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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태 Mar 21. 2021

남극을 떠나며

이제는 쇄빙선으로

 나의 출남극은 3월 21일. 사실 쇄빙선에 타고도 연구 때문에 열흘 가까이 남극 근처 바다에 머물긴 했다. 암튼 남극 땅을 떠난건 그때다.


 떠나기 며칠 전부터 월동대 형님들께 드릴 선물을 준비했다. 연필 인물화와 짧은 편지. 18명을 그리느라 노력이 좀 들어가긴 했다. 편지는 미리 컴퓨터로 써놓은걸 그림 밑에 자필로 옮겼고. 떠나기 3일 전부터 숙소랑 근무지를 찾아다니며 전달해드렸는데 다들 꽤나 좋아하셨다. 나중에 자기한테만 준게 아니란 걸 알고 약간 아쉬워한 분도 있었지만..

    

 기지 소개 영상도 이틀에 걸쳐 찍었는데 보여줄 사람도 기회도 없어서 휴대폰과 외장하드와 구글포토에 고이 모셔져있다. 지금 보면 감회가 새롭겠네..

     

 떠나기 하루 전에는 롤페를 받았다. 그간 너무 잘 챙겨주셔서 뭘 더 바라거나 기대하지는 않다가 받아서 그런지 더 감동적이었다.


 일기에 써있는 말들은     

 참 사랑을 많이 받았다

 ...

 나가는 마음. 싱숭생숭 그래도 일 안하고 요양한다는 생각에 기쁨 가득     

---


 사실 출남극 당일과 전날 하루 종일 영하 15도의 바깥에서 상하차 비스무리한걸 하고 밤에는 송별회 하느라 일기에 적힌게 별로 없다. 헬기로 운반된 보급품을 냉장/냉동/상온 에 맞게 나누고 쌓아두는 일. 헬기 바람 덕분에 눈인지 모랜지 얼음조각인지 모르겠는걸 온 안면으로 맞고 있으면 역시 남극이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수염에 얼어붙은 콧김을 떼어내며, 그래도 오늘만, 내일만 버티면 쇄빙선을 탄다는 생각에 열심히 일했다.


 ㅋㅋㅋ쇄빙선만 타면 모든 고통이 사라지고 행복할 줄만 알았는데! 그조차 며칠 가지 않았지. 근데 다시 쇄빙선 태워주면 행복하게 탈 수 있을거 같다. 대체 왜 그랬을까 그때는. 참 내가 외부 환경 영향도 많이 받고 멘탈도 약하구나를 깨달은 시간들이었던 것 같기도. 결론적으론 덕분에 멘탈이 강해졌다?

  

 그리고 코로나가 전 세계적으로 퍼질 때라서 귀국 방법이 바뀔 수도 있다는 얘길 들었다. 원래는 4월 9일쯤 뉴질랜드에 도착하면 비행기로 한국에 가는 거였는데 쇄빙선을 타고 적도를 지나 한국까지 가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아참, 쇄빙선에 타자마자 무척 충격적인 일을 겪었다. 예전에 적기도 했는데, 아무튼 다음 시간에!


펭귄도 해표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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