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리 인턴이 해봐 Aug 20. 2021

한국의 Thrasio 가능한가? (上)

(1) Amazon 브랜드의 새로운 가능성 by Samuel

"We Buy & Grow E-Commerce Brands"

2020년 이커머스의 유망한 브랜드를 인수하겠다는 플레이어들이 글로벌 스타트업 씬에 *대거 등장했다. 그리고 이듬해 이른바 'Online Brand Aggregator'의 선두주자 Thrasio는 아마존 브랜드 약 100개를 인수하고, 창업 3년 만에 최단기 **적자 아닌 유니콘으로 성장한다.

출처 : Thrasio; 2021 Official website


해당 사업모델에 대한 글로벌 누적 투자액은 $7B(한화 약 8조 원)를 상회했다. 사실상 '21년 상반기 동안 $6B를 모금한 것인데, 이는 같은 기간 글로벌 전체 Early Stage 투자액의 10% 수준이고, 국내 전체 벤처 투자액의 두 배다. Online Brand Aggregate가 VC들의 슈퍼루키로 떠오른 것이다.

<'21년 7월 Amazon Acquirers (Amazon Roll-up 플레이어)에 대한 글로벌 누적 투자액>
출처 : Marketplacepulse; Total 69 companies in US, UK, GER, IND, MEX, etc...


새로운 스타트업이 떠오르면 개인적으로 두 가지 질문을 던져본다. 왜 지금인가 그리고 왜 하필 해당 플레이어인가. 이를 답하기 위해서는 우선 Thrasio가 하고 있는 플레이가 무엇인지부터 정의할 필요가 있다. ****Thrasio는 Online Brand Aggregator다. 그 중에서도 Amazon Roll-up "높은 상품성에도 불구하고 유통, 마케팅 역량 부족으로 성장의 한계에 부딪힌 Amazon의 3rd Party Seller들을 Roll-up(인수)하고 자사 역량을 통해 매출을 극대화시키는 플레이"을 하고 있다.

사실, 새로울 것 없는 비즈니스다. 유망한 기업을 사서 Scale-up하는 비즈니스의 전문가들은 대표적으로 PE가 있다. 그들은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하면 동박, 유산균, 폐기물 소각장까지 찾아내서 사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아마존 3rd Party Seller 같은 Digital Native Brand를 사들이지 않았다. 그 이유는 Thrasio가 인수한 브랜드의 면면을 보면 알 수 있다. Angry Orange (강아지 데오도란트), Vybe (마사지 건) 등 육아, 조경, 애견, 주방용품과 관련된 소소하고 귀여운 곳들이다. 이런 곳들은 사봤자 돈이 안되는 곳이었다.

불과 5년 전 까지는.


Entrepreneurship의 폭발 by 아마존

이제는 소소하고 Niche한 브랜드가 돈이 된다.  아마존이 3rd Party Seller를 위해 멋진 것들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1) 로지스틱스의 평준화 2) 고객중심의 매대 분배 3) 막대한 고객 접점 이 3가지를 통해 모든 디지털 브랜드는 글로벌 시장을 TAM 시장으로 겨냥할 수 있게 되었다.


1) 아마존은 FBA(Fulfillment By Amazon)를 제공한다. 3rd Party Seller들이 고객으로부터 주문 받은 상품을 지정된 장소로 옮기기만 하면, 고객 문 앞까지 배송하는 것은 아마존이 대신해준다. 물류 창고 및 운송사 섭외 등 개인사업자가 관여하기 까다롭기 짝이 없던 문제가 간단히 해결된다.

2) 지금껏 매대는 유명 브랜드의 전유물이었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한정된 매대를 검증된 대형 브랜드 위주로 채우는 전략을 택했다. 하지만, 온라인 커머스에서는 다르다. 3R ; Review, Rating, Ranking 을 통해 실시간으로 브랜드를 평가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철저히 고객 피드백을 중심으로 매대를 진열한다. 지금까지는 대형 마케팅을 통한 인지도가 우선 순위였다면, 이제는 세계 1위 하인즈 보다 더 상단에 대학생들이 만든 켄싱턴 케첩이 노출되는 것이다. 

3) '21년 6월 아마존의 순 방문자수는 24.5억 명이었다. 국내 대형마트에 입점하면 하루에 몇 명의 고객에게 노출될 수 있을까? 매대 맨 앞쪽자리를 차지하더라도 하루 10만 -1,000만 명 정도나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마존의 카테고리 랭킹 5위안에 들어가는 Seller(그 카테고리가 여성 건강 보조제나 엽서라고 하더라도)가 되면 글로벌 고객 접점이 신라면의 그것과 유사해진다.


그 결과, 아마존은 ***거대한 기업가 정신의 산실이 됐다. 당신이 당신의 애완파충류를 위해 만든 Cage를 국내에서 판매한다면 당신은 연 매출 150만 원을 목표로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아마존에 올린다면 당신은 연 매출 $1M 이상인 5만 명의 아마존 Seller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이제 그들의 Tangible market은 글로벌 시장이기 때문이다.

<'21 1Q 아마존 전체 매출액 중 3rd Party Seller의 비중>
출처 :Statista 2021, 3rd Party Seller의 Amazon 내 매출 비중은 약 55%


Pain Point와 달콤한 유혹

문제는 당신의 본업이 Reptile Cage Maker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글로벌에서 주문은 쏟아지는데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당신은 더 이상 부업으로 이 일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곧 더 이상 동네 철물점에서 대량 구매를 하는 방식으로는 안정적인 자재 조달이 불가능하다는 사실과 렌트해서 쓰던 목공소 한켠이 대규모 생산을 하기에는 너무 좁다는 것을, 자신이 실은 재고관리와 제품 개발, 가격 설정을 한번도 해본 적 없다는 사실까지 깨닫게 된다. 개인 판매업자는 이때부터 품질부터 배송까지 오퍼레이션 전반에 문제를 겪으며 역성장을 겪는다.

이 때, 당신에게 와튼 스쿨 출신의 전 Investment Banker가 와서 EBITDA의 2-3배에 인수를 제안한다.   그는 자신의 회사 'Thrasio'가 브랜딩 전문가, SEO 전문가, 이커머스 플랫폼 전문가 등으로 이루어진 아마존 브랜드를 위한 전문 Accelerator라고 말한다. 인수 기간은 단 5주이고, 5주 후 당신은 7-30억 원 정도를 손에 쥐고 호주에서 여름 크리스마스를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미심쩍어 하는 당신에게 다른 Seller들의 행복한 매각 후기와 매각 이후 지수 곡선을 그리며 상승하는 브랜드의 매출을 보여준다. 그리고는 인수 후 그가 당신의 브랜드를 성장시키는 만큼 추가 보상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한다. 마지막으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맑은 정신으로 이번에는 더 큰 브랜드를 만들어보라고, 당신은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권유한다.

어떡하겠는가?


새로운 Scale Up 공식

Thrasio는 이러한 Sweet spot - 성장세를 감당하기 어려운 유망한 아마존 브랜드 - 을 누구보다 먼저 찾아냈고, 이를 기반으로 성장 전략을 고안했다.바로 Fast & Many Deals이다.

COVID-19로 이커머스의 성장 곡선이 더욱 가팔라지면서 피인수 매물은 더욱 많아졌다. 다만, 개별 사이즈가 너무 작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서 딜을 작지만 빠르게, 많이 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면 전체 Mass는 커지고, 개별 브랜드의 성장 속도는 그대로 빼닮은 브랜드 지주 회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Digital Native Brand의 로레알, 버크셔 헤서웨이로 성장하고자 한다.

게다가 이 방식의 장점은 하나 더 있다. 싸게 사서, 비싸게 평가받는다는 사실이다. 예컨데, Thrasio는 피인수 브랜드의 Valuation을 EBITDA 대비 2-4배로 책정한다. 따라서, Thrasio의 멀티플도 비슷할 것이라고 추정하기 쉽다. 하지만, Thrasio의 멀티플은 대강 35배 정도다. 아마존 전 임원 James Thomson은 이렇게 표현했다. "The math is pretty shocking."


Downside & Upside

하지만 여느 사업모델과 마찬가지로 Thrasio식 사업모델도 만능이 아니다. 우선 (1) 경쟁이 심화될 것이다. Aggregator가 많아진다는 것은 매물이 부족해진다는 것이고, 인수 가격이 올라간다는 뜻이다. 초기 Thrasio는 인수가로 EBITDA의 2-4배를 불렀지만 지금 등장하는 플레이어들은 4-6배를 말한다. 앞으로는 어떨까?

다음은, (2) 아마존 의존도가 너무 높다. 아마존이 리나 칸 공정위원장의 심판을 받아 기존의 Fly wheel을 잃어버릴 가능성은 낮지만 0은 아니다. 특정 채널에만 의존하는 것은 늘 리스크가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3) Thrasio 방식이 안전한 성장 방식이라고 담보할 수 없다. PMF가 검증된 브랜드를 매입해서 키운다고 했지만, 실은 COIVD-19로 인한 비정상적 매출 증진에 의존한 성장이었을 수도 있다. 게다가, 대량의 인수를 진행해서 몸집을 키우는 방식의 성장 전략은 늘 디폴트의 위험이 있다. 국내 VC들은 아마 옐로모바일의 쓰라린 추억을 떠올리지 않을까?

이러한 리스크를 고려해보았을 때 Thrasio는 또 다른 전략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확률이 높은 것이 바로 채널 확장이다(인터뷰에서는 여러번 말했는데 막상 하고 있지는 않다). 이제 대다수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며 작동 방식 또한 유사하다. 그렇다면 아마존에만 머물러 있을 필요는 없다. Shopee, Lazada와 같이 아마존 점유율이 낮은 아시아 대륙의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이는 전체 포트폴리오의 다양성을 증진시킬 뿐만 아니라, 크로스 채널 판매를 통해 브랜드의 성장성 자체를 제고할 수도 있다.

한편, 가능성은 낮지만 임팩트가 큰 방향성은 추측하건데 ****SaaS이다. Thrasio는 지금 100개가 넘는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통해 수만번의 A/B 테스트로 성장 노하우를 검증하고 있을 것이다.  여기에 막대한 SKU Level의 판매 데이터가 합쳐진다면 어떻게 될까? Digital Native의 성장판을 자극하는 비결을 찾아낼 확률이 높다. 결국, 해당 비결을 소프트웨어로 제작한다면 아마존 Seller들 뿐 아니라 온라인으로 나아가고 싶은 기존 오프라인 플레이어들까지 탐내는 물건이 될 것 같다. (최근 Thrasio는 Yardline이라는 아마존 브랜드 대상으로 CaaS를 제공하는 핀테크를 매입했다. 앞으로의 행보를 예측할 수 있게 하는 힌트가 아닐까)


다음 장에서는 Next Thrasio가 나올 수 있는지, KSF는 무엇인지, 한국에서는 가능한지 살펴보도록 하자.


*US : Perch, HeyDay / EUR : BBG / IND : GlobalBees 등 해당 사업 모델을 운영하는 기업의 개수만 70개(미국에서만 50개)가 넘고 대부분 '20년 이후 설립된 Seed - Series A 단계의 스타트업이다.

**'21년 4월 Thrasio는 $1.1B 규모의 Series C Funding을 마무리한 후 $3-4B 정도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고 전해진다. '20년 기준 매출 $500M, 영업이익 $100M으로 이익률은 약 20% 정도.

***사실 Entrepreneurship의 폭발은 아마존 뿐만 아니라 모든 이커머스 플랫폼의 덕이 컸다. 또한 수요 측면에서도 SNS, 마이크로 인플루언서의 영향으로 사람들의 취향이 세분화되면서 Niche 브랜드에 대한 니즈가 커진 것도 있다.

****현재 Seller 대상 SaaS로 이미 성공적인 BM을 형성한 곳이 몇 군데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Shopify와 Jungle Scouter는 해당 사업모델로 빠르게 성장 중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