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저녁마다 나는 개꼬리 빗자루로 방을 쓸었다. 저녁밥을 먹고 나면 엄마는 밥상을 치우고, 아버지는 화로에 불을 담고, 오빠들은 소에게 밥을 줬다. 식구들이 다시 안방으로 모이기 전에 개꼬리 빗자루로 방을 쓸고 나면 몽실몽실한 흙가루가 한 숟가락 정도 나왔다.
아침에는 아버지가 방을 쓸었다. 눈을 뜨자마자 나는 국민체조 하러 가곤 했으니까. 아버지가 방을 쓸면 먼지가 조금도 남아있지 않았다. 내가 쓸면 귀퉁이에 먼지가 그대로 남아있을 때도 있었다. 내 손에 빗자루를 건네며 아버지가 말했다.
“아가, 방바닥을 쓸 때는 개꼬리 빗자루를 더 눕혀야지. 모서리를 쓸어낼 때는 손잡이 쪽을 살짝 들어야 잘 쓸어지고.”
처음에는 개꼬리 빗자루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 몰라 막대기 전체를 세로로 잡았다. 빗자루질을 여러 번 해도 아무것도 쓸어지지 않았다. 허리를 낮추고 다리를 접었다. 개꼬리 빗자루를 눕혀서 손과 일직선이 되니까 먼지가 잘 쓸렸다. 개꼬리로 방을 쓸고 나면 방바닥은 걸레질한 것처럼 깨끗했다.
개꼬리 빗자루는 개꼬리에 막대기를 끼워서 만든 빗자루다. 지금이라면 개꼬리라고? 에그머니나! 하고 놀랐을 텐데 그때는 당연하게 생각했다. 보통 빗자루는 수직으로 비질을 하는데, 개꼬리 빗자루는 방바닥과 수평을 맞춰야 먼지가 쓸렸다. 우리 집 장판은 톱밥을 압축해서 만든 장판이라 여느 빗자루로 쓸면 잘 쓸어지지 않았다. 수수 빗자루, 억새 빗자루, 플라스틱 빗자루. 그것들 모두 자잘한 쓰레기나 먼지, 화롯불에서 나온 재를 쓸어내지 못했다. 유일하게 개꼬리 빗자루만 화로에서 나온 재를 말끔하게 쓸어냈다. 아버지는 개꼬리 빗자루를 유난히 좋아했다. 내가 방을 쓸고 나면 아버지는 마루에 나가서 개꼬리를 살살 쓰다듬으며 먼지를 털어냈다. 그러고는 방문 옆 미닫이 앞에다 걸어놓았다.
오빠가 풍선껌을 줬다. 단물이 빠지는 게 아까워 천천히 씹었다. 단물이 다 빠졌나, 오빠 껌은 풍선처럼 크게 부풀었다. 나도 풍선을 크게 불고 싶은데 조금 커지면 픽~하고 터져버렸다. 지금 돌이켜보면 말이 안되지만, 개꼬리가 부드러우니까 개꼬리 빗자루를 밟고 몸을 흔들면 풍선이 커질 것 같았다. 두 발을 막대기 위에 얹고 몸을 앞뒤로 젖혔다. 좀 더 몸을 젖혀보려다 중심을 잃었다. 입속에 있던 껌이 개꼬리 위로 떨어졌다. 가는 개털에 껌이 찰싹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껌을 떼려고 하면 할수록 개털이 뭉텅이로 빠지면서 엉켰다. 아버지가 손으로 쓰다듬으면서 먼지를 털어내는 빗자루인데, 혼날까 봐 겁이 났다. 개꼬리 빗자루를 슬그머니 마루 밑으로 내려놓았다.
저녁밥을 먹고 아버지가 말했다.
“아가, 방 쓸어야지? 빗자루 어디 갔냐?”
아버지는 안방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개꼬리 빗자루를 찾았다. 나는 아무 일 없던 것처럼 가만히 있었다.
다음날 마루 밑에서 개 두 마리가 개꼬리 빗자루를 물어뜯고 있었다. 나는 방에 들어가지 못하고 마루에서 부엌으로, 마당으로, 대문으로 뱅뱅 돌기만 했다.
“마루 끄트머리에 있던 것이 밑으로 떨어졌는 갑다. 그런 줄도 모르고 한참 찾았네.”
아버지는 별말 없이 그냥 지나갔다. 혹시 알고 계셨던 건 아닐까? 미닫이에 걸려있는 개꼬리 빗자루는 빨았는지 깨끗해졌고, 껌이 묻은 자리는 털이 잘려 나갔다.
아버지 눈치를 보며 살짝 방으로 들어갔다. 하던 대로 식구들이 텔레비전 앞으로 모이기 전에 개꼬리 빗자루로 방을 쓸었다. 잘려 나간 개털과 뭉텅이로 뽑힌 털 사이로 먼지가 조금씩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