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 리딩부터 시작하라
빠름을 예찬하는 디지털 시대에 느림을 강조하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뇌는 빠른 기술 문명의 진보 속도에 반해 서서히 진화해 왔다.
수 만 년 전 인간의 뇌와 지금 시대의 인간의 뇌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사색이나 독서를 하는 경우에는 뇌의 속도에 따르는 느림이 중요하다.
스마트폰 등장 이후 지식과 정보의 양이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하루 동안에도 책은 물론 각종 SNS, 메일, 기사 등 다양한 매체와 플랫폼을 통해 수많은 텍스트와 이미지를 접하며 생활한다.
한정된 시간에 필요 이상의 글을 읽어야 하니 뇌의 피로도가 상당할 것이다.
뇌는 글을 읽을 때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효율성을 추구한다고 한다.
따라서 뇌는 글을 대충 읽거나 빠르게 읽거나 중요 부분만 발췌해 읽는 등 양상은 다르더라도 에너지를 절약하는 쪽을 선택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물론 쉬운 글이나 짧은 글, 배경 지식이 있는 글들은 위와 같은 방법으로 읽어도 상관은 없다.
하지만 수능처럼 전문 분야의 어려운 내용을 다룬 독서 지문에서는 이런 방법은 곧 한계를 드러낸다.
지문을 천천히 정확하게 읽고 내용을 파악해도 안 되는 판에 빠르게 대충 읽고 지문을 이해하려는 것은 당연히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물론 제한된 시간에 독해를 해야 하는 수험생의 입장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이런 글 읽는 방식으로는 앞서 언급한 순차적 사고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수능에서 절대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없다.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문장, 한 문장을 정확하게 읽는 습관을 먼저다.
제발 천천히 글을 읽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제발 천천히’이라는 문구에 유념하자.
평소 아이들이 얼마나 글을 빨리 읽으려고 덤비는지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사실 부모들이나 아이들 자신조차 잘 인식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글을 읽은 후에는 거의 습관적이고 자동적으로 문제 풀이에 들어간다.
마치 먹이에 달려드는 맹수처럼 많은 아이들이 눈에 불을 켜고 글을 읽고 문제를 풀어댄다.
물론 학교와 학원 과제에 치어 바쁜 아이들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공부 방법으로는 학교 시험뿐 아니라 수능에서 결코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없다.
예전에 이런 공부 방법을 바꾸고자 문제를 빼버리고 글만 가르친 결과, 읽기 능력이 놀랄 정도로 향상되어 좋은 성과를 낸 경험도 있다.
천천히 글을 읽고 깊게 생각하며 공부를 해야 한다.
‘슬로 리딩’부터 시작해야 한다.
‘슬로 리딩’이란 하시모토 다케시가 쓴 <슬로 리딩>이라는 책에 나온 용어로, 한 권의 책을 선택하여 책에 나온 내용을 심화, 확장시켜 공부하는 방법이다.
우리에게 한동안 관심을 끈 핀란드식 공부 방법도 이와 유사하다.
하지만 ‘슬로 리딩’이 초중 수업에서는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수능 준비에 시간이 부족한 고등학교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 대신에 ‘슬로 리딩’의 개념을 읽기 능력 향상에 활용하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문자 그대로 천천히 글을 읽기 시작하는 것으로부터 독해지능이 높아질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글 읽는 습관을 바꾸자.
습관적으로 해 온 글 읽는 방법부터 멈추자.
교과서 글을 포함하여 어떤 종류의 글을 읽더라도 천천히 글을 읽는 습관을 만들자.
익숙한 방법이 아니라 불편하고 힘들겠지만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앞서 수능 지문 하나를 분석하는데 1시간이 걸렸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다.
한 문장, 한 문단, 한 지문을 외과 의사가 뼈를 발라내듯 철저히 분석하고 또 분석을 한다면 글의 길이 보이고 글의 맥이 잡힐 것이다.
뭉쳐 있던 글이 환하게 보이는 느낌, 눈에 맞는 안경을 쓴 것 같다는 학생의 말은 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