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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영어는 지금 누구를 불편하게 하고 있나요

딘딘: "I ain't got no mama, I got sister"

by 캐롤

"I ain't got no mama, I got sister."
딘딘이 한 방송에서 했던 이 말은 상당한 파급력이 있었는지, 그 후 'Hood English'라는 표현도 좀 더 알려진 것 같다. 맥락은 이렇다. 딘딘은 청소년 시절, 영어를 거의 한 마디도 못하는 상태로 밴쿠버의 한 고등학교에 유학을 갔고, 거기서 친구들과 어울리며 실전으로 영어를 배웠다. 어느 날 무슨 말을 했더니 선생님이 교장실로 그를 데려갔고, 교장은 부모님을 학교에 모셔오라고 했다. 그때 딘딘은 "I ain't got no mama, I got sister"라고 말했고, 모두의 충격과 분노의 이마 짚음을 유발했다. 딘딘 본인은 공손하게 "아, 저 부모님은 안 계시고... 누나하고만 같이 있어요"라는 뜻이었다고 한다. 영어가 미숙해서 톤 조절이 안 된 것이다.

사내통역사로 일하면서 교류하는 실무자들 중에는 영어가 서툰 분들도 있지만, 대개 영어로 무리 없이 대화가 가능한 사람들이 많다. 그중에는 유학파여서 훌륭한 딕션과 표현력으로 직접 소통하는 경우도 있는가 하면, 부단히 노력해서 영어를 유창하게 사용하지만 뭔가 살짝씩 애매한 경우도 있다. 나는 이것을 '이해만 되면 문제없다'는 식의 입시영어 기조의 부작용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수능 영어만 해도, 지문을 빠르게 읽고 감으로 의미를 빨리 추론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이렇다 보니 많은 이들이 영어는 그럭저럭 구사하지만, 영어의 어감에 대해 둔감한 상태로 실전에서 영어를 사용한다.

문제는 기업 간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생각보다 세련되고 정제된 언어가 요구된다는 점이다. 대면 소통에서 이 같이 의미만 통하면 되지-라고 생각하다 세련되지 못한 커뮤니케이션으로 바닥을 드러내고, 회사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경우가 상당수 있다. 한번은 실무자가 해외에 있는 파트너사에게 견적이 너무 높으니 재고해 달라는 이메일을 보냈더니 불쾌해하는 회신이 왔다며, 황급히 통역사에게 이메일을 다시 써 달라고 한 경우도 있었다. 돈 얘기를 할수록, 을일수록, 더 절박할수록 부연 설명과 함께 언어를 정제해야 하는데, 견적을 깎아달라는 핵심 메시지는 전달했지만 적절한 표현으로 전달하지는 못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해법일까? 영어에 꽤 자신 있어도 이메일을 쓰고 한번 교열을 받기를 권한다. 사내통역사가 있다면 비즈니스 맥락을 설명해 주고 교열 자문을 받아도 좋고, AI로 간단하게 할 수도 있다. 비즈니스 상황을 간략하게 브리핑한 후, 지금 수신인에게 어떠한 비즈니스 어조로 어떤 요구를 해야 하는지 명시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프롬프트다.

"너는 원어민 수준급 영어를 구사하는 모 회사의 ~담당 실무자야. 당사는 예산상 ___ 프로젝트의 예산을 ___ 정도로 보고 있어서 파트너사가 제안한 견적에서 __% 낮추는 것을 고려해 달라 요청하는 이메일을 격식 있고 정제된 문체의 영어로 작성해서 보내야 해. 내가 영어로 작성한 초안을 제공해 줄 테니 위의 조건을 참고해서 다듬어 줘."

적어도 민감한 비즈니스 상황에서 한번 필터링을 거친 이메일을 보내면, 의도치 않게 글로벌 파트너를 빈정상하게 하거나 기분 나쁘게 할 리스크는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물론 민감 정보는 blank처리하고 프롬프팅하자!)

딘딘은 그게 Hood English인지도 모르고 "저 엄마는 없고 누나랑만 있는데요"라는 의미로 교장선생님께 말했을 뿐이다. 비즈니스 영어도 마찬가지다. 내가 배운 표현을 늘어놓는 능력보다, 상황에 맞는 어감을 포착하는 감각이 더 중요하다. 유창함과 적절함의 한 끗 차이를 인지하고 쓰는 이메일이 진짜 프로페셔널한 이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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