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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성 Oct 26. 2018

오로라 원정대 #1

98%의 확률


바를 운영하다보면 아무래도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그 중 세계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도 종종 있었다. 즐겁게 이야기를 듣다가 결국에는 같은 질문을 던지곤 했는데, 마치 반전 영화의 반전이 어떤 것이었는지 묻는 심리와 비슷했던 것 같다.  


“그래서 가장 인상적인 순간은 언제였나요?” 


신기하게도 열에 아홉이 비슷한 대답을 했다. 그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바로 오로라를 봤을 때였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오로라에 대한 묘사 자체보다 이야기를 하며 황홀해하던 그들의 표정이었다. 오로라를 만난 지 최소 몇 달에서 몇 년이 지났을 텐데 여전히 생생한 감동으로 느껴졌다. 그 순간 다짐했다. 나도 보러 가야겠다고. 


P와 K는 어렸을 적부터 친구다. P는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가족과 함께 런던으로 이민을 갔다. 몸은 떨어져 있어도 K와의 우정은 여전해서 서로가 한국과 영국을 방문할 때면 서로의 집에 머물 정도였다. 나와 P는 같은 축구팀(그렇다, 아스날이다)을 응원하며 알게 됐다. 아스날 서포터즈 홈페이지에서 소통해 오다가 8년 전 런던에 방문했을 때 처음으로 만났다. 동갑내기 친구라 더 빠른 속도로 친해졌고 한국에 올 때마다 꼭 만나는 사이가 됐다. 그러던 어느 날 P와 K가 함께 책바에 왔다. 막 꽃이 피기 시작한 3월 즈음이었다. 이틀 뒤에 있을 K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P가 한국에 왔던 것이었다. 그때 우리는 모두 10월 달에 약 2주간의 여유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함께 여행을 가자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나는 그동안 보기만 했던 황홀한 표정을 흉내 내며 오로라 이야기를 꺼냈다. 오로라 원정대가 결성되는 순간이었다. 


L은 달리기를 하며 알게 됐다. 소셜 액티비티 플랫폼을 운영하는 친구인데, 오랜만에 만나서 소주 한 잔을 기울이다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운영하는 서비스를 시작한 지 5년이 넘었는데 그동안 제대로 된 휴식과 여행을 떠나본 적이 없던 것이었다. 아니, 그냥 사업도 아니고 액티비티 플랫폼 사업인데 너무한 것이 아닌가...! 여행을 떠나면 리프레시를 넘어 새로운 변화도 맞이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얼마 전 선보였던 황홀한 표정을 다시 꺼내며 이야기를 건넸다. 그렇게 오로라 원정대는 네 명이 됐다. 


영어왕 P, 드론왕 K, 사진왕 L 그리고 유희왕(!)인 나.


붉은 표시가 옐로 나이프. 별 표시가 경유로 거쳐가는 캘거리이고, 좌측의 표시는 위부터 밴쿠버와 시애틀


오로라를 보기 위한 목적지는 캐나다 북서부에 있는 옐로 나이프로 정했다. 보통 아이슬란드나 노르웨이 트롬쇠 등의 북유럽을 떠올리지만 기후 조건이 조금 더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캐나다를 선택했다. 구글링을 해보니 10월 초에 3박 4일을 머물면 오로라를 볼 수 있는 확률이 무려 98%였다. 오로라를 만나지 못할 확률은 동전을 여섯 번 던졌는데 모두 같은 면이 나오는 확률과 비슷했다. 그만큼 전생에 큰 죄를 지었거나 누군가 물을 떠다 놓고 저주를 하지 않는 이상 웬만하면 볼 수 있다는 소리였다. 전체 일정은 8박 9일로 잡았다. 밴쿠버에 들어가서 며칠 머물고 캘거리를 거쳐 옐로 나이프에서 오로라를 본 다음, 다시 캘거리를 거쳐 시애틀에서 머물다 돌아오는 여정이었다. 일정을 짜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사실 북미 대륙을 일본이나 동남아만큼 자주 갈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옐로 나이프 일정을 조금만 줄이고 밴쿠버나 시애틀 일정을 늘리거나 근방의 포틀랜드까지 갈까 하는 토론이었다. 하지만 결국은 옐로나이프 3박 4일을 유지했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오로지 오로라를 보기 위한 것이었고, 나머지는 곁가지였으니깐.  


그렇게 출국 날짜까지 정했다. 9월 30일에 떠나서 10월 9일에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오로라를 만나는 날은 10월 4일 밤부터 10월 7일 새벽 사이가 됐다. 이제 시작이다. 



오로라 원정대 #2

https://brunch.co.kr/@insung58/19


오로라 원정대 #3 

https://brunch.co.kr/@insung5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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