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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사라 Oct 18. 2024

왜 항상 시작만 하고 마무리를 못 할까?

UX 심리학: 자이가르닉 효과


우리가 자주 느끼는 이 불안감은 뭘까?


항상 마무리를 못한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그 이유가 자이가르닉 효과 때문일 수 있다. 일상적인 작은 일부터 큰 프로젝트까지 시작은 잘하지만 마지막까지 마무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그때 힘을 다 빼버리는 걸까? 이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자이가르닉 효과를 다시 한 번 곱씹어보게 되었다.


자이가르닉 효과 Zeigarnik Effect

미완성된 작업은 완료된 작업보다 더 강하게 기억된다.


자이가르닉 효과는 블루마 자이가르닉(1901~1988)이라는 심리학자가 발견한 현상이다. 그녀는 사람들이 미완료된 과업에 대해 더 잘 기억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예를 들어, 식당에서 웨이터가 고객의 주문을 기억하는 방식에서 이 효과를 찾을 수 있다. 결제가 완료된 테이블의 주문은 쉽게 잊어버리지만, 결제 전에는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뇌는 완료되지 않은 일에 더 큰 주의를 기울인다. 그러니까 나도 모르게 마무리를 못하는 것이, 결국 뇌가 미완료된 일들을 계속해서 되새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미지출처: 유튜브 <한국어로 말해요>



사람 심리를 반영한 UX 디자인


내가 하는 UX 디자인에서도 이 자이가르닉 효과는 자주 발견된다. 웹사이트나 앱에서 로딩 화면을 보게 되면, 사용자는 그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계속 기다리게 된다. 이런 진행 상태가 명시되어 있으면, 사용자는 미완료된 과업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되고, 작업이 끝나기를 기다리게 된다. 또 다른 예로는 회원가입을 할 때, 프로필 사진을 등록하라는 메시지를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방식은 사용자가 다음 행동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유도한다. UX 디자인에서는 사용자가 시작한 작업을 완료하도록 계속해서 상기시키는 기법이 많이 사용되곤 한다.


생성형 AI의 UX에 활용


최근에는 이러한 기법이 진화하여 앱 로딩 화면과 스플래시가 다양한 형태로 디자인되고, 생성형 AI가 생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에 대한 로딩 화면도 새롭게 디자인되고 있다. 예를 들어, 동물이 움직이는 듯한 Pika 생성형 AI의 로딩 화면은 정말 귀엽지 않은가.


pika art 로딩 화면


스스로 칭찬을 많이 해주자


이가르닉 효과는 UX 심리학으로 유명하지만, 근본적으로 인간 심리 현상중 하나이다. 그래서 모든 인간의 일상생활에서도 나타난다. 예를 들어, 집안일을 시작했는데 중간에 멈추게 되면, 그 일이 계속해서 마음속에 남아 부담이 된다. 그러니까, 아침에 세탁기를 돌리고 나서, 다림질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다른 일을 하다 보면 그 생각이 계속 머릿속에서 맴돈다. 이런 미완료된 일들은 나를 계속 괴롭히고, 결국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하루가 지나가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자이가르닉 효과를 개인이 어떻게 받아들이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 좋을까?

미완성하는 일을 더 강하게 기억할 수록, 마무리 짓지 못하는 나 자신에게 불만이 쌓이고, 점점 더 큰 스트레스를 느끼게 될 수 있다. 깊이 있는 성찰은 필요하다. 정말로 내가 원하는 일이 맞는지, 아니면 그저 시작하기 쉽고 재미있는 것들만 골라서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향한 비난보다, 건설적인 성찰로 나아가길 바란다.

자이가르닉 효과를 인지하고 나니, 그걸 해결하기 위한 방법도 떠올리게 됐다. 마무리를 하지 못한 일들이 나를 괴롭힌다면, 그런 미완료된 과업을 리스트로 만들어 보고 하나하나 정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이렇게 나의 과업들을 시각화하면, 좀 더 명확하게 내가 해야 할 일과 그 일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게 된다. 작은 것부터 시작해 점차 큰 일을 처리해 나가면, 어느새 마무리를 짓게 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독자님들께, 

이 글도 끝까지 마무리해서 읽으셨네요! 자이가르닉 효과가 UX/UI 디자인에서 유용하게 사용되는 것처럼, 우리 삶에서도 이 효과를 잘 활용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미완료된 일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그 과정을 통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하나씩 마무리 지어 나가면서, 새로운 시작을 만들어가는 나를 기대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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