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가던 식목일의 기억
30년 전, 이모할머니께서 부모님 돈을 잔뜩 떼어먹었다.
어머니, 아버지께서는 회사에서 대출을 잔뜩 받으시고 경기도 부천에 한 주택집을 사셨다.
이사날은 1989년 4월 5일, 식목일이었다.
4월 6일 첫 등교를 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을 아직도 기억한다.
학교까지 어머니 손을 잡고 등교하면서 어머니께서는 몇번째 사거리를 지나면 학교가 나오는지 꼭 기억하라고 신신당부 하셨다.
하교 후 홀로 집에 돌아오는 길에 지나던 공원 담장에는 노란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두번째인지 세번째인지 모르는 골목을 헷갈려하다가
얼굴을 빼꼼히 내밀었던 세번째 골목길엔
어머니께서 대문 앞에 나와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
우리집은 키만 크게 자란 은행나무가 있던 집이다.
전기줄에 자꾸 걸리기에 아버지께서는 몇 번을 잘라 키를 작게 만드셨다.
부천의 논들이 순식간에 아파트숲으로 변하고 친구들도 몇 동 몇 호에 사는 숫자로 변해갔다.
나는 아직도 몇 동 몇 호에 사는 친구의 집을 찾아가는게 어색하다.
나에겐 아직 국민학교에서 세번째 골목에 은행나무가 커다란 녹색대문집이 더 친숙하기 때문이다.
부모님께서 처음으로 집을 사신지 30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식목일만 되면 그날의 봄기운이 가득했던, 개나리꽃이 만발했던 하교길이 생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