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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성 Apr 11. 2018

"행복이란 크기가 아닌 빈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도시건축가 김진애 인터뷰 (채널예스 4월호)



매달 책바에 배송되는 <채널 예스> 이번 호를 읽다가 커버스토리 인터뷰가 너무 좋아서 깜짝 놀랐다. 도시건축가 김진애 님의 인터뷰인데, 공간에 대한 인사이트 뿐만 아니라 가족과 인생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들어 참 좋았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기고 싶은 말들을 모았다. 



살아보니 집 놀이만 한 최고의 놀이가 없어요. 집은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 삶에 영향을 끼치니까요. 집 놀이를 잘하려면 공간의 모습보다 삶의 순간을 먼저 떠올려야해요. (중략) 그래서 집 놀이를 하기 전에는 대화가 많이 필요해요. 요즘 사람들을 보면 대화 없이 결혼하고, 대화 없이 집을 꾸미는 것 같아요.


책을 쓰면서 네 가지 주제를 잡았어요. 첫 번째 주제가 ‘어떻게 하면 이 집에서 여자 남자가 덜 싸우며 살까’고요. 저는 우리 사회의 여자 남자가 훨씬 더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 사회가 경제적 성과에 비해 그리 행복해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남녀가 충분히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행복감이란 얼마나 크냐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자주 느끼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집 놀이를 강조하는 이유는 그 빈도를 높이는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에요. 커플이라면 자기들만의 특별한 놀이 한 가지 정도를 갖는게 좋아요. 그 놀이 덕분에 자신들의 공간도 쓰임새도 달라질 수 있어요. 우리 부부의 특별 행사는 욕실에서 하는 김장이에요. 두어 달에 한번씩 우리는 김치를 담가요. 서로의 시간, 서로의 손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새삼 느끼죠.


지나치게 아이 중심인 집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은 어디까지나 스스로 자라요. 어른들이 스스로 자라는 아이들을 방해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부모는 아이들이 자라나는 과정에 있어서 약간의 자극을 주면 돼요. (중략) 저는 인생에서 가장 큰 축복이 아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다시 한 번 살아볼 수 있기 때문이에요. 


우리 식구들은 매년 연말 식탁에 앉아 서로에게 지적할 것 세 가지, 새해에 고쳐줬으면 하는 것 또는 바라는 것 세 가지를 말했어요. (중략) 공간이 허락한다면 식탁은 가족 수보다 좀 큰 것이 좋아요. 너무 딱 붙지 않아야 소통의 공간이 생겨요. 약간의 공간적 거리감이 오히려 정신적 가까움을 불러일으키죠. 


남편과 단둘이 하는 새벽 정상회담은 죽을 때까지 할 거예요. 어제의 이슈는 국정 농단, 해피 다스 데이였어요. 우리는 사회에 대해 한이 많아요. 불합리한 사회에 관한 분노가 많아요. 공동의 적이 있으면 남녀는 잘 묶입니다. 


좋은 책은 차별하지 않고 윽박지르지 않아요. 세상의 비밀을 아무 조건 없이 알려주죠. 책 읽는 여자는 힘이 셉니다. 스스로 세지고 싶은 여자는 책을 읽어요.   


어릴 때 책을 많이 읽으면 빨리 어른이 돼요. 주체적인 사고방식이 생긴다는 건 참 좋은 일이죠. 소설을 많이 읽으면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기회가 많이 생겨요. 반대로 나이가 들어 책을 읽으면 철이 없어져요. 이게 가장 큰 장점이에요. 내가 아직 세상에서 배울 게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흥분되고 즐거워요? 그래서 저도 철이 없어요. 


제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놀 줄 아는 능력이죠. 타고났거나 환경이 좋아서 그런 게 아니라 굉장히 노력했기 때문에 얻은 능력이에요. (중략) 제 필살기는 남을 잘 웃겨요. 상대를 유쾌하게 만들어요. 


저도 무지하게 많은 실수와 시행착오를 겪었어요. 일단은 해보자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실패도 더 많죠. 진짜 일을 해본 사람은 알아요. 실수도 재밌다는 걸요. 밤에 이불 속에 들어가서 ‘이불 킥’하는 순간들이 모이면 근육이 붙어요.



참고로 이번에 출간하신 책의 제목은 <집놀이, 그 여자 그 남자의>이다. 기대하는 마음으로 바로 주문 완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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