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주머니를 달고 다니는 나
신기한 일이다. 나는 어디에 있어도 어느 나라에 있어도 말을 거는 행인이 많다. 언젠간 환승을 위해 잠시 들렸던 (어느 나라인지도 잘 기억 안 난다) 중국인이 햄버거 시키는데 나에게 막 중국어로 질문을 했다. 그때 당시 나도 웃겼던 게 “못 알아 들어요”를 중국어로 말했다. 언젠간 배웠던 중국어 한마디가 중국어 못해요 라니. 그 중국인은 알쏭달쏭 한 표정을 지으면서 "네가 하는 건 중국어 아니니?”라는 말이었겠지. 알아들을 수 없으니 대충 유추해 본다.
이뿐만이 아니다. 어느 날은 길을 걷고 있는데 나이 있으신 어르신께서 길을 물으셨다. 다행히 내가 아는 곳이라 자세하게 알려드리고 같이 걸어오는데 “이 동네 부동산이 어때요?”라고 물어보셨다. 뭐지 싶었지만 흥미로워서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을 말해줬더니 갑자기 세부적인 내용으로 들어가서. 신축 비과세 시기, 평당 가격, 입주물량 등과 같은 자세한 내용을 내게 물으셨다. 아는 부분은 알려드리고 모르는 부분은 모른다고 말하고 인사하고 헤어졌다. 혼자 걸으면서 문득 왜 나한테 이런 걸 물으셨지? 하는 생각도 들었고 이렇게 이어지는 스몰토크의 대화도 재미있었다.
자주 가는 가게 사장님이랑 안면을 트고 인사를 하는 건 기본이고. 슈퍼마켓 아주머니와 친해져서 아이 백일 떡도 나눠 먹고 이사를 갈 때는 아쉽다며 문자까지 받을 수 있었다.
시댁에 내려갔을때는 어떤 어르신이랑 함께 엘레베이터를 타고 잠시 걸을 일이 있었는데 호수를 물어보시곤 “그 집엔 딸은 없는데?”, “며느리에요” 하니 웃으면서 넉살 좋다고 하신 어른도 있었다.
웃기게도 놀이터를 가도 처음 보는 아이들이 주변에서 나를 맴돌면서 말을 건다. 원래 아이들은 아무에게나 말을 잘 걸지만 유독 내 주변에 아이들이 많을 걸 보고 사람들이 피리 부냐는 소리도 들었었다.
이런 일화는 꼽을 수도 없이 많이 있다. 항상 이런 스몰토크가 생기는 나를 이해 못 하는 남편.
신기하다 내 이마에 말주변 좋아요 라고 써놓는 것도 아닌데 이런 스몰토크의 기회가 많이 생긴다는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