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소리와 새소리 모두 못 알아듣기 때문에 이 두 가지의 다른 소리는 화음처럼 겹쳐진 하나의 음악 소리처럼들린다. 살며시 부는 바람을 걸침 없는 팔다리로 맞는 기분이 참 좋다. 왜 이곳의 사람들이 이렇게 헐벗고 누워 있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다. 누워서 바라보는 하늘. 나무들 사이로 구름이 있었다 없었다 한다. 나는 누워서 ‘만남’을 주제로 다루는 적당히 진지한 책을 읽다가 나른해지면 그 순간을 견디지 않고 바로 눈을 감아버렸다. 스을쩍 졸고 나니 평화로운 기운에 보듬어진 기분이 들었다. 이번 여행, 벨린에서의 마지막 일요일이 이렇게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