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학부모들이 아이들 글쓰기에 관심을 갖는다. 그래서 논술 수업을 받기 위해 논술 학원을 찾는다. 그런데 논술 수업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어렵다’일 것이다.
이것은 논술 수업의 목적 중 배경지식을 강조하며 나타나는 현상으로, 많은 학원에서 배경지식 획득을 필요 이상으로 중시하기 때문이다.
배경지식을 쌓기 위해 독서가 논술 수업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되고 어려운 책을 읽고 글을 써야 하니 논술 수업은 당연히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논술 수업은 원래 국어와 연계성이 높은 수업이다. 논술 수업은 국어의 학습 목표인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가 완성된 후, 거기에 배경 지식을 쌓는 수업이 되어야 한다.
국어의 학습 목표가 달성된 후 논술 수업으로 확장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논술을 잘 하려면 국어부터 잘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국어는 다른 과목에도 많은 영향을 준다. 영어나 수학 등 다른 과목 선생님들 중 국어를 잘 해야 영어와 수학도 잘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선생님들이 많다.
수능영어의 경우 EBS 교재에서 많은 지문이 연계되어 출제된다. 그런데 어려운 철학이나 과학 지문들은 지문을 해석해 놓은 내용조차 이해가 안 된다고 하소연하는 아이들이 많다. 영어가 아니라 국어가 문제라는 것이다.
다른 사례는 또 있다. 유명 외고 학생들에게 논술을 가르칠 때 일이다. 몇몇 대학은 논술 시험에 영어 제시문이 들어간다. 출제된 논제와 제시문을 분석해 보니 영어 제시문을 정확하게 해석해야 해결할 수 있는 논제였다.
그런데 모의고사에서 매번 영어 1등급을 맞는 학생들임에도 불구하고 제시문을 정확하게 해석하는 학생이 없었다. 눈으로 보면 대충 아는데 정확하게 문장으로 옮기지 못해 어려움을 겪은 경우였다. 수능영어에서 1등급을 받는 학생들 중 상당수가 이런 실정이다.
그런데 어떻게 1등급을 받을 수 있을까? 영어 지식이 차고 넘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초등학교 이전부터 얼마나 많은 시간을 영어에 투자했나? 딱 보면 감(感)으로도 맞출 수 있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이런 학생들의 경우, 결정적으로 수능에서 1~2개가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처럼 수능영어와 대입논술에서도 영어 지문을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는 국어 실력이 중요하다.
수학의 경우에도 국어는 필요하다. 개정된 초등 저학년 교과 내용이 수와 식이 아닌 서술형태의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수학도 수와 식이 문장과 글로 바뀌어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수학과 국어는 전혀 관련이 없는 별개 과목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수학은 문장과 글을 수와 식으로 치환해 놓은 것이다. 수와 식을 언어로 바꿨을 뿐, 글로 쓰면 길어질 내용을 숫자와 기호를 활용, 수와 식으로 간단하게 바꾼 것이다.
수학 문제의 풀이 과정을 살펴보면 국어에서 글을 전개하는 과정이나 원리가 유사하다. 글을 쓸 때도 수학에서 공식과 논리를 적용하듯 구조와 논리를 치밀하게 계산하며 글을 쓴다.
이처럼 수학과 언어는 뿌리가 같다. 사람들은 흔히 수학을 잘 하면 국어를 못 한다고 오해를 하며 수학적 머리가 따로 있는 것처럼 말한다.
이과는 국어를, 문과는 수학을 못한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잘못된 교육 시스템이 낳은 편견에 지나지 않는다. 뒤늦게 올해부터 문·이과 통합 시험을 치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본다.
미래 사회에는 전 영역에 뛰어난 지식을 가진 르네상스 인재가 필요하다. 영어와 수학뿐 아니라 사회, 과학, 예능 과목까지 모든 학과목들이 경계를 넘어 통합하고 융합된 총체적 지식을 가진 인재를 키워야 한다.
그런데 이런 총체적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글 읽는 능력, 즉 독해지능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독해지능은 모든 과목의 기본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