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의 경계 : AI와 인간 그리고 예술》展 회고
2025년의 마지막을 향해 가던 어느 날, 강남대로 한복판에 위치한 <일상비일상의틈 by U+>에서 열린 전시
《창조의 경계 : AI와 인간 그리고 예술》은 전시를 보고 왔다라기보다 질문을 하나 들고 돌아왔다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경험이었다.
이 전시는 단순히 AI를 소재로 삼은 전시가 아니라, '창조란 무엇인가’, 그리고 ‘인간은 무엇을 잃지 말아야 하는가’를 정면으로 묻는 구조로 설계된 전시였다.
전시를 보기 전에는 AI를 활용한 작품들이 많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들어가자 느껴지는 건 기술보다 ‘인간의 태도’에 대한 전시라는 점이었다.
이 전시는 이렇게 선언한다.
예술도, 기술도 결국 인간의 감각적 창조 행위이며
AI는 그 확장의 한 지점일 뿐이다.
공간 설계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였다
이 전시는 공간을 통해 질문을 던진다.
먼저 1층은 ‘인간의 뿌리와 감각’을 다루는 공간이다. 동양적인 미감이 두드러지는 작품들이 배치되어 있고, 자연·몸·관계·여백 같은 키워드가 중심을 이룬다. 이 공간은 인간이 오랫동안 축적해 온 감각의 역사, 즉 ‘기술 이전의 창조’를 보여주는 출발점처럼 기능한다. 전시의 첫 장면을 인간의 원형적인 감각에서 시작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이 층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분위기는 한층 더 현실적인 결을 띤다. 이곳은 현대 사회의 구조, 데이터, 그리고 인간이 속한 시스템을 다루는 공간에 가깝다. 개인과 집단, 사회와 기술, 그리고 인간이 만들어낸 구조 안에서 우리가 어떻게 ‘사람’으로 존재하는지를 묻는 작품들이 배치되어 있다. 인간은 더 이상 자연 속의 존재가 아니라, 이미 거대한 시스템 안에 편입된 존재임을 상기시키는 구간이다.
그리고 2층은 AI와 자동화, 포스트 휴먼 감각이 가장 강하게 드러나는 공간이다. 영상, 알고리즘, 자동 생성 구조 등 기술적 요소가 전면에 등장하며, 인간이 만들어낸 기술이 다시 인간의 삶과 감각을 어떻게 재구성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공간은 ‘미래’라기보다, 이미 시작된 현재의 모습에 가깝다. 인간이 기술과 함께 어디까지 나아가고 있는지를 가장 직설적으로 체감하게 만드는 층이다.
이렇게 1층에서 2층으로 이동하는 동선 자체가 ‘인간의 감각 → 사회적 시스템 → AI 이후의 감각’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질문 구조로 완성된다. 이 전시는 작품만이 아니라, 공간의 흐름으로도 창조의 경계를 설명하고 있었다. 층을 올라갈수록 작품은 점점 “기술화”되지만 정작 질문은 더 인간적으로 깊어진다. 기술이 많아질수록, 인간의 존재감이 더 선명해지는 구조. 이 설계 자체가 이 전시의 가장 뛰어난 큐레이션 포인트였다.
이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단순히 유명해서 모인 라인업이 아니다.
이들은 모두 “인간의 창조란 무엇인가”에 대한
서로 다른 시대의 증거 자료처럼 배치된다.
이우환 – 관계와 여백, 인간 인식의 구조
박서보 – 반복과 수행, 몸으로 쓴 사유
이세현 – 붉은 산수, 기억과 상처의 시각화
양정욱 – 관계와 돌봄, 감정의 건축
유화수 – 풍경과 죽음, 인간이 남기는 흔적
이 작품들은 “AI가 만들 수 있냐 없냐”의 문제가 아니다.
AI가 흉내낼 수 없는 ‘시간, 몸, 관계, 기억, 죽음’의 흔적을 보여준다.
그리고 바로 여기서 이 전시는 말한다.
창조는 결과물이 아니라 존재의 방식이다.
“AI는 예술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인간은 여전히 창조하고 있는가?”
지하와 2층에서 만난 AI 기반 작품과 자동화 비디오들은 오히려 차갑지 않았다. 그들은 “기술의 위대함”이 아니라 ‘인간이 어디까지 창조를 외주 주었는지’를 보여주는 거울 같았다. 우리는 더 빠르고, 더 정교하고, 더 편해졌지만 동시에 질문은 더 불편해졌다.
우리는 아직도 ‘느끼는 존재’인가?
아니면 ‘선택만 하는 사용자’가 되었는가?
전시장을 나오면서 가장 오래 남은 감정은 놀람도, 감탄도 아닌 묘한 책임감이었다.
기술을 사용하는 인간으로서, 그리고 창작과 설계를 하는 사람으로서, 이 전시는 이렇게 묻고 있었다.
당신은 어떤 인간으로 남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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