지가 서서히 마르면서 창호 문이 환하게 보였다.
아버지는 눈꼽재기창을 아버지 앉은키에 맞췄다. 아버지 손바닥 크기의 창호지를 오려냈다. 나는 유리 조각이 반듯하게 붙여졌는지 살폈다. 책 사이에 꽂아두었던 단풍을 꺼냈다.
“아버지, 단풍잎 넣어도 되지요? 빨간 단풍, 노란 단풍.”
아버지는 말없이 눈꼽재기창 가장자리에 단풍잎을 가지런히 붙였다.
한지를 새로 붙인 창호 문은 깨끗하고 훤했다. 아버지는 아랫목에서 눈꼽재기창으로 밖을 내다봤다. 나도 아버지가 앉은 자리에서 고개를 쏙 내밀었다. 바깥이 보이지 않았다. 무릎으로 기어가서 눈꼽재기창으로 밖을 내다보았다.
무릎을 꿇은 채 밖을 보다가 아버지에게 물었다.
“근데요, 아버지! 눈꼽재기창은 왜 아버지 눈높이에만 맞춰요?”
아버지가 웃으면서 말했다.
“허허허, 너는 허구한 날 삐~허니 돌아다니잖여.”
아버지 말대로 나는 친구들이랑 노느라 방에 붙어있지 않았다. 아버지는 방에 앉아서 한문책을 읽다가 밖에서 개들이 짖거나 인기척이 나면 눈꼽재기창으로 밖을 살폈다.
눈꼽재기창으로 밖을 보고 있던 아버지가 말했다.
“아가, 니 동무들 왔다.”
나는 무릎으로 기어가 눈꼽재기창으로 밖을 내다보았다. 애들이 보였다. 손가락 구멍이 나지 않게 조심스럽게 창호 문을 밀었다. 마루에 발을 디디며 아버지를 향해 말했다.
“아버지, 다녀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