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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taiji Jul 09. 2019

주택같은 사람들

주택을 꿈꾸지만 아파트 같은 삶을 살다

우리 집에서 내려다보면 선사유적지 옆에 삼각형 모양의 개발제한구역이 있다.
이 제한구역 가운데에는 아주 오래전부터 형성된 '양지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아내와 동네 구경을 하러 이 마을에 간 적이 있는데,
개발제한구역 내에 있어서 주택을 개조하거나 신축하는 데에도 제한이 많지만,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집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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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복무 시절, 휴가 나가기 전엔 말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설렜다. 아껴두었던 군복을 깨끗이 세탁하고 풀을 먹여 칼주름을(등에 주름을 몇 개 잡느냐도 관건.) 잡는다.
같이 휴가 나가는 동기와 둘러앉아 '파리가 미끄러질 정도로' 전투화에 광을 냈다. 전투모 앞이 빳빳하게 서도록 모자 안쪽에 두꺼운 종이를 끼워 넣었다. 휴가날 아침, 거울에 각 잡힌 내 모습은 완벽했다.
하지만 아무리 멋을 부리고 휴가 나온다 한들 사람들 눈엔 그저 땀내 날 것 같은 '군인 아저씨'이다. 살이 베일 듯 주름 잡힌 군복이나 파리가 미끄러질 것 같은 군화에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교복도 늘려 입건 줄여 입건 다른 사람들 눈에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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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구경을 가자하면 당연히 똑같은 모양의 아파트 단지에 가기보단 다양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마을이 더 끌린다.
이런 주택 사랑은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건축탐구 집'이라는 프로그램에도 빠져들게 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집에서 사람이 보았고,
사람들에게 집을 발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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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집에 비유하자면,
주택과 같은 친구들이 내 주변에는 꽤 있다.
편리하고 금전적 가치가 보장된 직장을 다니기보다( 혹은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남들이 선택하지 않은 자기만의 길을 가는 친구들이다.
잘 닦여진 등산로를 벗어나 GPS 시계도 없이 산을 들어간다 생각하면 이들이 삶이 조금은 상상이 될까?
주택의 마당엔 곡식과 푸성귀들이 한 뼘 자랄 때 잡초들은 세 뼘씩 자란다.
비가 새고 보일러가 고장 나면 직접 손 봐야 하고, 쓰레기 분리수거도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겨울엔 또 어떤가? 수도가 얼까 걱정하고 눈이라도 내리면 눈치우기에 허리가 휜다.
그들의 삶이 꼭 이러하다.
이런 친구들의 대해 다른 이에게 이야기하면 첫 번째 반응은 '멋지다. 부럽다.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
와 같은 동경이다.
하지만 이에 따라오는 반응은 지금 평당 얼마인지 시세를 물어보듯,
"그래서? 그 일하면서 돈벌이는 된대?" 하는 걱정이다.
그들의 걱정하는 것처럼 비교적 주택은 아파트보다 집값이 잘 오르지 않기는 하다. (내가 이사할 집에 대해 부동산에 문의할 적에 양지마을에 대해 물어보면 부동산 사장님이 귀찮다는 듯이 쓸데없이 거긴 왜 묻냐는 듯 대답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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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아파트보다 서촌, 감천문화마을, 경리단길 놀러 가기를 더 선호하듯이
주택이 아파트보다 매력적인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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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실제 아파트에 살며 아파트처럼 타협하며 살고 있지만
주택의 불편함과 사서 하는 수고스러움을 조금씩은 실천하며 살아가고자 한다.
평생 주택에서 살 용기는 내지 못할지라도
Home과 House의 개념이 다르듯
집이 주는 특별함과 매력을 평생 동경하며 놓치고 싶지 않다. '낭만을 잃으면 모든 걸 잃는 것처럼'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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