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릭 시버스의 <진짜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사는 법>
회사를 다닐 때는 유료 콘텐츠에 돈을 지불하는 것을 조금 아깝게 생각했다. 다달이 내는 넷플릭스와 유튜브 프리미엄은 아까워하지 않았으면서, 인사이트 큐레이션에 돈을 지불한다고? 라는 생각을 좀 했던 것 같다. 오히려 소득이 불안정해진 지금, 양질의 콘텐츠로 영혼의 양식을 공급하는 데 애를 쓰고 있다. 돈은 없어도 책은 사는 예술가의 심정이 이런걸까...(난 예술가는 아니지만)
폴인이 지난 월요일, '폴인이 고른 책' 시리즈 아티클에서 데릭 시버스의 <진짜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사는 법>을 소개했다. 기사를 소개하는 에디터의 메시지를 읽자마자 헐레벌떡 뛰어가서 읽었다. 그거 대체 어떻게 하는건가요!!! 좋아하는 일을 돈으로 바꿀 수만 있다면 세상에 불행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텐데 ㅠㅠ...
이 분 근데, 시작부터 정면돌파다.
"그 일을 왜 하는지 생각해라."
그래서 생각해봤다. 나는 왜 통번역사를 하고 있을까. 어쩌다 통역사가 되었나.
솔직히 고백해보자면 아래의 이유였다.
1. 남들에게 말하기 그럴듯한 직업 같아서(사회적 지위, 체면)
2. 열심히 하거나 실력이 있으면 고소득자가 될 가능성이 있어서(금전)
3. 내 스펙을 고려할 때 가장 빨리 될 수 있는 직업 같아서(시간 경제성)
도무지 통번역이 너무 좋아서, 재미있어서 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여기서 데릭 시버스는 또 하나의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 돈도 충분하고 관심도 필요 없다면 진정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그 일이 진짜 좋아하는 일이다."
난 글을 쓸 것 같다. 남들이 읽어주는 글이 아니라 할지라도, 그냥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쓸 것 같다.
일상 속에서 생각나는 것도 있겠지만, 여행 다니며 여행기를 쓰면 더 좋겠지.
데릭 시버스는 자신에게 조언을 구하며 찾아오는 사람들은 크게 두 유형으로 나뉜다고 말하는데,
유형① 돈을 잘 벌지만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예술가를 하고 싶은 사람
유형② 전업 예술가지만 돈을 벌고 싶은 사람
이라고 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처방을 내려 준단다.
1. 돈 잘 버는 직업을 가져라.
2. 돈이 아닌 예술에 대한 사랑을 진지하게 추구해라.
그런 면에서 나는 (돈을 잘 버는 직업은 아니지만) 일단 적당하게 직업을 잘 골랐다. 문제는 본업을 잘 하려고 허둥거리며 살다 보니 글을 쓸 생각을 못 했다는 것. 책도 열심히 읽지 못했다. 아니 솔직히 글쓰는 걸 사랑한다고까지 할 수 있을까? 갑자기 혼자 숙연해진다. 내가 통역사가 되기 위해 전형적인 코스를 밟고 credential을 보유했듯,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타이틀을 획득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게 신춘문예를 통한 등단이든, 나나 내 콘텐츠 둘 중 하나라도 유명해져서 출간 제안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혼자 블로그에 글 써봤자 누가 재밌다고 그걸 봐주겠어-라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나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경력을 쌓을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그냥 하는 거였다. 생각만 하는 사이 일주일은 휙 지나가버렸다. 만일 내가 하루에 한 편이라도 뭔가 썼더라면 일주일에 7개의 글을 써 본 것이지만, 나는 내가 만족할 만한 글 하나를 쓰기 위해 일주일에 한 편 정도를 겨우 썼다. 핑계는 더 많아졌다. 11월부터 프리랜서로 재택근무로 통역을 시작한 것이다. 원래는 내 마음대로 운용하던 하루 시간을, 통역이 배정되고 나서부터는 통역 시간에 지배되는 일과가 되었다. 내가 하기 싫은 날은 일을 안 할 수도 있건만... 일한 만큼 페이를 받다 보니, 돈을 받는 일을, 돈을 받지 않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제한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저자는 또 "그럭저럭 괜찮은 일에 yes 하지 말고, 꼭 반드시 하고싶은 일을 위해 no 하라"고 말한다.
마치 지난 3개월간의 나를 사찰한 듯한 말이다... 매일매일 "돈은 벌지만 내가 하려고 했던 일들을 못했어"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갑갑했는데, 사이다 해답을 얻은 기분.
눈치 좀 그만 보고, 자기비판 좀 그만 하고, 하고싶은 것 좀 마음껏 해보자! 마음껏 하지 않고 눈치만 보다가 죽기 전에 후회하지 말고...
폴인 아티클: https://www.folin.co/article/12969 "당신은 그 일을 원하는 게 아니다" 진짜 좋아하는 일 찾는 법 을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