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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턴작가 May 10. 2022

행복하지 않은 두 마법사의 불행 극복기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2022)

  

"당신은 행복한가?"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행복하지 않은 두 마법사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에서 한 가지 질문이 반복적으로 나온다. “당신은 행복한가?” 완다는 행복하기엔 이제까지 비극을 너무 많이 겪었다. 스티븐은 행복하냐고 물어보는 크리스틴에게 애써 행복하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안다. 그가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아무리 세상을 구하는 영웅일지라도,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남자와 결혼하는 것을 보는 순간만큼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      


두 마법사의 차이는 이 불행을 대하는 태도에 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연 영화에서 말하고 있는 ‘행복’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행복이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모두 다 가질 때 나오는 감정이 아니다. 행복은, 자신에게 불행한 상황이 닥칠지라도, 그 상황을 같이 견디고 극복할 수 있도록 옆에서 함께해 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발아하는 감정이다. 이는 후반부 스티븐과 웡의 대화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완다는 자신이 갖지 못한, 자신에게 결여되어 있는 삶 때문에 계속해서 불행을 느낀다. 완다가 다른 세상의 자신이 쌍둥이 아들들과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의 꿈을 ‘악몽’이라고 칭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 삶은 자신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완다는 결여된 자신의 삶의 행복을 위해 다른 세상의 자신의 삶을 빼앗으려 했으나 결국 완다 스스로 다른 세상의 자신과 그녀가 그토록 사랑한 쌍둥이 아들들의 불행을 초래하고 있다는 현실을 목도하게 되고 이제야 비로소 자신의 현실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불행이 다신 초래되지 못하게 ‘No more Darkholds’를 외치고, 모든 세상의 다크홀드를 없애버리며 자멸한다. MCU의 616 완다가 마지막에 행복해졌을지는 확신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모든 세상의 다크홀드가 없어졌으니, 적어도 838 완다와 쌍둥이 아들들은, 불행할지 모르는 또 다른 세상의 완다로부터 안전해졌으며 행복하게 살아갈 것이다.    

  

스티븐은 그간 크리스틴에게 자신의 진심을 전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616의 크리스틴은 어느새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어있었다. 진심을 전하기엔 이제 너무 늦어버렸다. 하지만 스티븐은 자신의 능력과 다크홀드의 힘으로 다른 세상의 크리스틴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 하지 않았다. 그는 완다로부터 차베즈를 보호하려 사력을 다했고, 그 과정을 모두 옆에서 함께한 838의 크리스틴에게 비로소 진심을 고백한다. ‘우리가 함께 할 수 없었던 이유는 내가 당신을 신경 쓸 여유가 없어서 그런 게 아니라, 너무 무서워서였다고.’ 사실 스티븐은 누구보다 크리스틴을 사랑하고 있었고, 세상을 지켜야 하는 자신의 운명 때문에 크리스틴이 위험에 빠질까 봐 항상 걱정하고 있었다. 뒤늦게라도 자신의 진심을 고백한 스티븐의 대사 'I love you in every universe.'. 모든 우주의 너를 사랑한다는 이 말은 어느 로맨스 영화의 대사보다도 애틋하게 다가온다. 비록 다른 세상의 크리스틴이지만 서로 진심을 주고받았고, 스티븐은 자신의 불행을 위로받는다. 예전에 크린스틴이 선물로 준 시계를 수리하고 보관함에 넣은 스티븐은 이제 새로운 행복을 찾아 나설 준비가 돼있다.    

 

영웅으로서 한층 더 성장하는 스티븐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과 샘 레이미 감독의 전작 ‘스파이더맨 2’의 정신적 후속작이기도 하다. ‘노 웨이 홈’에서 스티븐은 피터에게 말한다. ‘그들이 원래 세상으로 돌아가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멀티버스의 측면에서 봤을 때 순리이고, 그들의 운명이다.’ ‘대혼돈의 멀티버스’에서 나오는 디펜더 스트레인지도 차베즈의 능력을 빼앗으며 ‘네가 죽는 것이 멀티버스의 측면에서 순리’라며 똑같은 말을 뱉는다. 사실 ‘노 웨이 홈’ 때까지만 해도 스티븐은 철저한 공리주의자에다가, 운명론자였다. 하지만 애라고만 느꼈던 피터가 상처를 극복하고 악인들을 구원하며 끝내 자신을 희생하기까지의 과정을 모두 지켜본 스티븐은 조금씩 변한다.  

   

다른 세상의 스티븐이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며 차베즈의 능력을 빼앗으려 한 것과 달리, MCU의 스티븐은 차베즈에게 자기 자신을 믿으라고 격려하며 그녀가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MCU 스티븐이 다른 세상의 스티븐과 다르다는 것은 MCU 스티븐과 838 스티븐의 부상 사진을 비교하며 ‘당신들 부상이 비슷한 듯 살짝씩 다르네’라고 말하는 838 크리스틴의 대사로도 유추할 수 있다. 이후 차베즈는 ‘당신의 세상에 오게 돼서 너무 행복하다.’라며 스티븐에게 감사를 표한다. 스티븐이 자신의 능력을 불행이라고 여겼던 차베즈를 행복하도록 변화시킨 것이다. 스티븐이 그동안 외적인 위협으로부터 사람들을 구하는 모습을 주로 보여줬다면 이번엔 내면적으로도 사람들을 구원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영웅으로서 한층 더 성장했음을 알 수 있다.     

샘 레이미, 이번 작품에서도 지울 수 없는 그의 체취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스파이더맨 2’와 연출적으로도 비슷한 장면이 있지만 일단 기본적 서사가 굉장히 비슷하다. ‘스파이더맨 2’는 두 천재에 관한 이야기였다. 피터는 자신의 힘과 지식을 세상을 구하는 데 사용했고, 옥타비우스 박사는 자신의 힘과 지식을 오용해 많은 이들의 위협을 초래한다. 결국 옥타비우스 박사는 피터를 통해 자신이 세상에 얼마나 위협이 되는 일을 벌이고 있는지 깨닫고 자신이 만든 기계와 함께 스스로를 수장시킨다. 이는 완다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다크홀드를 없애며 자멸하는 것과 궤가 같다. 또한 후반부에 피터가 MJ에게 널 너무나 사랑하지만 자신이 스파이더맨이기에 MJ에게 우린 함께 할 수 없다고 진심을 털어놓는 장면도 스티븐이 크리스틴에게 뒤늦게 진심을 고백하는 것 또한 유사하다. 이렇게 한 감독의 다른 두 영화가 상당한 유사점을 띈다는 것이 매우 흥미롭게 다가온다.      


갈릴 수밖에 없는 호불호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어디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나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영화 시작 30분 만에 이 영화는 히어로 무비적 서사보다는 B급 호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걸 느끼고 나서는 B급 호러 영화 자체로 영화를 즐길 수 있었다. 예전 슬래셔 무비들에서나 느낄 수 있었던 감성들을 히어로 영화에서 느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기에, 이번 영화는 계속되는 뻔한 마블식 솔로 영화들 사이에서 굉장한 신선함으로 작용했다. 비록 서사의 깊이는 약하지만, 샘 레이미 특유의 연출을 좋아하고 비슷비슷한 마블 영화들에 조금 지쳤다면 분명 이번 영화에서 재미를 느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특히 아는 만큼 보이는 영화이기에 작품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그만큼 준비도 필요하다. ‘대혼돈의 멀티버스’를 제대로 즐기려면 ‘완다 비전’, 샘 레이미 감독의 전작 ‘이블데드’, ‘스파이더맨 2’,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닥터 스트레인지’등은 보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이 중에서 ‘완다 비전’은 필수다. 마블 영화들은 이제 디즈니 플러스 드라마를 챙겨보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진입장벽이 높아졌다. 아예 영화 시작 전에 나오는 마블 로고 인트로 부분에 완다 비전 장면이 삽입된 걸 보고 확실하게 느꼈다.     


★:4/5


P.S

1. 일루미나티 멤버들이 완다에게 끔살 당하는 연출은 개인적으로 기가 막히게 마음에 들었으나, 자비에 교수님의 휠체어는 너무 우스꽝스러웠다. 원작을 반영했다는 것은 나중에 알았지만 것 보기엔 색감은 촌스러웠고 크기가 너무 커서 문 사이도 제대로 못 지나다니실 것 같다.

2. 마블은 엔드게임에서 '아메리카의 엉덩이'로 시작해서 저번 ‘노 웨이 홈’부터 다시금 엉덩이 드립에 맛이 들린 것 같다. 물론 나는 너무 취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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