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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짧은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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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rden Jan 17. 2023

실종

죽음과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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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수 년이 지나도록 부모품으로 돌아오지 않는 자식들을 부모는 차마 가슴에 묻지 못한다. 누군가, 그 누군가가 설사 자식들이었다고 하더라도 일단 제눈으로 죽음을 확인한 후에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 어쩌겠니'. 정말 산 사람은 살아야 하므로 자식 앞세우고 밥을 먹는다는 죄책감이나 사무치게 보고 싶은 슬픔은 세월에 묻는다. 그렇게 밥을 먹고 잠을 자며 돈을 벌다 보면 슬픔의 죄책감과 농도는 조금씩 옅어진다. 실종은 다르다. 집을 나간, 혹은 밖에서 잃어버린 자식의 방을 몇 년간 쓸고 닦으며 생업도 뿌리치고 전단지를 나눠주는 부모들의 마음은 죽은 자식을 놓아준 부모들의 그것과는 다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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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과 실종. 어차피 당사자들은 자리에 없다. 너무 어렸거나 정신지체가 있는 뉘 집 아이가 사라진 이후에 몇 번의 혹독한 추위를 견디고, 살인, 폭행과 같은 사회악에서 온전히 격리돼 살아남았다는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사람은 없다. 대부분의 삶은 희박한 가능성보다 당연한 결과들로 꾸려지는 까닭이다. 왜 사실 그토록 바랐지만, 최근 특히나 잇따르는 대형 사고들 속에서 안타까운 사망자를 쉴 새 없이 나오는 것을 목도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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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사망과 실종은 그 자리에 남아있는 사람들 붙이는 이름인지 모른다. 죽음을 인정하기 싫거나 인정할 수 없어서 희박한 가능성의 끈을 놓지 못하는 것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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