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롯불 인절미

by 리베라따

사랑채 외양간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이른 아침 아버지가 쇠죽을 끓이고 있다. 두 시간 동안 쇠죽을 끓이려면 장작이 한 아름 필요하다. 아버지는 숯불을 화로에 담아 안방에 둔다. 화로 덕분에 방이 훈훈하다.


올해도 눈이 무릎까지 닿을 만큼 내렸다.

오빠들은 아침밥을 먹자마자 비료 푸대에 지푸라기를 잔뜩 넣어 하나씩 들고 언덕배기로 올라갔다. 작은 비료 푸대를 들고, 나도 따라나섰다. 옆집 친구네 식구들도 우리 뒤를 따라왔다. 언덕배기는 급경사라 올라갈 때마다 숨이 헉헉 막혔다. 우리 식구 여섯, 친구네 식구 넷을 합하니 열 명이었다. 큰오빠는 비료 푸대 앞부분을 두 손으로 잡고, 몸을 뒤로 젖히고 힘차게 발을 굴렀다. 푸대가 미끄러지더니 가속력이 붙어 눈 깜짝할 사이에 아래로 내려갔다. 10번 정도 미끄럼길을 내서, 속도가 더 빨라졌다. 길이 매끄럽게 다져진 뒤에, 나도 지푸라기 앞부분을 두 손으로 잡고 몸을 뒤로 젖혔다. 두 발을 힘차게 굴러도 몸이 나가질 않아 막내 오빠가 등을 밀어주었다. 조금 내려가다가 뒤로 빙글빙글 돌면서 고랑으로 툭 빠졌다. 길옆에 있던 눈이 고랑으로 떨어지면서 몸 전체를 덮었다. 눈을 흠뻑 뒤집어쓴 채 고랑에 처박혀있었다. 목 안쪽으로 눈이 들어왔다. 가슴을 타고 배까지 내려오다가 눈이 녹았다. 가슴과 배꼽 주변이 차가웠다. 얼굴을 덮은 눈 때문에 코, 귀가 시렸다. 친구는 내 모습이 우습다고 깔깔대며 웃느라 정신이 없었다.

두 오빠가 달려와 물었다.

“막둥아, 괜찮냐?”

“어....”

큰오빠는 나를 안아 길 위에 올려놓았다. 눈을 털어주면서 말했다.

“야, 막둥이. 큰일 날 뻔했다. 오빠랑 같이 타자.”

오빠가 내 손을 잡고 눈으로 범벅이 된 내 푸대를 들고 올라갔다.

오빠가 앞에 앉고 나는 오빠 뒤에 앉았다.

“오빠 허리 꽉 잡아, 안 그러면 너 혼자 떨어져 고랑에 빠진다.”

큰오빠 말이 떨어지자마자 막내 오빠가 뒤에서 밀었다. 스윽 비료 푸대가 미끄러지면서 아래로 내려갔다. 울퉁불퉁한 바닥 때문에 몸이 통통 튀었다.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자 찬바람이 코끝을 스쳤다. 오빠가 앞에 있어서 그런지 옆 머리카락만 산발적으로 흩날렸다. 오빠들 틈에서 두 시간 동안 썰매를 탔다.

오전 10시가 넘자 눈이 녹기 시작했다. 비료 푸대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눈을 털고 방에 들어서자 인절미 굽는 냄새가 방안에 가득했다. 아버지가 인절미를 화롯불 석쇠에 올려놓고 천천히 굽고 있었다. 쌀로 만든 하얀 인절미는 콩고물이 많이 묻어서 노릇노릇했다. 쑥이 들어간 인절미는 초록색이 선명했다. 둘 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구워졌다.

출출해서 구미가 당겼다. 나는 쑥으로 만든 인절미를 집어 들었다. 인절미는 입속에 들어가 살살 녹아내렸다. 바삭한 인절미는 입안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단맛이 강해졌다. 쫀득쫀득한 인절미 덕분에 허기가 채워졌다. 뱃속에 말없이 인절미를 구워주는 아버지 마음이 가득 찼다.


그때로부터 몇십 년이 지난 지금, 나는 아버지가 그리울 때 인절미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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