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뎃부엌

by 리베라따


“맴맴맴맴맴~ 매~앰~매~앰~~”

아침부터 매미들이 감나무에서 귀가 따갑게 울어댔다. 뒤꼍에는 호박넝쿨이 우거지고, 오이 넝쿨에는 오이가 대롱대롱 달렸다. 한뎃부엌에서 엄마는 호박과 하지감자를 숭덩숭덩 썰어 된장국을 끓인다. 한뎃부엌은 방고래와 상관없는 한데(바깥)에 따로 솥을 걸고 쓰는 부뚜막이다.

점심나절, 엄마가 밭에서 옥수수를 한 포대 따왔다. 옥수수수염은 고스러져 진한 갈색이었다. 엄마가 나와 오빠에게 말했다.

“옥수수 껍질 벗기거라. 한뎃부엌에서 찔 거니까 가마솥 헹구고.”

옥수수 껍질은 까슬까슬했다. 나는 왼손으로 옥수수를 잡고, 오른손으로 한 겹씩 잡아당겼다. 껍질 벗긴 옥수수를 소쿠리에 담았다. 오빠는 세 개나 벗겨놓았다. 껍질을 어떻게 벗기는지 자세히 보았다. 오빠는 두 손으로 옥수수수염을 반으로 갈랐다. 잎 부분도 가른 다음 한쪽은 밑으로 힘껏 당기고, 다른 한쪽은 위로 힘을 주어 당겼다. 껍질이 바로 벗겨졌다. 나도 오빠처럼 옥수수 껍질을 빨리 벗기고 싶었다. 한 번에 세 겹을 당겼다. 옥수수 껍질이 안 벗겨졌다. 오빠는 껍질을 벗기면서 말했다.

“꼬맹이, 오빠처럼 껍질을 벗긴다고? 한 겹씩 해야지. 내가 껍질 벗길게. 너는 가마솥 헹궈라.”

나는 우물로 갔다. 바가지로 물을 퍼 옴박지에 담았다. 한뎃부엌에 걸린 가마솥에 물을 붓고 휘휘 저었다. 바가지로 퍼낸 물은 마당에 버렸다. 솥뚜껑은 마당에 놓은 채로 놔두고 뚜껑 안쪽에 물을 부었다.

엄마는 소금그릇과 뉴슈가 봉지를 가져왔다. 솥에, 옥수수를 다 집어넣었다. 옴박지에 굵은소금과 뉴슈가를 녹이고, 옥수수 전체가 잠길 정도로 자작하게 물을 부었다. 오빠는 한뎃부엌 아궁이에 불을 지폈다. 장작더미에 불이 붙었다. 엄마가 말했다.

“끓기 시작하면 말해. 장작불 뺄 거야.”

내가 물었다.

“엄마, 끓는 게 뭔지 모르는데. 끓는 거 어떻게 알아?”

“솥단지에서 김이 막 솟아오를 거고. 가마솥은 엉덩이가 뜨겁다고 눈물을 흘릴 거여.”

“솥이 마구마구 눈물을 흘릴 때 엄마를 부르면 돼?”

오빠는 한뎃부엌 앞에서 불을 지켰다. 나는 옥수수 삶는 물이 언제 끓는지 구경하려고 부지깽이를 들고 마당을 돌아다녔다. 마당 한쪽 화단에 봉숭아꽃, 분꽃, 맨드라미, 채송화, 풍접초, 칸나, 샐비어가 있었다. 봉숭아 꼬투리를 손으로 살짝 건드렸다. 씨앗이 톡 하고 터지며 멀리 날아갔다. 꼬투리는 또르르 말리며 떨어졌다.

장작이 활활 탔다. 엄마 말대로 김이 세차게 올랐다. 엄마가 장작불을 반절 정도 빼내며 말했다.

“이제부터 강냉이를 천천히 익힐 거여. 맛있는 강냉이 먹으려면 좀 기다려야 헌다. ”

불이 다 사그라졌다. 엄마가 가마솥 뚜껑을 열었다. 옥수수 냄새가 달짝지근했다. 김이 한소끔 날아갔다. 엄마는 강냉이 맛을 보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옥수수를 채반에 건져냈다.

“강냉이가 쫀득쫀득하니 맛나다!”

엄마는 강냉이 몇 알을 내 입속에 넣어 주며 말했다.

“막둥이, 강냉이 식기 전에 대여섯 개 담아 아랫집 할매네 집에 갖다주고 오너라. 옆집도!”


방 앞문과 뒷문을 활짝 열었다. 바람이 잘 통했다. 마루에 앉은 아버지, 엄마, 오빠에게 옥수수를 한 개씩 건넸다. 나도 옥수수를 들고 마루에 앉았다. 하늘이 파랗다. 한낮에도 매미는 계속 울어댔다. 쫀득한 옥수수를 먹을 때, 시끄럽던 매미 소리조차 귀에 거슬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