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국어는 독사(讀思)다

by Text with Me

문장들은 원래 아름다웠다. 아름다웠던 문장들이 위험해졌다. 문장들이 싸움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2018년 1등급컷 84점, 역대급 불수능이었다. 조짐이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었지만 수능국어가 지독해졌다. 마치 맹독은 머금은 독사와 같다.


최상위권 2학년 아이들이 당황해 하며 “솔루션이 뭐냐?”고 물어왔다.


솔직해져야 했다. “이 정도면 넘어설 수 없다. 돌아가든지 피해가든지 해야지. 당분간 100점은 잊어라. 그래도 1등급은 나올 거니 걱정하지 마라”고 말했지만 완벽해야 직성이 풀리는 아이들이 불안해했다.


국어의 역습이 시작된 것이다. 당장 교육과정평가원부터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데 대해 학부모들에게 송구하다고 사과를 할 정도로 불수능의 여파는 컸다. 학원가와 강사들도 원인 분석에 들어가고 대책을 찾기에 바빠졌다.


수능국어가 어려워진 직접적인 원인은 알다시피 수능영어 절대평가의 영향이 컸다. 수능을 국어와 수학만으로 변별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수능국어의 난도를 끌어올렸다.


2019년 수능국어는 전년보다는 쉬웠지만 예년보다 어렵게 출제되어 수험생들을 긴장시켰다. 2020년에도 1등급컷이 90점에 못 미칠 정도로 수능국어는 고약한 시험이 돼버렸다.


앞으로도 2018년처럼 문제가 출제될 경우는 항시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또 이런 전제하에 수능을 준비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많아진 정보량, 밀도감이 높은 지문, 낯선 작품의 출제, 더욱 정교해지고 고도화된 선지들이 수험생들을 괴롭히고 있다. 1번부터 45번까지 어느 하나 쉽게 넘어가는 문제가 없다. 2021년에는 문제 유형도 바뀌어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독서 지문은 너희들이 가장 싫어하고 어려워하는 지문 3개가 출제될 거야” 그러면 아이들은 기겁을 하지만 현실이 그랬다. 18년에도 법률과 논리학, 천문학 지문이 출제됐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불수능이건, 물수능이건 간에 상관없이 1등급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뿐이다. 그러려면 수능국어의 특성을 정확히 알고 수능국어 공부법에 대해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


그렇다면 수능국어는 어떤 시험일까? 두 가지 개념으로 규정할 수 있다. 먼저 ‘국어는 과학이다. 수능국어, 지극히 과학적이다’라는 개념이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지만 글을 쓰는 사람들은 한 편의 글을 쓰기 위해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주장이나 의도를 철저히 계산하여 내용으로 생성하고 조직하여 논리적으로 표현하려고 한다.


수능국어 지문들은 10년 전이나 3년 전, 1년 전이나 동일한 필자가 썼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글의 전개나 구성, 문체, 문형 등이 유사하다.


이것은 문학 글이나 비문학 글 모두에 해당한다. 놀라울 정도로 일정한 패턴이 있고 논리적이며 과학적이다.


두 번째로 ‘수능국어는 국어지식을 측정하는 시험이 아니라, 언어능력과 사고력을 측정하는 시험이다’라는 개념이다.


다시 말하면 수능국어는 언어능력인 독해력을 측정하는 시험이고, 사고 능력인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이다.


이런 개념 규정은 시험의 방향성을 정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면 국어지식은 필요가 없을까? 물론 4등급 이하 학생들은 국어지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2~3등급 학생들은 지금 가진 국어지식으로 충분하다. 많은 학생들이 필요 이상으로 국어지식을 추구하는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


정리하면, 수능국어는 일정한 원리와 패턴을 가진 지문을 독해하고 문제를 분석, 해결하는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이다. 수능국어에서 독해력과 사고력은 필수 요소다. 따라서 수능국어는 독사(讀思)다, 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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