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뱅이에 관한 추억
골뱅이 통조림은 양이 적다.
골뱅이를 배불리 먹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골뱅이를 처음 먹었던 적은 초3 때다.
막내 삼촌은 빈대처럼 우리 집에 얹혀살았다.
그 당시에는 막내 삼촌이 빈대라고 느끼진 못했지만 말이다.
삼촌은 퇴근길에 골뱅이탕을 사 오셨다.
몇 알 들어있지 않은 골뱅이탕으론 가족들을 만족. 시킬 수 없었기에 나와 삼촌은 골뱅이를 재구매하러 집을 다시 나섰다.
골뱅이는 리어카를 개조해 만든 포장마차였다.
그때는 그런 구조의 포차가 많았다.
사장님은 포차 뒤에서 요리를 하시고 손님들은 리어카에 디귿모양으로 둘러앉아 술을 마셨다.
리어카의 구조는 같고 떡볶이를 파는 경우도 많았다.
골뱅이를 재구매하러 도착했을 때 (그 당시 나에겐) 어른인 사람들이 앉아 술을 기울이고 있었다.
파는 안주는 골뱅이뿐.
큰 떡볶이 판 두 개에 생골뱅이에 물을 부어 끓여 팔았다.
'골뱅이 하나요!'라는 주문이 들어오면
초록색으로 얼룩덜룩한 플라스틱 그릇에 (그땐 떡볶이고 뭐고 그런 그릇에 주었다.) 골뱅이 한 사발을 담아 건네주었다.
어른들은 이쑤시개로 골뱅이를 빼먹었다.
골뱅이를 발라내 초장에 찍어 소주를 기울였다.
그 단출한 안주와 골뱅이 국물이 전부였지만 사람은 많았다.
술집을 처음 들어가 봤던 나는 벌게진 얼굴의 사람들이 어린 나를 쳐다보던 눈빛을 잊을 수 없다.
가끔 골뱅이 안에는 골뱅이 대신 작은 게가 들어있곤 했는데, 포차 사장님은 그럴 때면 골뱅이를 서비스로 건네주었다.
지금도 그 골뱅이의 국물과 국물의 하얀 김을 기억한다.
골뱅이는 지금도 좋아한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골뱅이 안주로는 언제나 배고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