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 (by 마스다 무네아키)
일본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그중에서도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들은 무인양품과 발뮤다 그리고 책바를 오픈하기 전에도 참고했던 CCC(Culture Convenience Club,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의 츠타야다.
츠타야의 창업주 마스다 무네아키는 한국에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그가 쓴 <라이프 스타일을 팔다>, <지적 자본론>에 이어 최근에는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라는 책이 한국에 소개됐다. <라이프 스타일을 팔다>를 흥미롭게 읽기도 했고, (지적 자본론을 아직 안 읽은 것은 안 비밀) 공간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늘 츠타야의 공간기획에 대해 동경을 가졌기에 이번 책 역시 궁금해서 읽었다.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는 그의 생각의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자료에 가깝다. 그는 사내 블로그를 통해 종종 자신의 생각을 글로 설파했는데, - 무려 1,500건이다 - 이를 추려서 탄생한 책이다. 기대했던 대로 성실성과 기민함을 겸비한 사람이었다. (직속으로 밑에서 일하는 사람은 정말 힘들겠다는 인상 역시 풍겼음) 인사이트를 얻을 만한 부분은 부지런히 옮겨 적었다.
가볍게 넘길만한 내용들도 많기에 금방 읽을 수 있음.
덧. 노출 제본으로 만든 책인데, 보기 편해서 참 좋았음. 북 디자이너를 하는 책바 단골손님에 의하면, 최근 노출 제본의 단가가 많이 떨어져 자주 등장할 것 같다고 함.
활약하는 경영자에게서 어떤 공통점을 발견했다. 그들의 대부분은 타인(고객도 포함)이 어떻게 생각할지가 아니라, 자신이 원하거나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일을 실천하고 있었다. 주위 눈치를 보지 않고 오로지 자신이 감동할 거리를 찾는다. (중략) 우주는, 자기 외측에 있는 우주와 자기 마음속에 있는 우주, 양쪽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앞으로의 시대는 자기 안의 우주가 중요해질 것이다. (p.32)
> 모든 창작자들은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에게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양질의 인풋이다.
처음 일할 때는 다들 자신이 없으니 모든 각도에서 겸허히 ‘기획’을 한다. 하지만 1호점의 성공 체험은 똑같이만 하면 2호 점도 성공할 거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p.35)
> 마음에 새겨야 할 말이다. 기존의 방식에 만족하는 것이 아닌 + @가 필요.
주체성을 키우기 위해 되도록 명령을 하지 않는 상사가 되고자 노력해왔다. 상사를 움직이려면 부하 직원도 현장이 원하는 정보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팀을 목표로 했다. 물론 조직으로서는 명령하는 쪽이 빠르고 효율적이지만 일부러 효율을 희생해왔다. (p.71)
> 요즘 퇴사가 유행인 이유 중 하나가, 구성원들이 주인의식을 발휘할 수 없는 근무 환경이다. 구성원들의 주체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일방적인 명령이 아니라 쌍방향의 공유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자리 배치부터 동등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우리나라 대기업에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겠지.
마스다에게 데이터는 기획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검증이나 사람을 설득하기 위한 도구다. (p.81)
> 특히 인상 깊은 말이라 굵게. 그가 데이터보다 믿는 것은 직감이었다. 물론 이 직감은 수많은 경험과 현장을 통해 쌓아나간 것.
좋아하는 일을 함께 즐기기. 회사를 시작했던 무렵에 마음에서 우러나온 말이다. 어차피 일을 할 바에야 좋아하는 일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즐기면서 하고 싶다고. (p.90)
> 회사를 키우는 이유에 대한 마스다의 답변. 예상치 못했던 답변이라 너무 놀라웠고, 동시에 멋졌다.
그래서 CCC(컬처 컨비니언스 클럽)는 세계 최고의 기획회사로서 ‘플랫폼을 만드는 일’, DBMK(데이터베이스 마케팅) 기업으로서 ‘데이터베이스 컨설팅을 하는 일’, 그리고 플랫폼 사업회사에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제공하는 일’이 ‘세 가지 일’만 하겠다고 다짐했다. (p.100)
> 츠타야를 단순히 서점과 비디오 렌털 샵을 운영하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했던 스스로에게 반성.
창업 이래, 마스다는 조직의 비전에 관한 질문을 받을 때면 항상 ‘무선 네트워크로 이어진 개인택시 집단’이라고 답해왔다. 큰 택시 회사를 만들 생각은 없다고. 이유는 CCC의 최종 목표는 세계 최고의 기획회사지 규모가 큰 회사를 만드는 것이 아니니까. 즉 ‘생각하는 조직’ 이 최종 목표다. (중략) 큰 택시 회사의 기사와 비교하면 개인택시 기사는 생각할 일이 압도적으로 많다. (p.121)
> 훌륭한 비유
유대인이 자본주의 안에서 증권시장을 만들었듯이 할리우드 사람들은 지적 자본인 콘텐츠 분야에서도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 결과, 우리는 멋진 할리우드 영화를 모든 매체로 즐길 수 있게 되어 츠타야도 할리우드의 성장과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 기획회사로서 배울 점이 많은 칸 영화제다. 내년에는 꼭 ‘놀러’ 가고 싶다. 사실은 무척 공부가 되었지만. (p.156)
> 칸 영화제를 보는 시선에서 마스다의 인사이트를 배울 수 있었다. 나는 그저 칸을 영화를 즐기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했다면, 마스다는 한층 깊숙이 들어가 사업가의 시선으로 살펴보았다.
이노베이션이란 다름 아닌 선입관과의 전쟁이며 새로운 상식을 낳는 작업임 (p.195)
> 늘 마음에 품어야 할 말
CCC가 기획회사로서 만들어낸 기획은 ‘네 가지 조건’에 들어맞지 않으면 기획으로 팔아서는 안 된다고 점포 프로듀서들에게 최근 입이 닳도록 이야기하고 있다. 네 가지 조건이란 첫째, ‘고객가치’가 있어 그 기획이 고객의 지지를 받을 것. 둘째, 돈을 가진 사람이 그 기획을 사고 싶게 만드는 ‘수익성’을 실현할 것. 즉 ‘팔리는 기획’ 일 것. 셋째, 그 기획의 실현을 통하여 사원이나 관여하고 있는 사람이 성장할 수 있을 것. 즉, 세계 최고의 기획회사가 되기 위한 일일 것. 넷째, 그 기획으로 사회가 좋아질 것. 즉 사회공헌으로서의 일이다. (p.211)
> 고객의 지지 + 수익성 + 구성원의 성장성 + 사회공헌 = 훌륭한 기획 이란 소린데, 어느 하나 만만한 게 없다.
기획을 정리할 때 마스다가 의식하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물건이 되기 전의 기획은 말하자면 ‘콘셉트’라는 것. 콘셉트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개념’이다. 개념을 형태로 하기 위해 항상 ‘콘셉트’를 기능과 이미지로 표현하려고 한다. (중략) 그리고 다시 사람들에게 그 콘셉트를 전하고 실현하기 위해 콘셉트를 ‘5W1H’로 표현한다. 예를 들면, 언제까지 어떤 장소에서 누가 어떤 물건을 어떻게 하고 싶은가를 규정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관계하는 사람의 이해도 깊어져 콘셉트는 보다 구체적인 형태가 된다. (p.215)
> 덕분에 오랜만에 5W1H를 사용해서 기획을 구상해 봄
최근 텔레비전 CM에서 철학자 플라톤의 격언을 봤다.
“친절하세요. 당신이 만나는 사람은 모두 격심한 전쟁을 치르고 있으니까요.”
예전에 똑같은 것을 배운 적이 있다. 바쁘다(忙)는 한자는 마음(心)을 잃고(亡) 있다,라고 쓴다. 남을 생각할 여유나 마음이 없어지는 것을 ‘바쁘다’라고 한다고. (중략) 그래서 바빠지면 바빠질수록 플라톤이 말한 “친절하라”는 말의 의미가 좋은 가르침이라는 생각이 들어 왠지 구원받은 듯한 요즘이다. (p.371)
> 이 부분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플라톤의 훌륭한 말 자체뿐만 아니라, 이런 것들을 놓치지 않고 머릿속에 넣어둔 마스다의 성실함 때문이었다. 끊임없이 배우고 흡수하는 자세가 참 멋지다.
“위화감을 소중히 합시다.” 얼마 전에 어느 물건의 건축 설계 공모에서 프레젠테이션 중에 건축가가 했던 말이다. (중략) 위화감이란 자신의 이해 영역을 넘은 물건이나 일에 대해 느끼는 감각이다. 뒤집어 생각하면 새로운 것에는 항상 위화감을 느낀다. 반대로, 위화감을 느끼지 않는 생활이나 일은 진보가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성공한 기업은 처음에는 세상에 위화감을 갖게 하지만 결국 받아들여져 위화감을 불식하고 세상에 정착시켰다. 오히려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은 위화감이 있는 일을 피하게 되어 진보가 멈춘다. 그래서 그 건축가는 성공한 클라이언트에게 “위화감을 소중히 해달라”라고 이야기했다. (p.374)
> 책을 읽으며 가장 충격을 받았던 부분. 내가 책바를 운영하며 가장 주의해야 할 부분 아닐까.
프랑스 혁명의 발기점이 된 카페처럼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도 안진 라운지도 그렇게 되었으면 한다. 이대로의 일본은 안 된다고 생각하는 지식인과 크리에이터와 사업가 등이 모여 새로운 일본의 미래와 도쿄의 거리를 의논하여 바꿔갈 수 있는 장소가 되기 바란다. (p.391)
> 나는 새로운 한국과 서울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 사람일지 잠시 생각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