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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리 인턴이 해봐 Aug 20. 2021

한국의 Thrasio 가능한가? (下)

(2) Next Thrasio의 조건 by Samuel

Thrasio는 Digital Native Brand의 포텐셜을 가장 먼저 읽어낸 플레이어다. 덕분에 최근에는 SPAC을 통한 IPO이야기가 흘러나올 만큼 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스텟을 읊어보면   

1) '21년 4월 기업가치 3-4조 추정
2) '20년 매출 6천 억에 영업이익률 20%
3) 피인수 브랜드 100개 이상
4) 최근 3개월 동안 주 당 2개 이상 인수
5) 인수 후 3주 이내에 아마존 내 브랜드 랭킹 평균 96% 상승
6) 인수 1년 내 브랜드 매출 평균 233% 증가
7) 인수 2년 내 투자액 전부 회수 8) 창업 3년 만에 최연소 적자 없는 유니콘으로 등극

너무 매력적인 숫자들이다. 그래서인지 지금 글로벌에는 Next Thrasio가 넘쳐난다. 하지만 모두가 잘 될 수는 없을 것이다.(물론 어느 정도는 다같이 잘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Online Brand Aggregate를 잘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복제 가능한 성공의 조건

하나의 브랜드를 키운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나라면 쓸 것 같은데'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수많은 창업가들은 정말 본인만 쓴다는 사실을 깨닫고 사업을 접는다. 그런데 Online Brand Aggregator들은 여러 브랜드를 동시에 성장 시킬 수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렇게 하려면 '복제 가능한 성공'이라는 전제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 전제는 다음 3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브랜드를 인수한 경우에만 적용 가능하다. 

1) 검증된 PMF(Product Market Fit)와 2) 노브랜드 3) 플랫폼이다.   


1) Aggregator들은 0 to 10을 하는 플레이어가 아니다. 그들은 10 to 100의 성장 전문가다. 0의 단계는 아무것도 검증이 되지 않은 단계다. 정형화된 성장 공식을 붙여도 정작 시장이 좋아할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아마존에서 3R을 확보한 상품은 *시장성, 고객 가치, 스토리텔링 등을 검증한 브랜드일 확률이 높다. 이렇듯 PMF가 검증된 제품에 정량적인 역량 'SEO, 마케팅, 재고관리, SCM, 프로모션, 리뷰 관리, 품질 관리, 제품 개발 등'을 갖다 붙이면서 Aggregator들은 10 to 100의 승률 높은 게임만 하면 되는 것이다.


2) 또 다른 조건은 해당 카테고리가 '**노브랜드' 즉, 브랜딩의 역할이 비교적 높지 않은 영역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고급 주얼리 시장이라고 하면 검색 최적화, 프로모션 등으로 단기간에 고객들의 관심을 끄는것이 어렵다. 티파니와 반 클리프&아펠 사이에서 당신의 브랜드가 빛을 발하려면 아마 획기적인 마케팅 혹은 10년 이상의 업력이 필요할 것이다. 반면, 헬스용 팔꿈치 보호대라면? 모델로 드웨인 존슨을 한번 쓴다면 다음 달에 선두를 다투는 브랜드가 되어있을 것이다.


3) Angry Orange(강아지 데오도란트 소매업체), TrailBuddy(산악용 장비 소매업체)가 D2C 웹사이트를 구축한다면 누구도 방문하지 않았을 것이다. 강아지 데오도란트 브랜드를 외우고 다니거나 특별히 애호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마존에서 검색했다면, 당신은 해당 업체가 판매 랭킹 3위의 브랜드라는 것을 알고는 구매까지 해볼 수 있다. 즉, 플랫폼에서는 축적된 매출, 리뷰, 랭킹이 훌륭한 브랜드 자산이 된다. 매출 신장 전문가인 Aggregator들에게는 가장 유리한 영역인 것이다.


요약하자면,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높은 3R로 판매되고 있는 노브랜드 상품"이 Aggregate 플레이의 多브랜드 多성공의 비결이다.


Winner의 조건

그런데 Aggregate 플레이를 잘한다는 건 무슨 뜻일까? 상단과 같은 상품을 파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을 알겠다. 하지만, 이는 조건일 뿐 차별성이 없다. Thrasio를 벤치마킹한 플레이어들이 우후죽순으로 등장하는 지금, 승부를 가를 조건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Key Success Factor는 3가지 1) 운영 역량 2) 금융 역량 3) ***Market Intelligence 역량 이라고 생각한다. 운영 역량이란 피인수 브랜드의 Operational Excellence를 극대화할 수 있는 역량을 말하고 금융 역량은 M&A를 일년에도 수십번씩 할 수 있는 자금을 융통하는 역량이다. 그리고 MI 역량은 상품성 있지만, 성장이 정체된 브랜드를 신속하게 발굴해내는 역량이다.

이 중 의외로 현 경쟁 구도에서는 운영 역량의 차별성이 적다고 여겨진다. 우선, Aggregator 대다수의 C-level이 알리바바, 라자다 등 거대 플랫폼의 임원 출신이거나 IB, 컨설팅 등 프로페셔널 백그라운드 혹은 연쇄 창업가들로 이루어져 경영 역량이 모두 출중한 탓이다. 물론, SEO 역량이 상당히 중요하지만 이는 Jungle Scout, Viral Launch와 같은 전문 업체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면 차이가 없다.(일부 Aggregator들은 실제로 해당 업체의 소프트웨어를 SaaS형태로 제공받고 있다고 한다)

단,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을 특출나게 흡수하고 있는 플레이어들이 있다. 향후 이들이 피인수 대상 물색 - 인수 - 성장 단계를 '자동화'한다면 그때는 차별적 역량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반면, 금융 역량은 지역별로 큰 차이가 날 수 있다. 예를 들어, 국내 스타트업과 미국 스타트업이 펀딩 받는 금액 차이는 평균적으로 100배 이상이다. 더군다나 Debt 투자가 활발한 미국에서는 다양한 방식을 조합해서 최적의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레버리지 할 수 있는 비중이 다르기 때문에 성장 속도가 벌어지게 된다.

그리고 MI는 얼마나 소비 트렌드를 빨리 파악하고, 시장 기회를 포착하느냐 인데 이 부분은 차이가 확실히 벌어질 수 있다. 우선 기반 시장의 규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유럽의 경우 소비재 시장의 성숙도가 국내보다 훨씬 높아서 아주 니치한 상품들도 나타나는데 이런 영역에서 라이징 스타를 발견하고는 한다. 추가적으로 Founder의 학벌과 초기 엔젤투자자 및 엑셀러레이터를 누굴 만났느냐에 따라 활용할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의 차이가 벌어지고, 이에 따라 가치 있는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확률이 달라진다.


인도와 미국 VC 시장을 휩쓴 Aggregator Business

앞서 시장 KSF를 보면, 금융과 MI 모두 상당히 지역 의존적인 성향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규모 M&A를 진행할만큼 자금이 집중되어야 하고, 인수할 만한 브랜드들이 지속적으로 나타날 만큼 소비재 시장이 성숙되어야 한다. 이러한 조건 하에서 최적인 곳은 당연히 미국이다. 세계 최고의 금융시장이 있고 세계 최대 소비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Thrasio도 그렇고, 소프트뱅크의 지목을 받은 Perch 등 최다 Aggregator 배출국이 되었다.

그 다음 의외인 곳이 바로 인도이다. 인도의 경우 시드투자와 시리즈A 역대 1위를 모두 Aggregator 플레이어들이 갱신했다. 최근 반년간 6개 Aggregator에게 $300M이 투자될만큼 시장에서 가장 주목 받는 카테고리가 된 것이다. 인도는 자체 시장이 발달했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가진 잠재력이 너무 큰 탓에 외부 자금이 몰리고 있고 Seller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부족한 역량을 메꾸고 있다. '15년 전체 소매 시장의 Online Penetration이 1.6%에 불과할 정도로 미성숙한 모습이 향후 성장성을 오히려 ****돋보이게 만들었다.

추가적으로 미국, 인도의 공통점은 아마존 혹은 플립카트 같이 지배적인 플랫폼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Aggregator들은 *****최적화 플레이를 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하나의 플랫폼만이 존재할 때 비즈니스가 훨씬 쉬워진다. 다수 플랫폼이 존재하는 경우 밸류에이션에도 문제가 생긴다. 한달에도 5개 이상의 매물을 검토해야 하는 만큼 대상의 제품 카테고리, 3R, 매출 등 다양한 요소를 알고리즘의 손을 빌어 평가한다. 그런데 만약 성인용 기저귀 분야에서 쇼피의 5위 사업자와 쿠팡의 5위 사업자가 있다면 둘의 기업가치는 얼마나 달라야 하는가? 즉 프로그램을 플랫폼 별로 따로 구축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파편화된 이커머스 시장은 Thrasio 같은 플레이어들이 비선호하는 시장이다.


유럽과 아시아 Thrasio의 기출 변형

하지만, 파편화된 시장에서도 Next Thrasio를 꿈꾸는 스타트업들이 나타난다. 우선 유럽시장은 지역별로 Regional Amazon이 따로 존재하며, 각 도메인 별로 가격, 카테고리별 랭킹, 배송정책 등이 상이하게 나타난다. 무엇보다, 각 국가별로 소비 형태, 언어, 문화가 달라서 특화된 성장 방식과 밸류에이션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유럽은 성숙한 소비재 및 금융 시장이라는 우수한 요건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베를린, 파리, 런던 등 선진 시장을 기반으로 뛰어난 플레이어들이 등장하고 또 성장하고 있다. 다만, 성장 방향은 Thrasio와 차별성을 두고 있긴 하다.(다들 달라서 아직도 유형화를 못했다!)

아시아는 일본을 제외하면 미-유럽에 비해 시장 성숙도가 많이 낮은 편이다. 또한, 투자 기관들도 사이즈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작다. 여기에 더해 이커머스 플랫폼들의 대격전지다. 여러모로 Aggreate 플레이가 힘들어 보이지만, 그럼에도 자신만의 전략을 내세운 신생 스타트업들이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최근 시드 투자에서 각각 $40M, $36M을 유치한 스타트업들이 나오면서 인도를 제외한 아시아에서도 Online Brand Aggregator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둘 모두 싱가포르 기업으로 어쨌든 선진시장 베이스로 시작한 것이 재밌긴 하다)


한국의 Thrasio는?

결론부터 얘기하면 가능하다. 단, Thrasio 방식은 아니어야 한다.

우선 될 것 같은 이유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살만한 매물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얼마전 '쿤달' 브랜드로 유명한 더스킨팩토리가 1,000억 원 후반대에 PE에게 인수되기도 했다. 또한 어느 정도 Thrasio와 유사한 플레이를 하고 있는 기업도 있다. 에코마케팅은 데일리앤코, 글루가를 사서 잭팟을 터뜨렸다. 전문 마케팅 회사인 만큼 인수 브랜드도 퍼포먼스 마케팅으로 매출을 극대화했다. 그리고 지금 해외 D2C몰 등을 런칭하며 해외 매출 포트폴리오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그러면 달라야 하는 점은 무엇인가?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20년 글로벌 6위에 오를 정도로 규모 있는 시장이지만 파편화 되어있다. 1위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이 18%정도로 주도적인 플레이어가  없다. 뿐만 아니라, 아마존 같이 해외 시장에 진출한 플랫폼도 없다. 즉, 멀티채널 전략이 필수적이다. 만약, 국내 시장만 겨냥한다면 다른 아시아 지역(인도를 제외한) 플레이어들과 다를 것이 없다.                     

<2020년 국가별 이커머스 매출 순위 및 아마존 이커머스 매출>
출처 : https://happist.com/579084/국가별-이커머스-시장규모-및-이커머스-순위


문제는 해외시장을 겨냥할 경우다. 한국 브랜드의 포지셔닝은 애매하다. 동남아시아 Aggregator는 가격적 이점을 무기로 동아시아의 멀티 플랫폼을 공략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원가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렇지만 아직은 동남아 브랜드를 국내에서 쓸 것 같지는 않다.) 한편, 미-유럽의 Aggregator는 높은 시장 성숙도를 기반으로 아주 Niche한 브랜드를 발굴해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 한국은 요즘 같은 양극화 트렌드에 적합하지 않은 중저가 포지션에 처해 있고 시장이 작아서 Niche브랜드도 많이 없다.

그럼에도 답은 있을 것이다. 국내는 글로벌 테스트 마켓으로 불릴 만큼 제품 완성도에 대한 높은 스탠더드를 갖고 있다. 특히 화장품, 휴대폰과 같은 분야는 국내에서 검증된 PMF가 해외에서도 통할 수 있다. 이 말은 국내 Aggregator는 해외 판로에서 답을 찾으려면 성숙도가 높은 분야의 브랜드를 들여다 봐야 한다는 뜻이다. 앞서 분석한 에코마케팅이 안마기에서 젤네일 그리고 애슬레져로 인수 방향성을 가져간 것이 우연이 아니라고 본다. 다시 말해, 미성숙한 국내 노브랜드 시장을 공략하는 것에 한계를 느끼고 상대적으로 성숙한 뷰티, 의류 시장의 브랜드를 인수해 해외 시장 기회를 엿보는 것은 아닐까?

최근, Nextchapter라는 Thrasio를 철저히 카피한 국내 기업이 등장했다. 이제 겨우 시드 단계이지만, 창업자들의 이력이 워낙 화려해서 자꾸 시선이 간다. 앞으로는 이들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여러 플레이어들이 Online Brand Aggregator라는 프레임을 통해 시장을 공략할 것이다. 이들 중 누가 승리할 지는 모르겠지만, 글로벌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훌륭한 사업자가 나오길 바란다.


*해당 영역은 정량적 역량에 대비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SCM 전문가는 어떤 브랜드를 담당하든 공급망 관리를 잘하고 개선할 수 있지만, 브랜딩 전문가는 A 브랜드에서 큰 성공을 거두더라도 직후 B 브랜드에서는 참패할 수 있는 것이다. 즉, 복제 불가능한 정성적인 부분이라고 규정했다.

**노브랜드는 연인용 엽서, 여성용 발목 스트레칭 기구 처럼 현재 Aggregator들이 주로 취급하는 브랜드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하지만, 브랜드와 노브랜드의 차이가 과연 얼마나 명확한가? 이 항목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다.

***세상과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파악하고, C-level 및 전사에 공유해주는 기능, 줄여서 MI

****'15년 시장규모는 15조 원이었으나 '19년에는 36조 원을 기록함. '24년까지는 CAGR 23%로 101조 원 시장으로 성장할 예정임

*****여기서 최적화라는 것은 SEO, 3R 등 브랜드 성장 관점에서 특정 채널에 집중한 마케팅 및 운영에 관한 개념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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