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어린 시절 시골에 자라서 농사를 미친 듯이 많이 했다고 한다. 형들은 형이라서 안 하고, 막내는 막내라서 안 하고. 어느 날은 학교에서 늦게 끝나 집에 늦는 날이면 할머니가 왜 늦게 왔냐며 온몸을 할퀴었다고 했다. 그때마다 어린 아빠는 ”형도 있고 동생도 있는데 왜 나만 해야 하는 거지?“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언젠간 명절엔 인절미를 해 먹은 적 있는데 고모들이. 아들들 생일에만 인절미를 해주고 딸들 생일에는 인절미를 안 해준 할머니에게 왜 그랬냐고 물어봤다. 방앗간을 하고 있던 친가는 부유한 편이었지만 딸들에게까지 해줄 인절미는 없었나 보다.
그런 환경의 친가 쪽 분위기는 나에게 늘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자식이 많으면 차별하게 되는 건가?” 할머니 개인의 잘못이지만. 이미 나는 그런 생각이 머리에 꽂혀있다 지금까지도.아빠를 차별했던 할머니는 지금은 돌아가신 아빠만 찾으신다. 파란색 봉고 트럭을 타고 다니는 건 아빠라는 기억만 남으신 건지, 요양원에 트럭이 오면 아빠가 할머니를 안 만나고 그냥 돌아갔다고 서운하다고 하신다. 아빠는 더 이상 오지 못하는데 미워했던 자식에 대한 반성인 걸까?
언젠간, 치매에 걸린 할머니에게 언젠간 왜 이렇게 아빠를 미워하고 차별하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분명 방금까지 본인의 나이 잘 말하고, 머리 자르고 싶다고 대답하셔놓곤. 기억이 안 난다고 하셨다. 가끔 멀쩡할 때 아빠에 대한 질문을 하면 못 알아들으시는 럭, 기억 안 나시는 척을 했다. 할머니는 도대체 그렇게 차별하기만 할 자식을 많이 낳으셨을까
당사자가 묵비권을 행사하니 알 수가 없는 내용이지만.
나는 자식이 하나니깐 모르겠다. 자식이 많으면 진짜 차별하게 되는 건 당연한 건지? 할머니를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이 되는 건지. 그래도 상처받은 어린 시절의 아빠를 위해서라도 할머니를 이해하고 싶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